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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부부 May 18. 2022

빠른 은퇴

이야기의 시작

여행을 하기로 한 이유는 많다. 어떤 한 가지 이유로 이 큰 결심을 할 수는 없다.

나는 안전하게 사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를테면 안정된 소득, 안정된 관계, 안정된 일상 같은 것들 말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어린 시절의 영향이 크다고 할 법도 하지만 그럴만한 인과관계는 찾지 못했다. 그러니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나 성향일 것이다. 나는 모험을 하며 살고 싶었다. 

벌어놓은 것은 많이 없었지만 잠정은퇴를 결심했다. 여행자로 살다 보면 또 무슨 길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내 행복으로 향하는 길이 한국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시칠리아 섬 어딘가에, 시베리아에, 파미르 고원에, 뉴욕 한복판에, 세렝게티 초원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가능성을 열어보지도 않고 컴퓨터 자판만 두드려가며 일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험에는 시간과 돈이 든다. 아쉽게도 로또의 당첨 기회는 여러 번 잃었다. 몇 번의 도전에도 로또의 당첨이란 이루기 힘든,,, 정복하기 힘든 히말라야 같았다. 복권을 믿었다가는 세계여행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그래서 남편을 끌어들이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동갑내기이자, 초등학교 동창인 남편은 순진하게 잘도 넘어왔고 나는 그를 여행의 조력자이자, 내비게이션, 일꾼, 수족으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편 역시 나를 그렇게 써먹었다. 통역, 플래너, 자금관리사 등등. 아무튼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조금 절약하며 여행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식비를 아끼거나 입장료를 아끼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이럴 거면 ‘왜 여행을 하나’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우리는 알게 되었다. 일하며 여행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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