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끝의 위로, 브랜드가 되다
2019년, 제 삶은 낯선 고요로 가득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친했던 친구마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별은 연속으로 찾아왔고,
그 뒤엔 깊은 무기력감이 따라붙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었던 슬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속에 단단히 눌러앉았습니다.
그렇게 매일을 조용히 견디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나의 삶을 다시 살아야 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싶을까.
우연히 참여하게 된 한 취업 연계 프로그램에서,
자아탐색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상담사 선생님은 제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어요.
“당신은 누군가의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더 어울릴 것 같아요.”
그 말은 마치 오래 묻어두었던 감정을
톡 건드린 듯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어렴풋이
‘언젠가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오래, 깊게 제 안에 남았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가능성으로 바라봐 준 느낌이었거든요.
그즈음 저는 우울함을 달래기 위해
앙금플라워와 전통떡 수업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다녔습니다.
그냥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런데 떡을 빚는 손끝에서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할머니께서 가족 생일마다
손수 떡을 만들어주시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찜기에 찰떡 하나를 쪄내던 시간,
하루를 오롯이 정성으로 채우던
어릴 적 부엌의 풍경이 그리워졌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따뜻한 기억과 정성을
지금의 나답게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떡은 제게 ‘먹는 것’을 넘어,
기억을 빚고, 마음을 나누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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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만들면서 저는 처음으로 이렇게 느꼈습니다.
“나는 모자라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좋고, 느려도 괜찮고,
망설여도 괜찮다고.
그걸 인정해 주는 손길이
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저는 저만의 브랜드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떡이라는 전통을 토대로,
지금의 감성과 제 이야기를 함께 녹여낸 브랜드.
완벽한 사람 대신,
따뜻한 마음으로 단단히 이어지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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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중입니다.
오프라인 운영을 마무리하고,
온라인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과도기 속에서
간간히 연락을 주시는 고객님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그때 먹었던 떡, 아직도 기억나요.”
“언제 다시 시작하세요? 기다리고 있어요.”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제게는 다시 떡을 빚을 용기를 줍니다.
작고 조용하게 시작했던 일이
누군가의 마음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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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는
앞으로 제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가 보려 합니다.
상실에서 시작된 회복, 마음으로 이어지는 브랜드,
그리고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일하고 싶은
한 대표의 이야기.
제품이 아니라,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마음으로
저는 오늘도 조용히, 시루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