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침반을 가지고 있는가?

by 맑은샘

교실 창가에 개인별 화분을 키워 식물관찰을 하고, 배추흰나비와 사슴벌레도 키웠다. 여름이면 작은 오이가 달리고, 방울토마토도 제법 열려서 따서 아이들과 먹기도 했다. 반 아이들과 하고 싶은 방향을 찾는 것을 교사의 ‘나침반’이라고 본다. 처음에는 나는 옆반 선생님, 동학년 선생님, 학교에서 훌륭하게 학급 운영을 하는 선배 선생님을 따라 했다. 그러다가 맵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큰일 난다는 것과 나와 맞지 않으면 어색하고 효과도 별로 없다는 걸 알았다. 동서남북 올바른 방향을 찾듯, 나의 관심사와 나의 교육관을 먼저 살피고, 우리나라와 세계의 교육 방향도 파악해야 한다.


OECD 2030 학습나침반을 살펴보면, 웰빙과 주체성이 핵심 목표이다. 웰빙은 학생들이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한 관계로 사회 참여하는 능력이다. 주체성은 학생 스스로 학습과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행동하는 역량이다. 초등학생 교육 현장에서는 질문하고 탐구하고 선택하는 경험을 하도록 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행동하고 되돌아보는 성찰과 행동의 순환이 이뤄지게 한다.


OECD 2040 교수 나침반을 살펴보면 교사는 교육 방향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주체자이다. 지식 전달자에서, 어떻게 전문성 기르고 가르칠지 설계할지 제시하는 사람이다. 학생 웰빙과 주도성을 지원하는 교육목표를 실현할 뿐 아니라 교사 전문성을 확장하여 교육환경과 혁신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공동체 촉진자와 AI디지털 기술 통합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1년 동안 아이들과 어떻게 학습할지를 설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교과 간 연계, 계절별 연계, 성취 기준을 고려하여 교육활동을 설계한다. 선배 교사는 학교 텃밭에서 벼와 콩 심어 관찰하고 추수를 하고는 떡을 만들어서 먹어보기까지 했다. 무를 심어서 깍두기 만들기도 했다. 소박하지만 정확한 배움, 실생활과 연계한 수업 설계에 감동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특색 있는 수업이었다.


나는 주말에 집에서 혼자 있는 학생들과 ‘주말 버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인형극을 관람하고, 서점에 갔다. 영화를 보고 맛있는 점심을 함께 먹기도 했다. 질서 있게 관람하는 태도도 배우고,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이들과 오랫동안 학교에서 함께했다. 수업 중뿐 아니라 방과 후에도 아이들이 필요하면 함께 있었다. 돌봄 교실을 할 때는 밤 9시까지, 방학중에 기초 학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지도했다.

아이들에게 독서하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알려주려고 했다. 주 1회 도서관 수업을 하며 아이들이 책과 가까이하는 시간을 가졌다. 책 읽는 게 어려워도 책 표지라도 보고, 그림이라도 보니까 아이들이 책을 친근하게 느끼게 되었다.

노래 부르고 신체활동을 하며 신나는 교육을 하려고 노력했다. 동요로 시작하고 끝나고, 무슨 활동을 해야 하는지 노래를 듣고 하는 약속이 있었다. 유행하는 가요나 노래로 체조를 하거나 교실 정리정돈을 했다.

수업시간이나 발표시간에 아이들의 말을 노련한 어부처럼 낚아채서 메모해 두었다. 아이들의 한마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게 얼마나 아쉬운지 알기 때문이다.

수업할 때는 천천히 깊이 있고 쉽게 가르치고 싶었다. 이것이 지금도 늘 흔들리며 방향을 잡고 있는 나의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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