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
모든 것이 움직이기 때문에 이 사달이 났다.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을.
어떻게든 무언가를 했기에 이 사달이 났다.
일을 벌여놓고 누구도 수습 않더니,
아무것도 안 한 사람에게 손찌검을 한다.
손가락을 흔들흔들,
팔과 손, 어깨를 홱홱 돌려대고
입과 코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 얼굴이
단 1초도 멈춰있지 않아 이 사달이 났다.
'때'가 무너지면 모든 게 무너진다며
얼굴을 자글자글 구기고
쩡쩡 목청 높여 공기를 흔들어대서 이 사달이 났다.
가만히 좀 있을 것이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지 마.
누군가의 몫을 자기가 한답시고, 거들먹거리지 마.
당신들이 가만히 있을 몫을 내가 감내하고 있는 거야.
각자의 가만히 있을 몫이 쌓여,
나는 오늘 500만 번의 숨을 참았어.
그냥 좀,
오늘 해야 할 일을 딱 한 가지 정도는 내일로 미뤄보지.
그토록 자글자글, 기름에 부지런히 돼지를 구워가며
실로는 깨끗하고 가만히만 있는 돼지를 구워가며
묵직하고 둔중한 것들을 볶아가며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아.
나는 도축되지 않았을 뿐이야.
자글자글 주름지며 말라가지 않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