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리샘 Feb 25. 2024

일본 겨울 여행을 다녀와서

겨울 학기 마감 여행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국내든 국외든 여행을 떠나왔다. 그만큼 학기 동안 쉬지 않고 달렸기에 피로도가 있었다. 그래서 쉬는 그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마감 여행의 맛을 알고 난 후에는 학기가 끝나면 어디든 떠났다. 오늘은 학기 마감 여행에서 돌아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번 여행은 설국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겨울 여행의 묘미를 알기 전에는 추운 겨울에 여행을 간다고 왜?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한 번 떠난 겨울 여행 이후 나는 겨울에 가야 하는 곳은 겨울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바로 삿포로였다.


북해도는 삿포로에서 시작해 어디든 떠날 수 있는데 이렇게 북해도 전역을 돌아보는 여행이 너무 내 스타일이라서 이번에도 선택했다. 이번에 선택한 곳은 그중에서도 영화 '윤희에게'의 촬영지 바로 오타루였다. 눈이 내리는 오타루에서 눈을 맞으며 슈크림에 커피, 진한 치즈 케이크, 그리고 애플파이, 어묵 등 이 모든 것의 미션을 클리어 하리라고 다짐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오타루 여행은 눈이 없으면 반쪽짜리 여행이다. 그만큼 눈이 내리는 것이 완성도에서 중요한데 지금 일본의 날씨도 이상 기온이라 눈이 없다가 그날만 눈이 내려서 정말 축복이었다. 지금도 꿈만 같다. 눈이 내리는 오타루라니!


이 여행의 계획이 없었더라면 학기 중 힘들 때마다 견디기가 힘들었겠지만 이 여행을 계획하고 꼭! 꼭! 떠나리라 생각한 후에는 어떤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바로 여행은 이런 거 같다. 비타민제를 복용하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온천을 가기 위해 나선 여행에서 지친 마음과 몸을 위로 받았고 여행의 의미를 다시 새겼다. 여행이 끝나기 전에 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나는 내내 그러고 있었다.


노보리베츠-도야 호수-오타루-삿포로의 일정으로 다녀온 온천과 식도락 여행은 북해도 여행의 가장 기본 여행이지만 나는 이 일정으로 십 년 후쯤 다시  해 볼까한다. 십 년마다 해 본 여행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도 알고 싶기 때문이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에서


십 년 만에 다시 가본 동선의 여행에서 예전 생각도 났지만 이번 여행이 더 좋았다. 아마 다음 여행이 더 좋을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좋은 감정이 생기는 것이기에 그래서 같은 곳으로의 여행은 다시 떠나볼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여행에서 장소도 중요하지만 동행인도 중요한데 이번 여행의 동행인은 참으로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파트너였다. 동행인이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허락해 준 덕에 무난하게 여행을 마쳤고 나 역시 마음이 너무 편해서 지금도 작은 가방을 들고 같이 온천을 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게 했다.  


                            " 감사합니다"


밥을 먹고 온천을 가고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또 나마비루를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에 눈물도 나고 감정도 뭉클해진 마음 촉촉한 여행을 했다. 강사에게 여행은 축복이다. 방학이 중간중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재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기에 매우 즐겁게 또 감사하게 시간을 보냈다.


눈이 내리던 오타루 운하에서


눈이 내리던 오타루 운하와 증기를 뿜어내던 시계탑을보면서 아! 정말 와 있구나 그런 생각에 가슴이 벅찼던 며칠 전이 지금도 생각난다. 사진을 찍지 않는 나에게 남겨진 수많은 사진들,,,, 좀 부담스럽다ㅋ  보면서도 낯선 사진들 참 맑구나! 걱정 고민 없는 저 토실 토실한모습. 몇 주 후가 되면 또 찌든 나를 보겠지만 일단 지금은 뭐.


다시 떠날 날을 기약하면서 여행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여기에 감상을 남겨본다.



추가 면접 이야기


여행을 떠나기 전에 두 번의 면접을 더 보았고 그중 한 곳에 가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조금 설명을 덧붙이자면 한 곳의 면접은 강의 전담 교수 자리였는데 면접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 주제에 맞는 수업을 구성해 오라고 하셨는데 주제와 문법의 활용은 좋았으나 자세히 구성하지 않은 점을 지적당했으며 또한 연구 실적에 대한 지적에 겸손해졌다.


개인 연구를 게을리하지 말라시던 그 교수님은 마치 나의 지도 교수님 같으셔서 그 지적이 참으로 고마웠고 나에게 새로운 미션을 주시는 것 같았다.


두 번째 면접은 어학당이었는데 문법을 설명할 때 학생들의 답을 다양하게 구성했으면 좋았겠다는 지적에 바로 " 제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고려가 없었다. 다음부터 그러한 부분도 고려하여 수업 지도안을 구성하겠다." 답변하면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했다.


두 면접을 하루에 보면서 다시는 이렇게 면접을 보지 않아야겠다고도 결심했다. 이유는 절실함의 부족과 시강 준비의 완성도에 문제가 생겨서이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내용이 혼합되어 떠올라 결국은 처음 면접의 것을 오전에 두 번째의 내용은 오전 면접이 끝난 후에 보기 시작했다.


욕심이 과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같은 강사는 1차 서류 통과도 쉽지 않기에 면접을 포기하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다.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아마 또 고민할 것 같기는 하다. 만약 여러분에게도 저와 같은 상황이 생긴다면 비슷할 것이다.


두 면접을 보고 나는 또 작아진 나를 발견했다. 면접은 참으로 사람을 작아지게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극명하게 드러나게 한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랬다. 그리고 그날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두 면접 다 못 봐서 기대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다음 날 두 번째 어학당 면접 결과가 수업 시간에 알림으로 떴다. 합격이었다. 첫 번째 교수자리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깐 생각했지만 나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가 보다 생각하며 이것도 감사한 일이라 받아들였다. 또다시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이다.


한 곳을 일 년이상 다니면 익숙해지고 그래서 커리큘럼을 대강 알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옮겨 다니는 것이 나는 좋다고 느낀다. 한 곳에만 계시는 분들을 뵈면서 나는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한 초창기 시절의 다짐을 실행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배움이라고 하겠다.


혹 저번 글에서 언급했던 터라 면접 결과를 알려드린다. 이제 방학이 조금 남았다. 중간에 각 학교의 OT가 있다. OT에 나가면 몇 급인지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때까지는 그래도 마음에 여유가 조금 있다. 이제는 다시 준비하는 시절이 돌아왔다.


--다음






작가의 이전글 한국어 강사의 하루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