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이미 나의 사자들이 있다.

by 백설

나에게는 이미 나의 사자들이 있다.


너는 내가 필요하다 하였지만, 너에게 필요한 것은 ‘달콤한 독을 쏘는 복어‘이다. 그런 것들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음을 안다.

그렇다면 그런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게 복어가 되어주면 된다.


나는 필요하지 않다.

나는 필요 없다.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마라.

뭐가 힘든지, 뭐가 싫은지, 누가 미운지, 왜 억울한지 같은 것들을.


나는 혼자 울고 씻어내 버린다. 잊어버린다. 잊지 못한다 해도 그것은 상흔일지언정 독으로 남아있지 않다.


나의 사자와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해가 뜨고 지며, 공기의 질감이 바뀌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공복이 때마다 찾아옴을 알고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그렇게 작은 것으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복어들의 세상에 관심이 없다.

볼을 부풀리고 가시를 세우고… 가슴속에 독을 품고 사는 삶이 재미없다.


나는 독을 모르고, 독을 모르는 존재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 존재들과 함께라면 독이라는 것은 무용해진다.

나는 약이 필요하지 않고, 스스로 낫는 존재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들과 함께라면 아픔을 호소하는 일은 무의미해진다.


끼리끼리가 만나 서로의 독에 중독이 되는 것을, 서로의 독을 약으로 쓰는 것에 나는 이견이 없다.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음을 안다.


나는 아니다.

나에게는 독도 없고 약도 없다.


그러니 나의 시간을 방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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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곧 온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늘 겨울이며, 앞으로도 계속 겨울일 것이다.


나는 봄과 여름에 관심이 없으니, 지나쳐가라.


이곳에는 병이 없다.

매우 뜨거운 것들만 살아남는 얼음의 숲이며, 빙하의 성이다.


나를 여름으로 초대하지 마라. 그곳에서는 가장 뜨거운 것부터 목숨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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