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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샘 Nov 04. 2023

반성

  학교에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할 때가 바로 ‘반성’ 해야 할 때다. 반성이란 자기 자신의 상태나 행위를 돌아보는 일이다. 아이들은 친구의 잘못은 잘 보면서 정작 자기의 잘못은 보지 못한다. 친구에게 사과를 꼭 받아야겠다고 씩씩대던 아이도 자기가 사과할 때가 되면 일부러 한 게 아니라고 버티기도 한다.

  2학년 조이는 그렇게 10분을 버티었다. 팔을 올리다가 옆에 있던 친구가 맞았는데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거였다. 가끔 조이같이 생각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 아이들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금방 또 미안한 행동을 하는 또래 아이들보다 반듯한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자기 행동을 돌아보고 자기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교실은 아이들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곳이다. 그럴 때 교사가 무슨 소리냐, 빨리 사과하라고 강요하면 아이는 혼나지 않으려고 억지 반성만 학습하게 된다.

  우선 아이들의 말을 들어 봤다. 조이는 절대로 친구를 때릴 마음은 없었고, 팔을 올리려다 친구 어깨에 부딪친 거라고 했다. 그러자 맞은 아이는 조이 팔에 맞아서 어깨가 아프다고 하면서 같이 때리려다가 참았다고 했다. 그제야 조이는 맞은 아이를 쳐다보았다. 일부러 하지 않았지만, 조이가 올린 팔에 맞은 아이가 그제야 제대로 보인 것이다.


   큰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사과하는 거라고 여겼던 조이는 막상  맞은 아이를 보니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두 아이에게 사과할 때는 “미안해.”, “괜찮아.” 보다는 구체적으로 진심으로 말하는 게 좋겠다고 알려주었다.

  조이는 친구에게 “내가 모르고 네 어깨를 때렸어. 미안해.”라고 말했다. 친구는 괜찮다는 말은 아주 작게, “모르고 한 거 같아서 참았어. 다음부터는 조심해 줘.”라는 말은 크게 했다.


  조이처럼 사과하지 않고 버티는 (문제) 행동은 진심을 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아마도 조이는 어디선가 배운 대로, 경험으로 그렇게 했을지도 모른다. 이럴 때 빨리 사과하지 않으면 혼을 내겠다고 윽박지르면 형식적인 사과나, 강요에 의한 사과를 하게 된다. 이는 사과하는 게 학습되어 매우 곤란하다. 진정한 자기 성찰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반성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다.’라고 했다. 반성이란 자신과의 대화 시간이고 자신이 한 일을 정직하게 돌아보는 배움의 기회다.

  교사나 부모도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게 참 어렵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면 학생이나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며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리더의 사과는 굉장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워런 버핏은 ‘투자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인 위대한 투자자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데, 사람들은 얼마나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겠는가. 저 사람도 실수를 하는데 내 실수는 ‘괜찮아, 이 정도로 흔들리지 말자.’ 하는 분위기가 생길 것이다.


  교사나 부모의 사과는 겸손함이 드러나고, 학생이나 자녀에게 더 많은 배움의 기회를 주게 된다. 그걸 보고 자라면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다.


  그 뒤 나는 실수를 하면 조이와 반 아이들에게 놓치지 않고 사과를 했다.

  “아, 미안해. 선생님이 회의하다가 시간이 늦었네.”

  그러면 조이는 조그만 소리로 중얼거렸다.

  “선생님이 늦으면 어떡해요.”

  난 그런 조이의 말을 낚아챘다.

  “선생님도 실수할 때가 있는 걸. 그럴 때는 가만있는 것보다 사과하고 다음에 그러지 않으면 돼.”

 

 한 번은 현장학습 가서 찍은 사진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핸드폰 연결선을 못 가져왔다.

   “얘들아, 미안해! 내일 꼭 가져올게.”   

   아이들은 잔뜩 기대를 했다가 실망했는지 소리를 쳤다.

  “아, 진짜 선생님 뭐예요. 그런 걸 잊어버리면 어떡해요.”

  그때 조이가 일어서서 말했다.

  “야, 선생님도 실수할 때가 있지.”

  감동이 밀려오는 순간 조이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선생님도 알림장을 쓰시면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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