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기원(1화):창조론보다 몇만 배 아름다운 이야기

우주의 탄생, 지구의 탄생, 단백질의 탄생, 유전자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

by 이시온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

생명의 기원. 너무나 아름답고도 심오한 이야기임은 분명하다. 고대 사람들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을 터, 사람들은 각자 종교에 따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지어냈다. 그중 고대 팔레스타인/유대 지역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전지전능한 신이라는 마법사가 첫째 날에 빛과 어둠을 나누고, 둘째 날에 하늘을 만들고, 셋째 날에 물, 땅, 식물을, 넷째 날에 해, 달, 별을, 다섯째 날에 물고기와 새를, 여섯째 날에 사람과 짐승을 만들고, 그리고 일곱째 날에 쉬었다고 한다. 이 놀라운 이야기는 고대 팔레스타인/유대 지역에 살던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이 이야기에 감탄을 금치 못했으며, 이 마법 같은 이야기는 점점 종교화되어 지금까지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유대교인이 모두 믿는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신이 만물을 뚝딱 만들었다는, 이토록 지루하고 형편없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시시하고도 재미가 없다. 아니, 시시하고 재미가 없는 걸 넘어서서 그저 가짜일 뿐이다. 하지만 이에 반해 더욱이 너무나도 환상적이고, 아름다우며, 경이로운 이야기가 있다. 나는 처음 이를 접했을 때 그 어떤 종교 경전보다도 말로 표현을 못 할 정도로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몇억 년 전 지구로부터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고자 한다.


138억 년 전의 거대한 폭발, 빅뱅은 시공간과 에너지를 펼쳐내며 수소와 헬륨이라는 우주의 첫 씨앗이자 가장 가벼운 원자들을 뿌렸다. 식어가는 우주 속에서 원자들을 한데 모아 별을 빚어낸 것은 신의 손길이 아닌 중력이었다. 질량을 가진 모든 물질은 중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걸 읽는 독자분들도 각자의 중력이 있다. 미미할 뿐.) 별들은 화려한 죽음인 초신성 폭발을 통해 자신들이 품고 있던 탄소, 산소, 철과 같은 무거운 원소들을 온 우주에 선물했다. 그렇기에 결국 우리는 모두 그 별들이 뿌린 잔해, 즉 '별의 먼지'에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걸 읽고 있는 여러분을 포함 모든 것은 별먼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별이 되기 전 중력으로 뭉치고 있는 중인 무거운 원소 구름 (출처: NASA)

46억 년 전, 2000억 개의 은하계 중 우리 은하의 작은 한 구석에선, 초기 별들이 뿜어낸 무거운 원소들이 섞인 거대한 구름이 있었다. 근처에서 일어난 또 다른 초신성 폭발이나 충격으로 이 구름은 흔들렸고, 또다시 중력에 의해 뭉치기 시작한다. 수축을 통해 이들의 회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중심부는 뜨거워지며 마침내 우리 태양계의 태양이 탄생한다. 그리고 이 거대한 태양의 중력에 의해 주변을 원반형태로 비행하던 가스와 먼지들은 서로 부딪혀가며 미행성체(행성의 씨앗)를 만들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렇게 뜨겁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골디락스 존에 우리 행성, 지구가 만들어진다. (곰 가족의 집에 들어가서 이 수프는 너무 뜨겁고, 이 수프는 너무 차갑고, 이 수프는 딱 맞아!라고 한 그 동화책의 주인공의 이름이 골디락스이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아브라함계통 종교들의 창조설화는 이미 틀려먹었다. 선 지구 후 태양이 아닌 선 태양 후 지구이기 때문.

원시 지구 상상도: 대기는 거의 없으며 지구 층의 분리는 현재진행 중 (출처: MIT)

하지만 골디락스존에 있는 지구는 처음부터 완벽하지 못했다. 수많은 미행성체, 가스, 먼지들이 계속해서 부딪히고 방사성 원소들이 뒤섞인 결과는 전체가 녹아내린 하나의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였다. 대기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하늘로부터 쏟아지는 운석들은 지구에 바로 내리 꽂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몇억 년) 철과 니켈등 무거운 원소들은 중력에 따라 지구의 중심부로 내려앉아 핵이 되었고, 자석이 되어 지금도 지구를 보호하는 자기장을 형성한다. 반면 가벼운 물질들은 위로 떠올라 맨틀이 되었다. 이 맨틀 위에선 지구가 서서히 식어가며 지각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아래에서 아직도 들끓고 있는 맨틀 덕분에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뿜어져 나온 수증기와 가스들이 대기를 형성하고, 이 대기에 갇힌 물분자들은 구름을 만들고, 이는 비로 쏟아져 내린다. 그리고 드디어 이 비가 드디어 원시 바다, 또는 원시 수프를 형성한다.

밀러 실험 (출처: 나무위키)

혹시 아미노산에 관해 들어봤는가? 아미노산은 단백질의 기본 요소이다. 이게 왜 중요한가 아마 궁금할 것이다. 단백질이라고만 하면 닭가슴살에 가득 들어있어 운동 후 먹어야 할 그저 그런 영양소로 인식하는 이들도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모든 생명체 안에서 생체대사를 포함해 여러 복잡한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효소의 대부분은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항체, DNA정보를 저장하는 히스톤, 호르몬 등 생명의 정수이자 필수 요소가 단백질이다. 그렇기에 이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의 탄생은 생명의 기원에 거대한 한 축을 담당한다. 그럼 묻는다. 이 아미노산이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나? 신이 만들었나? 그렇게 말하면 모든 게 편하겠지만 질문하고 의심하고 탐구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욕망 아니겠는가. 1950년대 미국의 한 대학원생인 스탠리 밀러 또한 그러했다. 그는 실험 장치에 원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했다. 플라스크에는 암모니아와 물을 반쯤 채워 가열시키며 뜨거운 원시 바다환경을 조성했고, 그 위에는 원시 대기를 조성하기 위해 메탄, 수소, 암모니아 가스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위엔 방전을지 속적으로 가해 번개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자, 놀랍게도, 생명체의 20개의 필수 아미노산 중 4개가 만들어져 있었고 이 외에도 포름알데하이드와 시안화수소 등 수많은 유기물체들이 만들어져 있었다. (포름알데하이드시안화수소도 중요하니 기억해 두자) 후에는 필수 아미노산 20개 중 12개까지 나타난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밀러의 실험은 위대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실제 초기 대기는 밀러의 예상보다 CO2, N2가 더 많았고, 번개는 너무 일시적이었다. 무엇보다 넓은 바다에 흩어진 아미노산들이 어떻게 한데 모여 복잡한 생명이 될 수 있었을까? 밀러의 실험은 여러 유기물체의 생산은 설명했지만, 그 물체들의 지속성과 한 군데에 모아 서로 붙게 만드는 합성에 관해선 명백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심해 열수분출공 가설이다. 깊은 바다 밑, 지각의 틈새에서 뜨거운 물이 솟구치는 열수분출공은 그야말로 완벽한 천연 생명 공장이었다. 이곳의 암석에는 미세한 구멍들이 무수히 뚫려 있었는데, 이 작은 구멍들이 유기물들이 파도에 떠내려가지 않게 가두어주는 든든한 요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진짜 소름 돋는 지점은 따로 있다. 열수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칼리성 용액과 산성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에서, 마치 건전지의 양극과 음극처럼 에너지가 흐르는 천연 양성자 기울기(Proton Gradient)가 형성된 것이다. (아마 여기서 생명과학 전공인들은 쾌자를 부를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할까? 우리 몸의 에너지 발전소인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가 바로 이 '양성자 농도 차이'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세포라는 주머니가 생기기도 전, 지구의 심해 바닥에서는 이미 생명 가동에 필요한 배터리가 24시간 내내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생명은 하늘에서 친 우연한 번개 한 번으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바다 밑바닥에 설치된 끈질기고 강력한 '지구의 배터리'에 빨대를 꽂으면서 시작된 셈이다.

열수분출공 가설을 입증하는 대서양에서 발견된 로스트 시티 (출처: 위키백과)

이러한 열수분출공 가설은 단순한 추측에 그치지 않는다. 2000년, 대서양 한복판에서 발견된 로스트 시티(Lost City)라 불리는 열수구 지대는 이 이론의 강력한 실증적 토대가 되었다. 이곳은 기존의 검은 연기를 내뿜는 열수구와 달리 강한 알칼리성 분출액을 내뿜으며, 암석 내부에는 유기물을 가두고 농축하기 최적의 조건인 미세한 탄산칼슘 구멍들이 무수히 뚫려 있었다. 실제로 생화학자 닉 레인과 빌 마틴은 실험실에서 이 환경을 재현하여, 별도의 복잡한 장치 없이 오직 산성과 알칼리성의 pH 차이(양성자 기울기)만으로도 이산화탄소가 유기물로 합성될 수 있음을 증명해 냈다. 이는 생명체가 정교한 효소를 발명하기 전, 지구 자체가 이미 에너지를 공급하는 거대한 '천연 반응기'였음을 시사한다. 더욱 흥미로운 증거는 오늘날 우리 몸속 세포에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의학적으로 생명 현상의 핵심이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의 전자전달계나 각종 대사 효소들은 그 중심에 철-황 클러스터(Fe-S cluster)라는 구조를 품고 있다. 놀랍게도 이 구조는 열수구 주변에 흔한 광물인 황철석의 결정 구조와 소름 끼칠 정도로 흡사하다. 이는 초기 생명이 열수구의 광물 촉매를 이용해 대사를 시작했으며, 그 기계적인 흔적을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세포 안에 유전적 흉터처럼 간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심해 바닥의 뜨거운 열기와 광물이 빚어낸 정교한 화학반응의 결과물인 셈이다.


잠깐 쉬어가자. 아니 너무 놀랍지 않은가? 이게 경이롭고 환상적이지 않다면 도대체 어떤 게 경이롭고 환상적인지 필자는 이해할 수가 없다. 아직도 창조론이 더 경이로운가? 그럼 더 읽어가보도록하자. 이제 생명체의 정보를 저장하고 자신의 자손에게 물려주어 자신과 같은 모습을 띄게 만드는 DNA의 탄생에 관해 보겠다

RNA의 기본 구조 (P: 인산 ㅣ 파란색 오각형: Ribose ㅣ AUCG: 퓨린/피리미딘)

포름알데하이드, 이름부터 무섭다. 하지만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포름알데하이드는 당으로, 당 중에서도 라이보스(Ribose)라는 당으로 합성된다. 바로 이 Ribose 당이 DNA 모형의 가장 바깥쪽에서 리본처럼 똬리를 트는 뼈대다. Ribose 당과 인산 (Phosphate)가 핑퐁핑퐁하며 뼈대를 만든다. 한편, 시안화수소퓨린(Purine)피리미딘(Pyrimidine)으로 합성된다. DNA 사다리에서 발판처럼 서로를 마주 보며 정보를 담고 있는 염기들이 바로 이들이다. 이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겠는가? 원시 수프에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아미노산에 더해, 포름알데하이드와 시안화수소라는 재료들이 결합하며 DNA의 기본 요소가 모두 갖춰진 것이다. 이 인산(Phosphate) + 라이보스 당(Ribose) + 퓨린(Purine) / 피리미딘(Pyrimidine) 합쳐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물질이자 DNA의 기본 구성요소인, Nucleic Acid가 탄생한다.

하지만 걸리는 것이 있다. DNA의 이름은 Deoxyribose nucleic acid이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가? 보다 보면 간단하다. Nucleic Acid는 원래 인산(Phosphate) + 라이보스 당(Ribose) + 퓨린(Purine) / 피리미딘(Pyrimidine)의 조합을 일컫는 이름이니 그렇다 치자. 하지만 “Deoxy”는 뭔가? Ribose면 Ribose 지 deoxyribose는 뭔가? 간단한다, De-Oxy-Ribose로 나누어 보면 된다. De (delete, 제거하다의 그 de이다, 같은 prefix인 것), oxy (oxygen, 산소의 그 oxy이다). 자 이제 보이는가? 너무나도 간단하다. 기본 Ribose에서 그저 산소 원자 하나 빠진 게 Deoxyribose이다. 그럼 물을 수 있다. 순수히 원시 수프에서 준 재료대로 만든 인산(Phosphate) + 라이보스 당(Ribose) + 퓨린(Purine) / 피리미딘(Pyrimidine) 조합은 없는가? 무조건 산소 하나가 없어야 하나? 당연히 아니다. RNA (Ribose nucleic acid; deoxy가 당연히 안 붙는다)라는 물질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산소 하나를 빼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에 RNA는 DNA가 탄생하기 전부터 존재했다, 그리고 현재 여러 생물들도 RNA를 주 유전 전달물질로 이용하며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 우리 인간들도 몸 안에서 아직까지도 RNA를 쓰고 있다. 대신 기본 유전정보 저장물질은 DNA가 대체하였기에 DNA를 보조하는 mRNA, tRNA 등 여러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다.


초기에 나타는 RNA는 단순한 정보 저장체가 아니었다. RNA 사슬들이 서로 복잡하게 꼬이고 엉겨 붙다 보니, 특정한 입체 구조를 갖춘 녀석들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리보자임(Ribozyme)이다. 설계도(RNA)가 스스로 망치와 삽(효소)이 되어 자기 자신을 더 빨리 복제하고 조립하기 시작한 것이다. RNA 유전체이면서도 스스로 자가 복제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물질이 스스로 '기능'을 갖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리보자임의 유산은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몸속 깊은 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현대 생명의 핵심 공장이라 불리는 리보솜(Ribosome)이 바로 그 증거다. 놀랍게도 리보솜은 단순히 단백질로 이루어진 기계가 아니라, 그 핵심 엔진이 여전히 RNA로 작동하는 거대한 리보자임 그 자체다. 오늘날 DNA는 스스로를 발현하기 위해 자신의 코드를 복제한 RNA를 만들고, 이 설계도는 세포 내 공장인 리보솜으로 전달된다. 여기서 리보솜은 유전 정보를 정교하게 해독하여 생체 화학반응에 필수적인 단백질을 맞춤형으로 제조한다. 즉, 태초에 스스로를 복제하던 리보자임의 본능이 오늘날 리보솜이라는 거대한 공장으로 진화하여, 우리 몸에 필요한 모든 단백질을 빚어내고 있는 것이다.


원시 지구의 뜨거운 대기와 심해 열수분출공은 생명의 벽돌인 아미노산을 빚어냈고, 포름알데하이드와 시안화수소는 유전자의 뼈대와 염기가 되어 마침내 최초의 유전체인 RNA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초기 RNA는 단순히 정보를 저장하는 종이 쪼가리가 아니었다. RNA 사슬들이 복잡하게 꼬이며 우연히 입체 구조를 갖추자, 스스로 화학 반응을 이끄는 촉매이자 효소인 라이보자임(Ribozyme)으로 각성한 것이다. 이는 설계도가 스스로 망치가 되어 자신을 복제하고 조립하기 시작한, 물질ㅇ이 기능을 갖게 된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 정교한 라이보자임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심해 열수구의 미세한 바위 구멍들이 든든한 요람이 되어주었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알칼리성과 산성의 충돌은 생명을 돌릴 공짜 배터리(양성자 기울기)를 제공했다. 준비된 부품인 RNA가 이 지구의 천연 발전기에 빨대를 꽂는 순간, 무생물의 화합물은 복제와 대사를 시작하는 '생명'으로 도약했다. 수십억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몸속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Ribosome)의 핵심 엔진이 여전히 RNA(라이보자임)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그 뜨거운 심해 바닥에서 시작된 위대한 화학적 본능의 후예임을 증명한다. 이 모든 과정은 그 어떤 창조 신화보다 치밀하고 압도적으로 기똥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