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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Feb 03. 2024

한국어 강사의 하루 09

면접을 주도하는 자와 임하는 자의 관계

나는 면접관인 적이 없다. 그래서 면접관의 정확한 생각과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요즘 면접을 자주 보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해 잠시 드는 생각이 있다. 어제도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답변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한국어 강사는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면접을 보다 보니 떨리거나 두려움은 없어졌다. 다만 과정에서 오는 피곤함과 긴장감은 여전히 든다. 이번 면접에도 세 분의 면접관이 계셨고 여자분 한 분이 한국어 관련이신 듯했고 나머지 두 분은 이 외국인 입학에 관여하시는 분들 같았다. 질문은 온라인 수업을 어느 정도 끌고 갈 수 있느냐였다.


자음 모음도 모르는 학생을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하겠느냐와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의 차이를 물었다. 그리고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 그 모든 자료를 다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이들은 무엇을 원하는 건가? 싼 임금으로 최고의 교육의 질을 원하는 건가?


또한

최악의 경우에 이를테면 공용 ppt로만 수업을 해야 하면, 학생들 수업 태도가 안 좋으면 등의 부정적 질문 퍼레이드에 긍정적 질문은 없는 것인가? 위기관리 능력에 관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대답하는 것이 ㅡ쉽지는 않았다.


내가 면접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해 주면서 학교의 입장에 잘 따르는 강사가 좋을 것 같다.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가? 글쎄다. 행정과 교육 자료가 다 준비가 되고 보조되어도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다. 그런데 이 모든 걸 강사가 다 해야 한다. 이런 뜻인가?


긴 면접을 마치고 나오면서 나는 이걸 합격하고 싶은가? 아닌가? 마음이 복잡했다. 합격해도 문제고 합격하지 않아도 문제이다. 기왕 면접까지 보았으니 합격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글쎄 합격하고 마구 부림을 당한다면 나는 과연 학생들에게 질 좋은 교육과 내가 만족하는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이 대학의 모집에 박사 수료이상의 학력이 몰렸다. 서울에서 오신 분들도 그곳에서 서로 오랜만의 근황을 전하며 담소를 나누는 분들도 보았다. 모두 한 대기실에서 기다리다 보니 다들 경쟁자가 아닌 같은 한국어 강사의 동질감을 느꼈는지 처음 만난 사람끼리도 지원 동기나 학교의 정보를 공유하는 분들도 계셨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면접장에서 서로 말을 건넨다는 것 정보를 준다는 것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 같으니 이런 대화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슴이 조금 답답하면서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했다. 솔직히 나의 경우 구직이 절실한 것도 아니라서 지금 다니는 곳보다 더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었기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구직 공고가 최근 많아졌다. 그만큼 한국어 강사의 수요가 많아진 것은 좋지만 강의료 게시한 곳은 한 두 곳뿐 모두 자신의 임금조차 모르고 지원한 터라 이게 맞는 현상인가 싶기는 했다. 이번 면접은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는 가가 가장 중요해 보였다. 또한 해외 파견이 가능한가도 중요해 보였다.


진짜 외국어 하나 잘하지 못하면 이 나이에도 취직이 힘들다. 후회가 밀려오지만 지금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하지만 외국어를 조금이라도 익히기는 해야 될 것 같기는 하다. 면접을 볼 때마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등의 가능 유무를 묻는 경우가 많아 참 씁쓸하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니 지금의 취준생들은 얼마나 많은 자격 공부를 해야 할까 잠시 내 코가 석자인데 그들이 걱정되었다. 참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 살고 있다. 재능이 많은 사람을 뽑고 싶은 저쪽의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만 그러면 그에 상응하는 대우는 있는 것인지......


그럼 면접을 보는 입장에서 구직 조건을 말해보면 다음과 같다.


학교의 출결과 성적의 모두 전산화가 되어 있는 곳(엑셀 수식에 매달려 있을 일인가! 그것을 못하면 무능하다는 편견, 물론 나는 잘하지만 이건 아니다.)


수업 관련 이외의 행정 잡무가 없는 곳(모든 공지와 진행을 강사가 해야 하는가? 조교가 할 일이다. 상담이 우리들의 일인가! 상담실도 있고 상담사도 있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닐까)


시험 출제가 없이 문제 은행식 시험 문제가 보유된 곳(시험 문제 출제를 하면서 강사끼리 감정이 상할 일인가! 주말까지 반납하고 수정, 검토 쉬지 못하는 분들 많아 놀랐다.)


개인 수업 ppt와 콘텐츠를 병행하여 활용할 수 있는 곳(좋지 않은 공용 ppt로 무슨 수업을 하라는 것인가! 같은 수업의 내용의 질은 보장되어 있는가? 자신들의 노하우는 첨부하지 않는 ppt라 질적으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강이 자유로운 곳(나는 강사인데 일이 생겨도 눈치가 보여 대강을 신청할 수 없다. 여유 강사도 없다.)


강의 평가에 순수하게 강의 평가만 받는 곳(간혹 학교 행정실 평가가 포함된 학교도 있다. 급장, 책임 강사 평가까지 있는 곳도 있다.)이 있을까?


오전과 오후 수업, 온라인 수업, 대학원 수업(반드시 오전만, 예매한 하루 종일!) 등 하루 종일 잡아 놓고 다른 학교 가는 것도 눈치를 주는 곳들도 있다. 시간별 요일이 정해진 곳도 많다.  시간 선택의 폭이 넓은 곳이 있을까?


한 반에 10명 이하의 학생으로 구성된 반(한 반에 24명이라니 ㅡ한 학생이 "선생님 무슨 학생이 이렇게 많아요.ㅡ 저희 반 너무 많아요."라고 할 말이 없었다.)이 있는 곳이 있다면 좋겠다.


    누가 혹시 위의 조건의 학교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지금 위의 열거 조건에 해당 사항이 많은 곳 정말 가고 싶다!!! 이직을 매일 생각하는 것은 어느 학교나 완벽하지 않고 장단점이 모두 있어서이다. 저렇게 완벽한 학교가 있다면 나는 정말 미친 듯이 수업을 하고 수업에만 충실하고 학생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지금은 행정일에 지쳐 실제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가 없다) 나는 교육하는 강사이고 싶다.


며칠 전에도 학생들에게 지난주 문화 활동 수업이 즐거웠냐고 물었더니 학생들 "너무 피곤해요. 선생님. 행사가 너무 많아요."라고 답했다. 속으로 "샘도 그래, 공부만 열심히 해서 각자가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어."라고 혼잣말을 해 봤다.


어디든 모두 힘들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날이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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