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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Jan 22. 2023

디자인 씽킹 바이블 1편: 분석과 직관의 균형

로저마틴의
디자인 씽킹 바이블


 기억하고 싶어서 기록하는 글. 쓰다 보니 길어져 3편으로 나눴다.


 이 책은 디자인 씽킹의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알려주진 않는다. 우리가 평소 지니고 있는 관념들을 깨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책 같았다. 지식을 생산하는 사고의 과정이라던지, 왜 디자인 씽킹이 어려우며, 어떠한 마음가짐과 태도로 접근해야 하는지 말이다. 나에겐 그 점이 오히려 좋았다. 

 




디자인 씽킹이란

무엇인가


 가장 완벽한 사고방식은 분석적 사고에 기반을 둔 분석적 숙련과 직관적 독창성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디자인 씽킹 바이블 27p-


 분석적 사고는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두 가지 형태의 논리인 연역적 추리와 귀납적 추리이다. 진리와 필연을 분명하게 말하는 방식이다. 가치를 창조하는 과정은 직감과 본능이 아닌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로 뒷밤침되는 엄격하고 계량적인 분석을 기반으로 한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반해 직관적 사고는 분석에 기반을 두지 않는 순간적인 통찰과 창조적인 직감을 혁신의 진정한 원천으로 여기고 중시한다. 즉 추론을 하지 않고 사물을 이해하는 기술이다. 점점 증가하는 분석적 경영의 영향력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온 측면이 강하다.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는 서로 상반된 개념이기 때문에 양립이 안될 것 같지만, 진정한 디자인 씽킹을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필자는 말한다. 한쪽에만 치우친 사고 관점은 자칫 문제를 입체적으로 보는데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분석적 사고가 지배적인 조직은 이미 시도되고 검증된 것을 철저히 고수함으로써 대량생산 체계 같은 것을 구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반대로 직관적 사고가 지배하는 조직에서는 혁신이 빠르고 강하게 일어날 순 있지만, 조직의 성장과 지속에서 엄청난 문제에 부딪히기 쉽다. 직관에 치우친 기업들은 사업을 체계화할 수 없어 직관력이 있는 개개인의 리더들과 함께 흥망성쇠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을 위해서는 양자택일이 아닌 두 가지 사고방식을 조화시켜야 한다.




지식 생산 필터와

디자인 씽킹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가 조화를 이룬 조직은 효율성과 혁신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필자는 분석적 사고와 직관적 사고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지식생산 필터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말한다. 각 단계별 설명과 책에서 드는 예시를 정리해 보았다.


<1 단계: 미스터리>

 미스터리는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현상이 우리의 집합적 의식 속에서 미스터리로 새어 나온다. 미스터리들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지만, 우리에게 이해가 되지 않는 환경 속에 있는 현상들이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중력'은 과거 선조들에게는 혼란스러운 현상인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사물은 왜 땅으로 떨어지는 걸까?'


<2 단계: 경험법칙>

 경험법칙은 미스터리의 탐구 영역을 좁히고 다룰 수 있을 만한 크기로 줄여준다. 경험법칙은 사물에 관한 백과사전식 이해를 추구하지 않는다. 경험 법칙을 사용한다고 해서 특정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미이다.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한 조건이라면 경험법칙을 사용하는 편이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가 가져올 '가능성'이 있거나, 평균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미한 약속과도 같은 것이다.

'물리적인 사물을 땅으로 끌어당기는 보편적인 힘(중력)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3 단계: 알고리즘>

 개략적 경험법칙을 확고한 공식으로 전환시키는 단계이다. 즉 검증된 제작 과정인 것이다. 외부에서 개입한다거나 완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구체적으로 제시한 절차를 순서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원하는 특정 결과를 '보장'받을 수 있다. 정해진 절차를 따라가면 '이행보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알고리즘은 경험법칙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뉴턴 중력의 법칙: 중력의 세기(F)는 물체가 가진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두 물체(m1, m2) 사이의 거리(r)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이것은 F = G(m1*m2 /r²)이라는 공식으로 간단히 나타낸다.'
*G는 중력상수



맥도날드로 보는

지식 생산 필터 과정


<1 단계: 미스터리>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은 경제의 급성장으로 번영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시 부유한 라이프 스타일의 상징인 자동차 보급의 가속도가 붙고, 고속도로 시스템이 발달하여 생겨난 자동차 문화가 캘리포니아 해변 중심으로 여가 문화를 만들어냈다. 당시 맥도날드 형제는 로스앤젤레스 근교에서 바비큐와 햄버거를 판매하는 드라이브 인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당시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여러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레스토랑의 단골 고객들 가운데 일부는 엄마를 하루 저녁 정도는 주방에서 해방시켜주려고 하는 가족들이 있었다. 그러나 레스토랑 주변에 모여드는 부랑자들을 보고 놀란 가족 고객들은 차를 타고 그냥 지나쳐버리기 일쑤였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까지 배달되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에 대한 불평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해변에서 선탠과 서핑을 즐기려고 포드나 뷰익 자동차를 타고 길을 나선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어떤 방식으로 먹기를 바라는가?'


<2 단계: 경험법칙>

 맥도날드 형제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손이 많이 가는 바비큐 그릴을 치우고 메뉴를 25가지로 줄이게 된다.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자동차까지 배달해 주는 방식을 없애고 대신 서비스 창구에서 주문을 받고 손님들이 자신이 시킨 음식을 직접 가져가도록 한다. 드라이브 인에서 드라이브 스루를 차용한 것이다. 그리고 햄버거는 재료의 구성은 규격화하여 조리 시간을 줄이고자 했다.

 '나는 캘리포니아 사람들이 외식을 위해 퀵 서비스 햄버거 매장을 좋아하리라 생각한다.'
맥도날드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장면 ⓒ영화 '더 파운더'


<3 단계: 알고리즘>

 맥도날드의 창업자인 레이 크록은 이 레스토랑을 프랜차이즈 화하기 위해 맥도날드 형제의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개선하여 엄격한 과학의 수준까지 규격화하고자 했다. 상황에 따른 직원들의 자의적인 판단 배제하는, 과학의 수준까지 단순화한 것이다. 물류시스템, 조립라인 가이드, 표준 작업지침 등과 같이 햄버거 패티를 ‘정확히’ 얼마나 오래 익히고, 직원을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고용하며, 매장은 ‘정확히’ 어떻게 관리하고,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할지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과학의 수준까지 엄격하게 규격화하여 빠르면서 동일한 품질을 지닌 서비스를 제공하자!'


 이렇듯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에 걸맞은 영업 방식을 고안한 맥도날드 형제와 레스토랑 운영과정을 극단적으로 체계화한 레이 크록의 방식은 지식을 어떻게 고도화할 것인지, 어떻게 가치를 포착할 수 있는지를 모든 유형의 기업에 보여주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맥도날드 창업 과정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더 파운더'의 주요 장면




 살면서 주변에 자주 나타나는 미스터리를 그냥 당연한 것,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기며 넘어갈 때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 미스터리 현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가설을 세우며, 대안을 탐구하며 나아가는 사고방식이 디자인 씽킹의 시작일 것이다.


 맥도날드처럼 디자인 씽킹 과정을 통해 성공한 기업들의 경우, 그 사고방식을 유지하며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 같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디자인 씽킹은 유지하기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과정 속에서 방해요인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다음 편은 디자인 씽킹에 방해하는 요인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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