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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Nov 14. 2022

영혼을 새기는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로고를 타투로 새긴다고?


  고객이 브랜드를 자신의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당연시 여긴다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브랜드의 이상향일 것이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환으로 우리는 브랜드를 소비한다. 그런데 어떤 의미이면 브랜드 로고를 몸에 평생 남는 타투로 각인시키고 싶은 걸까? 할리데이비슨 타투를 새긴 사람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그리고 2023년에 120주년이라는 할리데이비슨을 보면서 그 지나온 시간이 궁금해졌다. 




할리데이비슨(Harley-Davison)

  1903년, 윌리엄 S. 할리(William S. Harley)와 아서 데이비드슨(Arthur Davidson)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창립한 모터사이클 브랜드이다. 말발굽 소리 나는 배기음으로 유명하며, 대형 고급 모터사이클의 대명사이자 미국을 상징하는 상표로 자리 잡았다. 2021년 기준 5억 3363만 달러(약 6조 9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으며, 전 세계 1,500여 개 넘는 매장을 두었다.



모터사이클 대회를 통해 

제품력을 인정받고 알려지다


  현재 할리데이비슨은 크루저 바이크의 대명사로 온로드 라이딩 이미지가 강하지만, 최초로 제작한 모터사이클은 대회용이었다. 이는 초기 할리데이비슨이 모터사이클 스포츠에 관심이 많았음을 볼 수 있다. 당시 여러 유명 모터사이클 대회에 참가하여 거머쥔 우승으로 할리데이비슨의 이름과 제품력을 알리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1914년~1918년)이 시작되면서 당시 미국은 전쟁에 임무수행을 위한 기동력이 필요했고, 이는 할리데이비슨의 제품을 미군부대로 납품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전쟁이 종식된 후, 할리데이비슨은 미국에서 최대 모터사이클 제조 브랜드로 도약한다.

할리데이비슨 최초 모터사이클 ⓒ할리데이비슨 박물관



부랑자 이미지에서 

자유, 모험의 상징으로


  그러나 1950년대부터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이미지는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세계 대공황의 여파로 지속되는 경영난과 혼다 등 여러 경쟁사들이 저렴한 가격의 우수한 성능을 갖춘 제품들로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당시 할리우드 영화에서 깡패, 부랑자, 마약 운반자 등 할리를 탄 배역을 안 좋게 묘사하면서,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졌다.

영화 'Eeay Rider'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된 할리데이비슨


  특히, 경쟁사 중 혼다는 이러한 할리데이비슨의 악재를 파고들었다. 대배기량 제품 중심인 할리데이비슨과 달리 일반 사람들도 이용이 쉽도록 도시 이동수단으로 포지셔닝한 것이다. 당시 "혼다와 행복을 잡으세요"라든가 "혼다를 타면 가장 좋은 사람을 만납니다.", 또는 "할리데이가 아닌 혼다데이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자상해 보이고, 깨끗한 용모의 젊은 모델을 기용한 광고를 내보내며, '혼다를 타는 사람들은 괜찮은 사람들'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다. 이렇듯 타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으로 1969년, 결국 할리데이비슨은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레저용품 제작사인 AMF와 합병되었다. 이후 할리데이비슨은 주력 상품이었던 대형 모터사이클이 아닌 타 경쟁사들처럼 소형 모터사이클 개발에만 주력했다. 이는 할리데이비슨의 핵심 고객들마저 외면하게 되고, 한때 75%에 달했던 할리데이비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질 정도로 암흑기를 보내게 된다.

미국 진출시 공략한 혼다 모터사이클의 광고 스타일 ⓒ혼다


  1981년 2월, 할리데이비슨의 재기를 바라는 13명의 임원들이 AMF로부터 할리데이비슨을 다시 사들였다. 그들은 합병의 실패 요인과 타 경쟁사들이 가질 수 없는 할리데이비슨 만의 경쟁력이 무엇인지 파악한 결과, 지극히 ‘미국적인 것’으로 귀결하였다. "독수리는 홀로 비상한다(The Eagle Soars Alone)"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며, 지극히 미국적인 모터사이클 스타일의 정수이며, 할리데이비슨의 정체성인 중대량급 모터사이클 디자인을 되찾았다. 자유와 모험을 연상시키는 지금의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유전자는 이 시기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More than building machines, we stand for the timeless pursuit of adventure. Freedom for the soul.

-할리데이비슨 브랜드 미션-


  재기를 위한 할리데이비슨의 움직임은 당시 미국의 경제 또한 안정화되기 시작하면서 그 시기에 주류였던 여피족*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피족*은 고소득 전문 계층이 주를 이루며, 그들은 물건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기 좋아했기 때문에 구매력을 보여주면서 정체성이 분명해 보이는 할리데이비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들은 자본 만능주의 같은 화이트칼라의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면서도 개인주의, 취미활동에서의 개방성 등이 조금씩 섞어 드는 형태의 종족이었다. 이러한 여피족의 라이프스타일이 할리데이비슨과 연결되면서 과거 부정적인 이미지 연상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영 어번 프로페셔널즈(Young Urban Professionals)의 머릿글자를 본떠 미국에서 만든 신조어. 도시의 젊은 지식노동자,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회 근교의 25 ~ 45세까지의 지적 산업 혹은 빌딩 사무직에 종사하는 회사원들을 이와 같이 불렀다. 



할리데이비슨의 심지, 
엔진과 CVO


  중대량급 모터사이클 라인업 외에도 할리데이비슨의 제품 중심엔 엔진과 CVO™가 있다. 초기에는 안정성과 품질 기반의 1기통 실린더 F-Head 엔진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했고, 1909년에는 할리데이비슨의 상징인 V-Twin 엔진을 탄생시켰다. 기존의 1개의 실린더를 2개로 늘리고 45도 각도의 V자 형태로  배치하여 압도적인 출력과 높은 배기량, 말발굽에 배기음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추게 되었다. 특히, F-Head V-Twin 엔진은 군용, 경찰, 민간용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로 성장하는데 기여했다. 세계 대공황과 경영난에도 할리데이비슨은 엔진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하여 1984년,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설계된 Evolution 엔진은 오너들의 커뮤니티인 H.O.G.™와의 시너지 효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가 시장을 선도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할리데이비슨의 역대 엔진 중 최대 성능이라 자부하는 Milwaukee-Eight까지 개발된 상태이다.


  엔진과 더불어 더 강한 출력, 더 아름다운 디자인,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액세서리로 커스텀하는 CVO™가 있다. CVO™는 Customer Vehicle Operation의 줄임말로 할리데이비슨이 자랑하는 마스터들이 1인 1대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커스텀 모터사이클이다. 할리데이비슨의 몇몇 제품들을 업그레이드한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높은 배기량의 엔진 장착과 도색 및 디자인에도 특수 페인트를 사용하고 크롬 마감하는 등 세련되고 독특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사용자 편의를 위한 사운드 시스템과 전자장비 등 다양한 것들이 추가된다. 1인 1대 수작업인 만큼 매년 판매 수량이 지극히 제한적이지만, 특별함을 중시 여기는 오너들 사이에서 CVO™는 자신들의 워너비를 라고 말할 정도이다. 현재까지 8종류의 CVO™모델이 탄생했으며, 매년 4~5개의 모델을 엄선하여 CVO™로 제작하면서 발전하고 있다. CVO™는 매출을 위한 모델이라기보다 할리데이비슨에 대한 오너들의 애정에 보답하는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 엔진과 CVO™ 라인 ⓒEtsy, 할리데이비슨



브랜드의 영속성을 

H.O.G.™에서 찾다


  지금까지 할리데이비슨이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H.O.G.™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할리데이비슨의 우여곡절을 함께한 오너들의 끈끈한 네트워킹을 눈여겨본 할리데이비슨은 '이것이 앞으로 우리(할리데이비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여 1983년, 본사 주도로 할리 오너스 그룹(Harley Owners Group, HOG)을 결성하였다. H.O.G.™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백만 명이 넘는 회원을 가지고 있는 세계 최대의 모터사이클 동호회이며, 할리데이비슨을 소유한 라이더라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H.O.G.™는 모터사이클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으며, 가족적이고 모범적인 라이딩 문화를 선도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매년 큰 규모의 랠리 이벤트를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며(약 30여 개), 한국 2022년 9월 강원도에서 '코리아 내셔널 호그 랠리'를 개최하여 약 1600명의 오너들이 참가하였다. 


  H.O.G.™는 오너들을 위한 다양한 혜택과 이벤트들로 오너들의 명성을 올려준다. 특히, 할리데이비슨이 만든 모터사이클 의류와 라이딩 기어, 부품 및 액세서리들은 오너들이 다양하게 커스텀해가면서 브랜드에 깊게 빠지게 만든다. 이렇게 특별한 경험, 멋짐 등의 흥미를 자극하고 자부심을 느끼게 만든 브랜드에게 고객은 활력을 느끼고 브랜드로부터 영감을 받는 추종자로 진화시킨다.


  이렇듯 브랜드가 구매자들의 네트워킹 활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그들의 소속감뿐만 아니라 결속력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이는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고, 그렇게 커진 H.O.G.™의 영향력은 비즈니스 성장과 시너지를 이끌어냈다. 고객 스스로가 브랜드 전도사가 되어 입소문을 내고 있으며, 그런 구매력 있는 할리데이비슨 오너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며 가망 고객뿐만 아니라 대중들까지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을 형성하고 있다.

H.O.G.™ 랠리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H.O.G.™ 홈페이지



할리데이비슨처럼 살기


  2000년 세계 모터사이클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적도 있었던 할리데이비슨. 2021년 기준, 매출은 6조 9000억 원이며 세계에 1500여 개 매장을 둔 이 브랜드의 재구매율은 95%에 달한다. 할리데이비슨은 프로모션 예산의 75%를 다른 모터사이클 소유자나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는 사람들이 아닌 현재 고객에게 쓴다고 말한다. 오너들이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한 혜택을 주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은 “현재 고객이 친구들에게 할리데이비슨 얘기를 전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라며 “고객이 곧 최고의 영업사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래서인지 할리데이비슨 오너들이 자신들의 친구 • 배우자와 같이 타면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브랜드 체험과 문화예술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듯 119년간 쌓아온 할리데이비슨의 지각된 품질*은 브랜드에 대한 신용도뿐만 아니라 강력한 브랜드 연상(자유, 모험)을 구축하는데도 영향을 미쳤다. 더 나아가서 타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따라 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할리데이비슨에 있다고 믿는 브랜드 우월성을 만들었다. 결국 브랜드가 내가 되고 내가 브랜드처럼 사는 체화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지각된 품질이란 제품이나 서비스가 본래 의도하는 바에 따른 제품의 전반적 품질이나 우수성에 대한 고객의 지각. 고객에 의한 지각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품질과 다를 수 있다. 

할리데이비슨 오너 인터뷰 영상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브랜드가 곧 나'라고 여기는 고객들과 함께하는 브랜드는 어려운 상황에서 도 쉽게 붕괴되지 않고 극복하여 나아갈 수 있음을 할리데이비슨 케이스를 통해 볼 수 있었다.


  119년을 이어온 할리데이비슨도 여전히 도전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하나는 주요 구매층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젊은 층 중심의 새로운 소비층을 확보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기후위기에 대한 모터사이클 제조사로서의 사회적 역할이다. 일단 2019년 전기 모터사이클 브랜드인 ‘라이브 와이어(live wire)’를 론칭하여 친환경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내비쳤으나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 라인업과 마케팅 활동은 아직 큰 변화가 없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참고자료:

할리데이비슨 홈페이지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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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무적전투기 日 제로센 약점 있고 둔중한 할리데이비슨도 강점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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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아커, 브랜딩 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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