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샘 반에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준우가 있다. 전부터 아이들과 갈등이 있었는지 6학년이 되고 친구가 없이 혼자다. 쉬는 시간이 되자, 준우는 아이들이 모인 곳에 갔는데, 어떤 아이가 “저리 가. 오지 마”라고 했다. 그 말에 준우가 발로 걷어찼다는데, 준우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울었단다. 광샘은 두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친구에게 “저리 가라는 말도, 발로 차는 것도 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광샘은 둘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교실 안에서는 매일매일 이런 갈등 상황들이 일어난다. 가장 힘든 게 친구로 인한 갈등이다. 친구로 인해 힘이 나기도 하지만 친구로 인해 큰 상처를 받기도 한다. 아이들은 대부분 친구랑 싸우고 화해하고, 툴툴 털고 잊어버리고 다시 친하게 지낸다. 하지만 갈등이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남아 힘들어하기도 한다. 갈등 강도보다, 스스로가 그걸 어떻게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누구는 장난으로 한 건데, 누구에겐 참기 힘든 괴롭힘이라면 그건 괴롭힘이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사회다. 사회에서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진 않는다. 집에서 입던 잠옷이나 속옷을 입고 학교 오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서로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반갑지 않은 친구라도 싫어하는 표시를 팍팍 내는 건 곤란하다. 물론 거짓으로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좋아하는 척을 하라는 건 아니다. 적어도 싫어한다고 그 친구를 무시하거나, 째려보거나, 욕을 하는 건 안 된다.
그럴 때 솔직함을 핑계로 이렇게 말하는 아이도 있다.
“그건 솔직한 게 아니잖아요?”
“거짓 행동이잖아요?”
아니다. 예의에 맞는 행동이다. 아무리 내가 싫어하는 친구라도 그 아이도 나처럼 소중한 사람이다. 나는 그 애가 싫을 수 있지만, 그 친구도 나처럼 부모에게는 소중한 자녀이고, 다른 아이들에게도 그런 소중한 대접을 받을 존재이다. 지금은 친구를 싫어해도, 나중에 친구와 친해질 수도 있고, 그 친구의 상황을 알고 나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미워하거나 괴롭히는 건 옳지 않다.
준우에게 “저리 가, 오지 마.”라고 이야기 한 건, 준우를 무시한 거고 예의에 맞지 않는 행동이다. 내가 누군가가 좋아서 다가갔는데 상대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면 얼마나 초라하게 느껴질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친구 관계를 호불호로 따진다.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친하거나 안 친하거나’. 하지만 인간관계는 그렇게 딱 나뉘는 게 아니다. 나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아이들이 더 많다. 가끔 나랑 친하게 지냈다가 절교하고 안 친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조금 거리를 두면 된다. 그 친구도 자기 마음이 있을 테니까. 그러다가 또 친하게 지내자고 나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다. 그럴 때 나는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싫으면 안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건 나의 마음이고 선택이다.
준우랑 친하고 싶지 않으면 거리를 조금 두면 된다. 내가 움직여야 한다. 왜 준우에게 저리로 가라고 하나? 만만하게 생각해서다. 남은 만만하게 생각하고 자기는 만만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남에게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제일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이다. 나와의 관계를 살펴보자. 나와 친하게 지내고, 나를 소중하게 여기면 별문제가 없다. 나는 친구가 있든 없든 참으로 소중한 존재이다. 그 자체로 아름답고 멋지고 유일한 존재이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다. 아이들 모두가 좋은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한다. 좋은 친구는 누구일까? 좋은 친구는 서로 안정감을 주고 서로 소중하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다. 뭔가를 함께 하고 싶고, 함께 할 힘이 나게 하는 사람이다. 내가 힘들 때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이는 사람이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을 대신해주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해 준다. 서로의 선을 지키고 존중해 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어떤 아이는 자기는 가만히 있고 친구가 다 해주길 원한다. 그건 부담스러운 친구다. 한두 번은 받을 때, 뭔가 대신해줄 때 기쁠 수 있다. 하지만 계속 누구는 해주기만 하고, 누구는 받기만 하면 지친다. 받는 사람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움을 모른다. 더 해주길 바라고 함부로 대한다. 좋은 친구는 진심으로 상대에게 대하는 거다. 서로서로가 함께 있어서 서로 좋은 기운을 얻고 좋은 방향으로 자라는 게 좋은 친구다.
괜히 친구랑 잘 지내려고 스스로 낮추지 않으면 좋겠다. 내가 괜찮은 존재라는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 그게 교실 안에 있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이다. 내가 괜찮고 소중한 존재라는 마음이 있으면 그냥 편안하다. 내가 굳이 뭘 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수학을 좀 못할 수도 있고, 영어를 좀 더듬거릴 수도 있다. 시험 점수가 낮게 나오면 어떤가. 그냥 그게 요즘 내 실력인걸. 부족하게 느껴지거나, 점수가 낮아서 스스로 부끄러우면 공부를 하면 된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너무 옭아매거나, 부담을 팍팍 주지 않으면 좋겠다. 수업 시간에만 집중해도 멋진 학생이다. 친구들과 토론하고, 협동하는 공부는 창의력과 인성을 키운다. 너그러운 마음과 편안한 마음으로 나 자신과, 친구들과 사이좋게 잘 지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