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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샘 Mar 22. 2024

모르는 것이 많은 강사

기본 상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시작했던

이 일을 시작하고 나는 힘들어진 것들이 몇 개 있다. 그건 맞춤법과 띄어쓰기이다. 어떤 분이 국어 전공자도 잘 모른다고 말씀하시기는 했지만 나는 이게 늘 나에게 핸디캡이다. 원래 그냥 말을 하거나 쓸 때 서로 그런 부분은 간과하고 맥락만 보는 일상에서 살다 갑자기 한 자 한 자가 모두 체크 투성이가 되어 버렸다.


물론 기본 상식이나 국어적 지식이 많으면 괜찮지만 바베큐라고 쓰던 말이 바비큐라고 사용해야 하고 엘레베이터라고 어린 시절 배웠던 말이 엘리베이터라고 쇼파가 소파라고 써야 한다는 등등 너무 기본적인 사실을 간과하고 살아온 나에게는 모든 필기와 판서가 주저된다.


이런 이야기를 하지도 않았지만 설령 한다고 해도 다들 비웃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늘 무언가를 쓸 때 주저가 되고 내가 아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에 자신감이 급하강이다. 카톡을 학생한테 보낼 때 특히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신경이 쓰이고 요즘 아이들의 소리 나는 대로의 표기가 될까 봐 조심하면서 문자를 쓰기도 한다.


다른 강사들은 나 같은 고민은 하지 않을까? 나만 그런가? 우리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를 이 일을 시작하고 알았고 아니에요, 예요를 확실히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면 나는 너무 무지한 강사였나 보다. 어쨌든 처음에 너무 많은 지식을 배우고 익히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이런 일들로 인해 자신감이 낮아지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부족한 것들을 따지자면 처음에는 기본 국어적 상식의 부족 그다음은 문법 지식의 부족 그리고 유사 문법의 비교 분석력 부족 등등 너무 많다. 단계 하나하나 지나올 때마다 나에게는 미션이었고 부족함 투성이었다. 그래서 더 아무렇지 않게 창피함을 무릅쓰고 물어볼 동료 하나 필요했던 것 같다.


다행히 그런 동료 한 분도 전공자가 아니라 나처럼 두렵고 걱정이 되어 자주 체크하고 서로 찾아보고 그랬는데 이제는 둘 다 바빠 그런 시간도 갖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일단 교재 특히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대 교재의 어휘 목록 문법 목록 2급까지는 모두 순서와 내용 그리고 관계성까지 파악하는 과정이 한국어 교육 과정 중에 하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다.


만약에 내가 자격을 갖추고 대학원에서 이런 과정에서 가르친다면 나는 실전에 나가야 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것들에 대해 강의해 보고 싶다. 실전에 필요한 것 익히면 나의 강의가 실속 있어지기에  내가 현장에서 깨지면서 익혔던 것들을 과정에서 익힐 수 있게 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 새로운 교재로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교재가 처음이라 너무 어설프다. 일단 수업 진도와 교재의 순서도 파악이 안 되어 진도를 못 마칠까 봐 서두르다 보니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체계적이다는 것은 순서가 학습자 입장에서 확장되어 가는 그물처럼 익힐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이 가장 미안하다.


몇 급을 가르칠지 몰라 그리고 처음 교재라 준비할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아직 많이 서툴다. 그래서 수업이 끝난 후에 어려운 어휘나 예문을 모두 고치고 그 교재의 순서에 맞게 문법을 사용하는 예문이 되도록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있다. 1급은 워낙 초급이라 별 문제가 없고 돌아오는 방학에는 2급과 3급의 문법 수업의 자료를 재구성해볼까 한다.


그래서 나는 교재가 다른 학교의 수업을 다니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년 정도 되면 사용하는 교재를 익히게 되고 그게 익숙해지면 나는 재미가 없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다른 교재에서 이 문법을 어떻게 접근하고 예문을 어떻게 만드는 지도 소중한 경험이다.


학사 논문을 쓸 때 이화 한국어와 연세 한국어, 중앙 한국어 교재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이때 이 학교에서도 한번 가르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은 서울대 한국어 플러스 교재가 새로 출간되어 이 교재를 가르쳐 보고 싶기도 하다. 새로운 교재가 어떤 구성으로 수업을 구성하는지를 보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것이기에 관심이 많다.


요즘 하루 8시간의 수업을 소화하고 있어서 주말을 온전히 수업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그래도 수업 전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다시 고치길 여러 번 하고 있다. 항상 머리에 구상만 가득한데 실행은 늘 부족한 강사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기본적인 문법을 설명은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인 점이다.


그리고 각 교재마다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들이 다르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한국어는 조사가 중요한데 어떤 교재는 초급에서 아예 조사를 생략하고 기본 문형만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이렇게 각 교재가 추구하는 바가 달라 더 고민이 되고 학교가 가르치는 교재의 의도에 맞춰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점이 힘들다면 조금 힘들 수도 있겠다.


이 주간 수업 준비에 밀려 글쓰기를 소홀히 하였고 오늘은 우선 이것부터 해야겠다 싶어 수업 준비를 미루고 이렇게 카페에서 내가 느낀 것들의 일부 생각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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