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부름

by 백설

동이 텄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바람이었다.

시린 눈을 다시 감고 발바닥에 차이는 것을 걷어내며 창가로 걸어갔다. 바람을 맡고, 맛을 본 나는 창문을 황급히 열었다. 눈꺼풀이 포도껍질처럼 뭉개지며 떨어졌다. 이제 바람이 아니라 설원이 보였다.

동이 튼 것이 아니다. 새벽이 온 것이 아니다. 눈의 반사광이었다. 하지만 그 빛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이 아닌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빛이 사라지면 시각을 잃는다.


밤이 오면 회백색 꺼풀이 눈 전체를 덮어, 나는 앞을 볼 수 없다. 바람이 보인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바람이 눈꺼풀을 열다가 실패하여 시린 것을 종종 눈부심으로 착각했다. 오늘은 흰 눈의 반사광으로 꺼풀이 떨어졌다. 진짜 눈부심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꺼풀의 거죽이 죽죽, 떨어졌다. 잔뜩 낀 눈곱을 걷어내듯 그것을 여러 차례 비벼 훑어냈다.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는지, 혹은 눈을 감기 전 해결하지 못한 것이 엉겨 붙었는지 모를 아침의 첫 세안이었다.


비척비척 문 밖으로 나가자 눈보라가 몰아친다. 아직 완전히 날이 밝지 않았다. 저 멀리 설원의 끝이 보인다. 아직도 모닥불이 꺼지지 않은 숲이다. 내달리는 이리 떼와 독버섯, 날아다니는 화살이 순식간에 나의 동공으로 침투했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다시 청백색의 꺼풀이 눈을 덮고 있다.


“이 시간에 눈을 뜬 걸 발견했네.”


눈앞은 점차 푸르고 흰 빛으로 덮여갔다. 얼룩덜룩한 나뭇가지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눈앞을 스쳤다.

이내 암흑이 찾아왔고 이리 떼는 시끄럽게 짖었다. 눈보라 치는 설원을 벗어나 숲에 이르자, 갑자기 귀가 멀어버렸다. 극심한 두통에 소리를 질렀다. 눈에서 하나 둘, 껍질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껍질들이 떨어져 나갈 때마다 영문도 모르고 울부짖었다. 결코 새벽이 아닌 시간에, 내가 눈을 떴다. 아니, 감고 있는 것일까. 지금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는 게 분명하다. 저 멀리서 불빛 하나를 보기 전까지는, 눈을 뜨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떨어져 나가는 껍질들과 함께 나는 눈을 잃어버리는구나, 생각했다. 캄캄한 암흑이었다. 그 불빛은 다가와 나를 흔들었다.


“일어나. 이제부터 네가 할 일을 해야지.”


들리지 않았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나를 깨운 그 불빛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란 하늘. 태양이 높게 떠있었다. 숲 속, 질기고 키 큰 나무들이 극상을 이룬 곳이다.

새벽을 삭제하고 내던져진 한낮의 소리 없는 숲.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가야세의 호각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뜬 대신 귀가 막혀버렸다. 그는 내가 눈을 뜨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나를 찾아낼 것이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