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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Apr 05. 2024

강사에게 대강이란?

해야 하지만 하는 것이 과연 하는 게 득일까? 실일까?

강사에게 대강이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선택이다. 저번 임용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대강이 불가하다는 점이었다. 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시간의 자율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가장 우선시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상하게 행정실에 눈치가 보인다고나 할까? 가끔 대강이 많은 강사에게 눈치 아닌 눈치도 주기도 하고 공지로 뜨기도 한다. 불가피한 사유만 사용해 달라는 문구를 보고 있자니 그러니 대강을 하지 어떤 교육자가 대강을 쉽게 할까 싶다.


나는 대강을 쓰는 경우가 드물다. 면접이나 논문 심사 같은 일 이외에는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물론 건강상의 이유로 갑자기 대강을 신청하시는 분들도 계시긴 하다. 디스크라든지 독감이라든지. 하지만 나는 건강을 이유로는 써 본 적이 없다. 영양제를 맞고 출근했던 적도 여러 번이다.


그만큼 대강의 무게를 쉽게 여기지 않으며 그것을 피해 시작 시에 요일을 정하기도 한다. 면접으로 예기치 않게 대강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전날 학생들에게 공지할 때도 싫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더니 대강 다음 날 출근하니 더 표정이 안 좋아 당황한 적이 있었다.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사정을 이야기했고 양해를 구해서 괜찮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선생님의 수업이 너무 지루했다고!! 헐~~ 이런 답변을 받을 줄은 몰랐다. 그렇다면 내 수업을 열심히 들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과연 학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가 갑자기 더 궁금해졌다.


강의 평가 답변을 받을 때마다 내심 불안하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들 입장에서는 어땠을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나. 또는 내가  그들을 교육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꼭 해야 할 지적마저 피해 넘기지는 않았나 뭐 여러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다.


나는 강사이지만 어쨌든 교육자이며 선생님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이 불완전한 한국어 유학생을 가르치고 있지만 정확하게 그들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다만 고맙다고 연락하면 그런가 보다. 얼굴이 안 좋으면 뭔가 불만이 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한다. 미안하지만 그렇다.


같이 팀티칭을 하는 선생님에 비해 내가 너무 부족한 건 아닐까? 그래서 본의 아니게 나 스스로를 다른 강사와 비교하기도 하고 장점을 보면 기죽기도 하고 그렇다. 다 마찬가지일 것 같다. 교육자가 예전처럼 대우받는 시절도 아니고 요즘 학습자들이 예전처럼 예의를 갖추지도 않으니 이런 것도 다 그 시기에 따라 다를 것이다.


대강을 하면서 나하고 다른 스타일의 강사에게 수업을 듣고 비교하기도 하는 것도 학습자에게는 신선한 경험이라고 여기기에 모든 상황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쩜 나는 사회생활을 했던 시절보다 지금 더 많은 고민과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새삼 이 강사라는 직업이 주는 자유로움보다 여러 가지의 이유로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20시간의 강의 시간을 위해 수업 준비를 하고 수업을 하고 그리고 스스로의 평가와 보완을 하면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여기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되고 있는 에너지는 생각보다 크다.


주말마다 쓰러져 자는 나를 보면서 외국어 앱을 결제하고도 시작도 못 하고 있는 나의 이 게으름을 반성하는 오늘 브런치에 문자가 떴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글쓰기는 근육 운동과 같다는 ㅎㅎㅎ 더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 


그래서 결국 수업 준비를 하다 말고 이렇게 조금의 내 요즘의 근황을 남긴다.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일주일에 한 번 글 쓰는 것도 힘들까? 나는 뭘 그리 동동거리고 사는지 참 맘에 안 든다. 이번 주에 되도록 많은 수업 준비를 끝내고 문법의 배열이 다른 교재로 수업 준비하는 내용의 글을 한번 올릴까 한다. 참 어렵다! 한국어 강사는 참 쉬운 길은 아닌 것 같다.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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