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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말 Feb 19. 2023

디자인 씽킹 바이블 3편 : 토스 사례

로저 마틴의
디자인 씽킹 바이블


디자인 씽킹 바이블 1편: 분석과 직관의 균형

디자인 씽킹 바이블 2펀: 방해요인


 디자인 씽킹은 분석적 사고로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목표로 갖는 신뢰성과 직관적 사고로 원하는 목적에 들어맞는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목표인 타당성의 균형이 필요하다. 그럼 어떻게 신뢰성과 타당성이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개인과 조직이 갖출 수 있는 요소를 살펴보고, 토스의 사례를 통해 이 부분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보고자 한다.




ⓒ노말



개인 측면


1. 태도 변화시키기

 디자인 씽킹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을 추구하며, 뜻밖의 가능성을 포용하고, 건너편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른 채 복잡성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신뢰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타당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귀추 논리가 적용된다.


 귀추 논리는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분석적 사고와 아무 추론 없이 지식에 도달하는 직관적 사고의 딱 가운데이 위치한다. 분석적 사고보다는 확실성이 부족하고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명확한 형태의 논리와 사고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순수한 직관보다 훨씬 일관성 있고 반복 가능한 지식 생산의 도구를 사용한다. 이 도구에 대한 설명은 바로 순서에 나온다.


 디자인 씽킹을 갖추길 원한다면 먼저 현 태도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내린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고, 결정의 배후에 자리 잡은 가정과 믿음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히 자문해봐야 한다. 그리고 복잡성을 포용하고 뜻밖의 결과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디자인 씽킹의 태도와 자신의 태도를 비교해야 한다.


2. 도구 갖추기

① 관찰

 깊이 있고 세심하며 개방적인 관찰을 말한다. 디자인 씽킹은 지식을 발전시키는 데 유용하면서 새로운 통찰력을 찾는 작업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미스터리'를 '경험법칙'으로 전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패턴 등).


 '현실적으로, 보통, 평균적으로, 일반적으로, 예전에는, 당연히...’라는 늪에 빠지면 개방적인 관찰이 어렵다. '미스터리' 단계에서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어야 다음 지식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② 상상

 상상을 실용적으로 연마하는, 즉 추론과 시험을 반복적으로 실행하는 순환 고리로 전환시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사고의 논리적인 비약이다. 바로 귀추법. 앞서 말했듯이 귀추법은 과거 데이터에 의존하는 분석적 사고와 추론 없이 지식에 도달하는 직관적 사고의 딱 가운데에 위치한다.


 귀추법과 더불어 반복적인 시험이 필요한데 바로 프로토타입이다. 아무리 귀추 논리를 훌륭하게 사용하는 사람일지라도 프로토타입을 만들다 보면 약점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개선하고, 일련의 테스트를 거쳐 새로운 추론과 새로운 프로토타입을 연속적으로 제시함으로써 결국 마음을 끄는 디자인에 도달하게 된다.


③ 구성

 아이디어를 행동 체계로 전환하여 원하는 비즈니스 결과물을 창출하는 작업이다. 귀추 논리에 의한 창조적 직관으로부터 결실을 맺을 수 있는 비즈니스로 디자인하는 것이다. 자신의 통찰과 새로운 해법이 비즈니스의 영역이라는 더 큰 맥락에 잘 들어맞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면 관찰과 상상으로부터 의미 있는 보상을 얻을 수 없다.


3. 경험을 이용하기

 디자인 씽킹을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경험을 이용하여 숙련도의 깊이를 더하고, 독창성을 배양해야 한다. 체계화, 기획, 집중, 그리고 반복을 주요한 특징으로 하는 숙련은 특정 영역에서의 반복된 경험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독창성 없는 숙련은 기계적인 방법이 되어버리고 만다.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하는 것을 시도하지 않는 숙련자는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것들만 보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숙련이 빠진 독창성은 무작위적이진 않더라도 유별나게 불규칙하다. 그렇기 때문에 숙련과 독창성이 결합될 때 더 강력한 힘이 창출된다.

디자인 씽킹을 하는 사람의 지식체계 ⓒ디자인 씽킹 바이블



토스 사례로 보는

신뢰성과 타당성의 균형(개인)


1.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바라보는 연습

 토스 이승건 대표는 간편송금 서비스를 출시하기까지 8번의 실패가 있었다. 그가 8번의 실패를 통해서 배운 것은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닌,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은 자신에게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 지식수준에서 조금 획기적이거나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하는 정도의 아이디어 일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소비자가 불편한 게 무엇인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나온 통찰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일 최적의 기술과 재능을 찾는다. 사고의 시작점이 다른 것이다. 실제로 토스 직원들은 무작정 밖으로 나가 사람들이 겪는 상황들을 관찰하면서 어떠한 장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를 하루종일 관찰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금융에 국한하지 않았다고 하니, 정말 미스터리 단계에서 관찰을 한 것이다.


 그러다 사람들의 생활과 밀접한 계좌이체에서 나오는 불편함을 발견하였다. 이 현상을 발견한 토스는 'IT 시대인데 복잡한 금융 업무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사고의 논리적 비약으로 상상했으며, 그래서 나온 비즈니스 디자인이 간편송금이다.  

“초기 멤버 5명이 서울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사람들의 삶을 관찰했고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거래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 뱅킹이 정말 다른 앱인 것처럼 불편하게 구성돼 있더라. 만약 정말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토스 다큐멘터리, 이승건 대표 인터뷰 중-


2. 옳다고 생각하면 행동한다

 비록 분석적 사고보다는 확실성이 부족하더라도 명확한 형태의 논리와 사고 과정을 거쳐 문제의 새로운 해결책을 발견한다면, 적극적으로 탐구하여 비즈니스를 디자인한다.


 2014년 2월 토스는 간편송금 베타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2개월 후 금융당국의 규제로 서비스를 셧다운 됐다. 공인인증서를 거치지 않고, 송금하는 방식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게 골자였다. 이 대표와 토스 창업 멤버들은 그때부터 금융 당국과 은행을 찾아다녔다. 은행장에게 수백 통의 손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2015년 청와대 업무보고에 청년기업가로 나선 이 대표는 “국내에도 핀테크 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고위 관계자들은 “일개 스타트업이 금융을 뒤흔들려고 한다”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지만, 결국 2015년 2월에 정식으로 토스는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22년 6월 기준 토스 MAU, 1427만 3960명).

“간편송금이라는 아이디어를 바로 모바일 앱으로 구현하지 않고 먼저 서비스를 소개하는 웹사이트부터 만들었다. 홈페이지에는 서비스를 소개하는 문구와 서비스에서 송금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30초짜리 영상이 있는 페이지가 다였다. 주말 오픈에도 불구하고 3~4일 동안 수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아직 제품을 만들지도 않았는데 웹사이트 만을 통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니, 우리의 아이디어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토스 다큐멘터리, 이승건 대표 인터뷰 중-



조직 측면


1. 탐구-개발 단계의 순환

 성공적인 비즈니스 창출에 안주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경험한 노하우와 숙련도로 다시 미스터리 단계로 넘어가 탐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쉬울 것 같지만 많은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과학적인 수준으로 개발한) 알고리즘 단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수익 때문에 다시 미스터리 단계에서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외면하거나 두려워한다.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에 부딪치며 지식을 생산해 왔던 지난 상황과는 다를 것이다. 이제는 지식 생산에 성공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 미스터리 단계로 넘어가도 전처럼 헤매지 않고 훨씬 더 빠르게 혁신이 가능하다.


2. 기존 인프라 개선(재무/보상)

 회사의 재무 부서는 과거의 매출과 비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의 예산 규모를 편성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지배적인 부서이다. 매년 예산 심사를 하다 보면 나오는 단골멘트, '이 비용을 쓰면 얼마나 매출이 일어나는가?'이다. 전에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인데 구체적으로 매출을 예측하라니. 추정을 할 순 있겠지만 매번 첫 질문이 이렇다면 귀추 논리에 의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재무는 전체적으로는 신뢰도를 목표로 엄격히 계획하고 예산을 잡아 관리하되, 진보 지식을 목표로 둔 활동의 재무 계획은 목표와 지출 한도 설정으로만 구성하는 게 좋다.


 그 예로 미국 대형할인점 '타깃'의 경우, 과거의 실적에만 기초하지 않는 연간 예산 편성 메커니즘을 개발했다. 각 부서가 다음 해의 계획으로 제안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에 예산의 일정 비율을 할당받게 되는데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는 아이디어에 가장 많은 예산을 할당한다고 한다.


 보상 제도의 경우도 매출 달성 기반의 보상 외에 제일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는 일의 가치를 더 높이 사는 보상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3. 문화적 규범을 통한 인식개선

 디자인 씽킹을 도입한 기업들은 새로운 규범, 즉 직원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암묵적인 규칙이나 지침 역시 개발해야 한다. 신뢰성과 타당성의 균형을 추구하는 문화적 규범을 전사가 우선순위로 수호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담당 부서만 ‘문제 접근과 해결책이 타당하며, 비즈니스 수익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을 고민하고 독단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부서에게도 정보와 상황을 최고 수준으로 공유하여 다음 지식 단계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이러한 문화적 규범은 CEO가 주축이 되어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토스 사례로 보는

신뢰성과 타당성의 균형(조직)


1. 성공 후 다시 미스터리로 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토스뱅크의 출범

 토스 대표가 디자인 씽킹의 태도로 문제에 접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직도 그러한 태도가 내재화되었다. 간편송금이라는 서비스가 지식 생산 필터 과정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론칭되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습득된 경험과 노하우로 좀 더 효율적으로 다른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서비스 단위로는 신용조회 서비스와 코로나 재난지원금 쉽게 신청하기가 있었고 사업 단위로는 토스뱅크가 있다.


 2021년 10월 5일 오전 10시, ‘새로운 은행’ 토스뱅크가 문을 열었다. 토스 뱅크는 대한민국 스무 번째 은행이다. 그러나 토스뱅크는 '스무 번째 은행만'은 아니고자 한다.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출범식에서 토스뱅크는 ‘완전히 새로운 첫 번째 은행’이기를 선언했다. 이제는 모두가 모바일로 은행을 이용하지만, 은행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의 형태는 30년 전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다는데서 토스뱅크는 변화의 실마리를 찾았다. 토스뱅크는 ‘은행’을 이렇게 정의한다. 고객이 돈을 모으고 보관하고 불리는 곳이자, 필요할 때 적절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곳이라고.


 토스뱅크 팀원들은 오로지 은행의 근본적인 필요에 집중했다. 공급자 중심으로 어렵고 복잡하게 설계된 은행 ‘상품’을, 사용자 관점으로 재조립한 ‘서비스’로 혁신하기로 했다. 이들이 밤을 하얗게 새워가며 고군분투한 끝에 내놓은 상품은 단순했다. 조건 없는 수신 상품, 고객별 구분이 없는 여신 상품, 그리고 체크카드 하나. 고객이 발품 팔거나 고민할 필요 없는 단순한 형태로 만든 것이다.

토스 뱅크 출범식과 서비스 특징 ⓒ토스뱅크


2. 디자인 씽킹 사고방식이 스며든 조직문화

 토스는 목적(프로젝트, TF, 프로덕트 등) 중심의 부서 구조를 지니고 있다. 또한, 지난 6개월의 배움과 앞으로 6개월 간의 전략을 공유하는 전사 정기 커뮤니티 이벤트인 '얼라인먼트 위크'를 통해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지 각 부서별로 정보를 공유하며, 토론을 통해 타당성과 신뢰성의 균형 추구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토스팀이 지향하는 가치를 문서, 영상, 행사, 도서 등 여러 가지의 수단으로 표현하여 직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토스팀의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오리지날 필름 '더 팀' 워크 스토리와 얼라인먼트 위크 그리고 지향하는 가치 ⓒ토스 피드




 3편에 걸쳐 로저 마틴의 디자인 씽킹 바이블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고 내가 생각한 디자인 씽킹 사례를 토스 사례로 접목시켜 보니, 개념과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한결 더 쉬워졌다.


 앞서 말한 토스의 이야기는 최근 출간한 '유난한 도전'이라는 책을 통해서도 볼 수 있다. 그들이 책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이유는 직원대상의 내부 브랜딩을 넘어 대중을 상대로 <토스=경계를 부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브랜딩 하고 싶은 의도가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도는 다시 토스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이라고. 그만큼 디자인 씽킹 조직은 개인과 회사가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용/출처

토스, 토스팀의 진짜 일하는 이야기ㅣTHE TEaM: 토스팀 워크스토리ㅣ토스

토스, 토스 다큐멘터리ㅣFINTECH - BEHIND THE SIMPLI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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