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는 평민으로 살아가기

by 신세민

더불어 사는 평민으로 살아가기

어느새 정년에 이르렀다. 고군분투의 느낌, 실과를 따내야 하는 절박함을 뒤로하고 유종의 미를 생각해야 하는 시기이다. 세상은 무서우리만치 각축을 띄는 자리도 있고 맘 편하게 느긋이 지켜보는 한적한 곳도 있다.

너나없이 마음 졸이며 정상을 향해 가는 시기를 뒤로하고 여유를 가지고 삶의 현장을 살펴본다. 그러면서 특별한 것도 없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2010년경 KBS스페셜 대안학교 프로그램에서 지리산 종주를 하고 내려온 간디학교 졸업생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포부를 밝히는 장면을 보고, 독립적 주체적 인간으로 키우려면 내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내야겠구나 하는 결심을 했었다. 그 즉시 전국의 대안학교를 검색해 보다가 충남 홍성의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에서 교훈으로 더불어 사는 평민을 쓰고 있음을 보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있다.


첫 아이가 풀무학교로 진학하고 입학식에서 유독 주눅이 들어 위축된 모습을 보였던 친구들도 창업식(졸업식)을 할 즈음에서는 어엿한 자세로 자신의 고유한 위치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가 가진 저력을 실감하였다.

2019년 북유럽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보던 중 덴마크 인생학교에 대한 글을 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진학을 하지 않고 인생의 진로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시기 1년을 머물며 공부하는 학교, 사회경험을 쌓아가다가 잠시 쉬면서 찾는 인생학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무엇이 되었던 북유럽의 교육이 모든 학생이 학업성취 80%에 이르도록 격려하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흐름에서 인생학교는 또 한 번의 성장의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시간과 공간의 모습이었다.

참으로 답이 없는 시대,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판단이 되고 그곳으로 가보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각자가 자신의 특성과 장점을 잘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사회가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또한 어떤 과정을 통해 현재의 위치에 왔던 누가 누구를 위압하거나 지도하기보다 충분한 공감으로 공통의 목표 아래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각박함 속에 서로가 서로를 쪼아대는 닭장 같은 환경의 사무실이기보다 당면한 부담과 문제를 어깨와 어깨에 하나하나 덜어서 함께 질 수 있는 분위기가 감동을 주고 돌출된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동료가 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획일적이거나 위계적 시각에서는 해결의 실마리가 모색되기보다 일방의 고통으로 귀결될 수 있겠으나 너와 나가 상호 협동하고 너와 나가 함께 꼭 같은 무게를 가짐을 인식할 때 창조적 아이디어와 방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공정의 정의를 외치고 그 실현을 이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지만 제한된 범위와 자원으로 모두가 가장 좋은 것을 얻을 수는 없는 상황에서 공존하는 삶, 서로가 서로를 수용하는 삶, 서로 돕는 생활패턴을 상호 받아들일 수 없다면 조직은 내부에서 무너져 회사가 가지는 존재가치를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제 남은 11개월의 시간 속에 아래위, 동료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들을 보내려고 한다. 인력수급으로 인한 문제, 민원(고객)에 대한 응대 어려움, 단기간에 해결해야 할 중대하고도 양이 큰 과제들이 가끔 큰 산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한다.

한계가 있는 사람으로 옆에 있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또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으면서 현실의 깨어진 모자이크가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모자람이 있던 생각이 윤곽을 나타내면서 떠오른다.

50이 넘으면서 들었던 나이 듦의 지혜가 자신의 평범함을 깨닫게 하고 한 번 더 마음으로 복기하고 또 한 번 되돌려 생각하면서 상당히 많은 부분의 실행을 자제했었던 체험을 했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한 개인이 하는 속단의 함정을 벗어나서 평범한 사람들의 집단지성의 힘이 보편적인 공감과 호응을 일으키는 성과를 내게 하고 있다. 서울 사는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아닌 최 부장이 승진하게 된 이유도 권위적 리더십이 아닌 의견수렴과 포용의 리더십이 조직을 훨씬 더 활성화시키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여유를 가지고 사람을 바라본다. 할 수 있는 만큼 기다려본다. 급한 성격이 끊임없이 잡아당김을 느끼지만 뜸을 들이고 만들어가는 과정이 있어야 함에 시간을 지켜본다. 그 와중에 사소한 또는 조금 큰 실수들이 생겨나도 여러 사람들의 이해와 협조로 그 여파를 해소하고 나아갈 수 있다.

한 개인으로는 누구나 약점과 약함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함께 할 때 많은 부분이 상쇄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어려운 문제도 이겨낼 용기를 내어보게 된다. 일말의 용기를 뒷받침하는 사람들의 힘들이 작용하기에 그 시작은 사그라들지 않고 든든한 들보처럼 지탱하게 된다.

더불어 사는 평민으로 자신을 위치하고 사람들과 협동할 때 세상은 더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