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하나 담그고서
지레 겁을 먹으면 어떡하나.
여기까지 온 걸 보니,
보통 의지는 아니었을 텐데
고작 하루이틀,
손끝에 물만 적시다 발을 빼버리니
부끄러움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남의 시선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가.
‘고작 이거 하나’ 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하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버린 게
아쉬울 따름이다.
누울 자리를 살핀다는 건
현명한 태도임이 분명하다.
다만,
제대로 부딪혀 보기도 전에
홀연히 떠나버린 것은,
결국 조금만 힘들면 포기하겠다는
선언과도 같지 않은가.
물 온도가 맞지 않다면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는 편이 이롭다.
그러나 세상일은
몸 한 번쯤 담가봤을 때야
비로소 설 자리를 알게 되는 법—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