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떡을 만들면 안 돼요?
처음부터 정해진 길을 잘 걷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공부보다는 노래하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좋았고,
정답을 외우기보다는
‘왜?’를 묻는 게 더 자연스러웠죠.
그 성향은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회사에 다닐 땐 일보다
사람 사이의 온도가 신경 쓰였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보다
무엇을 왜 만드는지가 늘 먼저 떠올랐습니다.
그런 제가 떡 브랜드를 만들게 될 줄은,
사실 저도 몰랐어요.
더 정확히 말하자면,
떡 하나에 이렇게 많은 감정과 이야기를
담고 싶어질 줄은요.
‘시루몽’을 준비하던 초창기,
처음엔 강아지와 벼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와 떡의 재료인 벼를 조합해
나름 의미를 담았지만,
‘시루몽’이라는 이름과 함께 놓았을 땐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떡 브랜드라기보다는
애견 간식 브랜드 같다는 말도 들으며
고민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브랜드는 어떤 감정을 담아야 할까?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걸까?
그리고 나는, 이 브랜드를 만들면서
어떤 나로 살아가고 싶은 걸까?
그때 떠오른 건
모두가 알고 있는 달에서 떡을 찧는 토끼였습니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 많이 소비된 이미지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안에서
작은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흰 토끼, 달, 떡메, 절구.
익숙한 조합이지만,
그 안에 지금의 저를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단단한 눈썹은
흔들려도 다시 일어서겠다는 다짐이고,
둥글고 또렷한 눈은
세상을 향해 다시 마음을 여는 용기고,
빨간 망토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시루의 입을 그려 넣지는 않지만,
표정으로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어쩌면,
쉽게 말로 표현 못했던
제 감정을 대신 표현해 줄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온 마음이
투영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러스트라는 디자인 프로그램은
거의 처음이었습니다.
손으로 스케치한 수십 장의 캐릭터들을
온전히 저작권 등록까지 연결하기 위해서는
일러스트로 그려야 했고,
그래서 밤을 새워 유튜브를 보며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배웠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건 분명히 내 손끝에서 태어난 아이구나’
싶은 순간이 있었습니다.
시루는 그렇게 태어났습니다.
누구를 닮은 게 아니라, 저를 반영한 존재로요.
시루는 질문하는 존재입니다.
“꼭 이렇게 만들어야 해요?”
“이 방법 말고는 안 되나요?”
“내가 좋은 방식으로 해보면 안 돼요?”
그 질문은,
제가 살면서 가장 많이
꾹 눌러왔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사회의 기준에,
누군가의 기대에,
늘 ‘맞춰야 한다’는 태도로 살아왔던 시간들.
하지만 그게 나와 맞지 않을 때,
나는 조용히 침묵하거나 스스로를 포기했죠.
시루는 그런 저를 대신해 말해주는 캐릭터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전해지는 방식으로,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내가 믿고 싶은 삶의 태도를 담아내는 방식으로요.
이 브랜드를 하면서
저는 더 단단해졌고, 더 정직해졌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향한 마음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시루는 단순한 브랜드의 캐릭터가 아닌,
누군가에게는 위로고,
누군가에게는 웃음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나도 괜찮다고 믿게 해주는
작은 확신이 되기를 바라는 존재입니다.
지금 시루몽은 온라인 전환을 준비하며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상태입니다.
오프라인 운영을 마무리한 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시작해 보려는 중이에요.
그래서 요즘엔
시루의 얼굴을 다시 꺼내 보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곱씹으며
처음 브랜드를 만들던 마음을 다시 꺼내고 있어요.
저는 제품을 단순히 판매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담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다시 시작하려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여기에 글을 쓰는 것도 그 첫걸음 중 하나예요.
아직은 조용하지만,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는 계속되고 있어요.
이 여정을, 나답게, 천천히,
그리고 진심으로 이어가 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