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지 않는 시간,
브랜드가 자라는 시간

가게 문을 닫고 나서야 진짜 브랜드가 자라기 시작했다

by 시루몽

오프라인 매장의 문을 닫은 뒤, 나는 매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 어느 때보다 '진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가게를 닫고 나서야 보인 것들


처음 가게를 정리하기로 결심했을 때, 마음은 복잡했다.

단순히 매출 때문도, 힘들어서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대로 계속할 수는 없다'는 직감이 더 가까웠다.


시루몽은 단지 떡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손님과 나누는 대화, 포장지 하나, 손글씨 한 줄까지 모든게 브랜드의 일부였고,

그 브랜드를 이제는 오프라인 가게 너머로 확장하고 싶었다.


공간이 사라지니, 구조가 필요했다


가게를 접고 나자, 매일이 허전했다.

그 허전함을 채운 건 '설계'였다.


나는 노트를 꺼내 놓고 적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브랜드는 어떤 이미지인지,

어떤 제품을 메인으로 할 건지, 스토리는 어떻게 연결되고,

고객은 어디서 우리를 처음 만날 수 있을지.


이전까지는 떡을 만들고 판매하느라 '브랜드 설계'라는 걸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매일, 팔지도 않는데 머리는 브랜드 생각으로 가득하다.


캐릭터부터 제품까지, 전부 다시 짜는 중


지금 나는 시루몽의 세계관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시루라는 캐릭터가 어디서 왔는지, 왜 떡을 만들게 되었는지.

이 이야기가 브랜드의 철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동화 같지만 현실적인 스토리를 만들고 있다.


제품도 마찬가지다.

판매 중이던 떡들 중 일부는 과감히 제외하고,

'이 브랜드답다'고 말할 수 있는 제품군만 남기려한다.

보기에 예쁜 것보다, 마음에 남는 것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위한 진짜 준비는 지금부터다


지금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자사몰을 구상하며

고객에게 전달될 '시루몽의 목소리'를 정리하고 있다.

카카오채널, 스마트스토어, SNS채널, 배송 구조까지

보이지 않는 기반들을 차근차근 세우는 중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은 팔지 않는데 괜찮아?"

나는 대답한다.

"지금은 안 팔지만, 곧 잘 팔릴 거야. 왜냐면, 이 시간은 파는 준비를 가장 진지하게 하는 시간이니까."


브랜드는 매출이 아니라 방향이다


매출보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파는 건 언젠가 멈춘다.

하지만 어디로 가는지 알고 나아가는 브랜드는,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멀리 간다.


나는 지금 팔지 않지만, 시루몽은 계속 자라고 있다.

어느 날 문을 다시 열게 될 때, 지금의 이 시간이 브랜드의 뿌리가 되어줄 거라 믿는다.


반드시 만든다


가게 문을 닫고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게가 없기에 가능한 일들을 하고 있다.

오히려 브랜드로 시작하는 첫걸음은, 이 '텅 빈 시간'에서부터였다.


그리고 나는 안다.

이 시간이 헛되지 않다는 걸.

흩어졌던 마음을 다시 모으고, 하나하나 쌓아올리는 지금의 이 시간들이

반드시 나만의 브랜드, 시루몽을 만들어낼 거라는 걸.


나는 만들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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