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말 Feb 18. 2021

너는 다 기획이 있구나!

마스다 무네아키 <지적자본론>을 읽고

책을 고를 때 제목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아무리 유익하다는 책도 제목이 내 코드와 맞지 않으면 손이 잘 안 간다. 나에게 ‘지적자본론’이 그렇다. ‘지적’과 ‘자본론’, 보기만 해도 너무 지루하다. 굳이 왜 재미없는 제목을 지었을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읽은 계기는 내가 좋아하는 MoTV 유튜브 채널에서 추천했기 때문이다. ‘모빌스그룹’의 창업기 그리고 창업 후 회사 생활을 다루는 브랜드 채널인데, 채용 공고 영상에서 대표는 말한다. 우리 회사는 기본적으로 ‘지적자본론’ 책에 동의하는 사람들과 일하길 원한다고. 평소에 그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를 좋아했기에 궁금했다. 자신들의 회사 문화를 그 책 하나로 설명한다는 것이.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는 국민 브랜드인 츠타야 서점을 만든 기획 회사의 대표이다. 그는 기획의 가치는 단순하다고 말한다.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 그래서 고객에게 매력적인 제안을 하는 기획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Q. 왜 제안할 줄 아는 기획이 중요할까?

A. 지금은 써드 스테이지의 시대니까!


그는 고객 가치의 관점에서 소비 사회의 변화를 크게 3가지로 나뉜다 말한다.


물건이 부족했던 시대인 퍼스트 스테이지: 고객이 물건을 찾는 시대이므로, 어떤 상품이든 용도만 충족하면 팔 수 있다. 상품 자체가 곧 가치인 시대.


상품이 넘쳐나는 시대인 세컨드 스테이지: 인프라가 정비되고 생산력이 신장되면서 가치의 축은 여전히 상품이지만 그것을 선택하기 위한 장소, 즉 플랫폼이 필요하게 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는 존재가 높은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넘쳐나는 시대인 써드 스테이지: 이제는 플랫폼도 온/오프라인으로 넘쳐나기 때문에, 고객이 시각과 장소 구애를 받지 않고 구매가 가능한 시대를 말한다.


우리는 써드 스테이지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단순한 플랫폼 제공으로는 고객 가치를 높이거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러한 써드 스테이지에서 빛을 발하는 것이 제안 능력 즉, 기획이다. 플랫폼은 이미 많기에, 그 속에서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선택의 기술', 즉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상품을 찾아, 선택하여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요즘 시대가 중요시 여기는 더 나은 고객의 가치를 낳을 수 있으며, 경쟁우위에 설 수 있는 자원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신념이 츠타야 서점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단순히 잡지, 소설, 참고서, 사전 등과 같이 유통업자가 용이한 기법으로 출판물을 분류하지 않는다. 독자의 관점에서 책을 진열하고 책 안에 표현된 라이프 스타일을 고객에게 제안한다. 그 예로 프랑스 요리가 궁금한 고객에게 ‘프랑스 요리는 예술과 긴밀하니 그 측면으로 요리 문화를 이해하도록 관련 서적을 진열해야겠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는 고도의 시간과 공력이 엄청나게 소비되고, 그 이상의 견식과 교양도 요구된다. 그렇기에 그러한 요구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지적 자본이 츠타야 서점뿐 아니라, 이 시대 비즈니스 성공의 핵심이라 전한다.


Q. 지적 자본이 빛을 발할 때?

A. 물건 자체가 아닌, 물건에 담겨있는 제안을 판매할 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표현은 굉장히 단순하다. 하지만 기업이 원하는 고객 표현을 얻기까지, 기업은 고객의 모든 접점을 정교하게 디자인해야 한다. 고객은 단순히 '편안하다'라고 표현하지만, 그러한 감정을 느끼기 위해서 상품 관점의 판매에만 몰입해서는 안 된다. 그 물건 안에 있는 제안을 고객에게 판매해야 한다.


그러려면 고객 가치의 존재를 최대한으로 의식해, 그 관점에서 현재 상품과 서비스의 존재를 생각하는 자세와 필요하다. 이때 지적자본이 빛을 발한다.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은 누군가에 의해 결국 따라 잡히지만, 지적자본은 쉽게 모방할 수 없다. 순전히 본질을 꿰뚫는 지혜와 시간 그리고 축적된 경험으로 형성된다. 고객이 바라는 가치와 숨은 니즈까지 끌어낼 수 있는 제안은 지적 자본이 충만한 곳에서 나올 수 있다. 


Q. 그럼 기업에서는 지적 자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A. 휴먼스케일이 조직 유형이어야 한다.


그는 조직에서도 휴먼스케일 관점의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휴먼스케일은 건축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사람이 편안하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사고방식을 조직에도 적용해야 한다. 사람이 조직 안에 매몰되는 일 없이 자유롭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케일이 조직의 휴먼스케일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휴먼'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는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선택에 대하여 철저히 책임지는 신념의 산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명감이 필요하다. 오히려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관리를 당하는 것이 더 편하다 느끼는 것은 이 때문 아닐까. 그래서 자유로운 조직 문화의 현실은 더 냉엄하고 어렵다.


우리가 익숙했던 수직구조의 회사 조직의 형태는 팀원은 팀장을 바라보고, 팀장은 임원을 바라보고 임원은 사장을 바라보는 구조다. 그 사이에 고객은 없다. 역할과 계층만 존재할 뿐. 나 또한 의사 결정권자의 입맛에 맞춘 기획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휴먼 스케일의 조직은 모두가 동료가 되는 것이다. 즉, 병렬 형태이며, 그들 모두 바라보는 곳은 고객이 되는 것이다. 동료와 함께 고객을 같이 바라봐야, 휴먼 스케일 조직 속에서 축적된 지적 자본을 고객 가치로 치환할 수 있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믿음이 생길 수 있고 더 팀워크가 단단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것 아닌가 싶지만 자문해보자. ‘사업 구조상, 환경상 부득이한 이유’로 정작 고객이 원하는 가치는 후 순위가 아니었는지 말이다. 그러고서 우리 제품이 왜 반응이 없는지 의아해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이 책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붙어 달리기 시작하는 실무자들에게 본질을 간과하지 말라고 일깨우는 뿅망치와도 같다. 덤으로 페이지 수가 많지 않으니 바쁜 현대인에게 은혜롭기까지 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