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없었다. 그렇다고 기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평범한 날이다. 내 감정이 요동칠 그 어떤 일도 없는 날인데 이상하게 마음속 파도가 친다.
어디서 비롯된 걸까. 바쁜 일상 속에서 차마 느끼지 못했던 외로움이 갑자기 날 덮친 걸까. 차곡차곡 쌓여왔던 스트레스가 드디어 날이 선 걸까. 타인에 대한 미움과 실망이 모습을 드러낸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타인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이 싹튼 걸까.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들. 내가 누리지 못하는 것들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 작고 사소한 것이기에 더 역겨운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느끼는 결핍이 타인을 향해 뾰족해지고 있다.
하나의 감정이 아니다. 여러 못난 감정이 뒤얽혀 내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런다고 해결되지 않는 일임을 알고 있다. 이 결핍을 이겨낼 방법은 오로지 나에게 있다는 것도. 어쩌면 내일이 되면 다시 아무렇지 않은 일상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이러한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 없던 것처럼.
그럼에도 지금은 이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면, 이 소란스러움은 내일도, 그다음 날에도 내 마음 구석구석을 울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