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원하는 교실은?

by 맑은샘

3학년 때 우리 반 선생님은 금박종이로 봉황을 만들어 교실 앞 게시판에 붙여 놓았다. 그해 우리 반은 환경 미화 우수반으로 꼽혔고, 상장을 자랑스럽게 교실 앞에 걸어 놓았다. 선생님 덕분에 우리 반은 전교생들이 구경하러 오는 반이 되었고, 우리도 선생님처럼 그림과 만들기를 멋지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교실 환경은 반마다 다양하다. 어떤 반은 전시관이나 자료관 같다. 아이들의 그리기, 만들기, 글쓰기 작품들을 모두 전시한다. 전시한 후에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 놓는다. 어떤 반은 여백의 미가 있다. 앞 뒤 게시판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워 둔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실은 어떤 교실일까?

아침맞이를 하면서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새 학년 되니까 어때?”

“재밌어요.”_ 좋다는 뜻이다.

“그냥 그래요.”_별로 좋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나빠요. 싫어요”라고 대답하지 않는다. 나름 예의 바르게, 통용되는 대답을 한다. ‘그냥’이라는 건 ‘아주 나쁘거나, 아주 싫다’는 뜻 일 수도 있다.


궁금했다. 아이들에게 재미란 뭘까? 뭐가 재미있다는 걸까?

우리 학교 6학년 중 가장 키가 크고 말이 없는 준성에게 물었다.

“준성아, 6학년 담임선생님 성함이 뭐야?”

“잘… 모르겠어요.”

“한 달이 지났는데도 모르겠다고? 내일은 말해 줄 수 있지?”

준성이는 알겠다며 황급히 교실로 들어갔다.


다음날 다시 준성에게 물었더니, 정확하게 선생님 성함을 말했다.

“6학년 되니까 5학년 때랑 뭐가 달라졌어?”
“재밌어요.”

“뭐가 재밌는데?”
“여러 가지 가요.”

“여러 가지라... 궁금한데, 그중에 한 가지만 말해 줄래?”

“흠..…….”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6학년다운 멋스러움이 느껴졌다. 궁금증이 마구마구 솟아났지만, 기다렸다.

“사회요.”

“아, 사회시간이 재미있구나.”

“네, 제가 그쪽에 관심이 좀 생겨서…….”


아이들이 원하는 교실 분위기는 ‘재미’다. 그 안에 모든 게 다 들어 있다. 덤으로 성장이 따라 온다. 선생님과 하는 체육 시간도 재밌고, 친구들이랑 같이 등교하는 것도 재밌고, 과학 시간에 실험하는 것도 재밌다. 그러니까 자기가 싫어하고, 어려워하던 사회도 재미있어졌다. 재미가 있으니 관심이 생겼고, 관심이 자연스럽게 성장으로 이어진다. 재미가 아이들을 성장하게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교실은 ‘안전한’ 곳이다.

선생님이 나를 알아주고, 도와주고, 실수해도 받아주는 곳이다. 내가 뭘 잘못해도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하고 넘어가는 넉넉함이 있는 곳이다. 규칙이 공정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잘했는지 예측이 가능한 곳이다. 자기 자리에 앉아 있으면 친구들과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러주고, 학급에서 자기 역할이 있고, 그 일을 해 냈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런 교실에 있을 때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속상한 일이 있을 때, 기쁠 때 억누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교실은 ‘신뢰할 수 있는’ 곳이다.

반 아이들은 성장을 꿈꾸고, 배우고, 미래를 향한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친구도 선생님도 그걸 함께 이뤄 나가는 한 팀이다. 서로를 믿고 함께 노력하는 사이다. 학급에서 정한 규칙은 공부 잘하거나, 못하거나, 힘이 세거나, 약하거나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된다. 내가 이야기할 때 끝까지 들어주고,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하면서 이해해 주는 것이다. 혹시라도 실수했을 때 다시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다시 기회를 주는 믿을만한 곳이다.


어릴 적 3학년 때 우리 반은 아주 멋진 교실이었지만, 조심스럽고 불편했다. 혹시나 선생님이 만드신 봉황의 꼬리라도 떨어질까 봐 신경 쓰였던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편안하고 재밌는 교실을 바란다. 서로 존중하고, 관심 가져주고, 웃음이 많은 교실이 좋다. ‘어, 이 친구에게 이런 면이 있었네.’ 나에게 이런 친구가 있어 좋다는 든든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곳이 좋은 교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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