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Bruise
청진기로 듣는 소소한 이야기 #17
사랑하는 가족이 아프거나
어떤 사고로 인해
하늘나라로 보내야만 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우리의 마음에는 멍이 든다
누군가에게 얻어맞거나
어딘가에게 세게 부딪치게 되어도
그 자리에 멍이 들게 마련인데
마음에 드는 멍은 오죽할까
몸에 드는 멍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짙어지다가
많은 세월이 지나야만 원래의 색으로 돌아오듯이
마음에 드는 멍도 비슷하지 않을까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멍자국은
괜찮은 것처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숨기면
숨겨지는 것처럼
그러고 살기 쉬운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는데
마음에 드는 멍자국은
여전히
그 자리에
시퍼렇게 살아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게 되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
함께하고픈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는 것처럼
마음에 멍이 든 사람은
그럴 때마다
사무치게 아프다
사무치게 그립다
잊은 줄 알았는데
보이지 않게
꽁꽁
잘 숨긴 줄 알았는데
아무리 몸부림쳐도
마음에 멍든 자국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선조들은
부모의 산소 옆에서 3년을 보내었을까?
최소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3년은 마음껏 슬퍼해도 되는 자유
숨기지 않고 괜찮은 척하지 않아도 될 자유를
공식적으로 허락받은 의미는 아닐까?
빠르게 흘러가는 시절이
무엇이든
빠르게 해결하기를 바란다
몸도 멍든 그대로이고
마음도 멍든 그대로인데
사람들은
빠르게 해결되었기를 바란다
아직은
몸도
마음도
멍들어
병들어 있는데 말이다
세월은 무심하고
시절은 야속하고
사람은 무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