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 타우, 덴마크 삼쇠, 독일 프라이푸르크, 아랍에미레이츠 마스다르
일론 머스크(Elon Musk) 테슬라 회장은 화성에 인간 거주지를 만들어 인간의 삶을 다른 별로 확대하고, 지구에서는 탄소제로 시티를 건설해 지구온난화를 막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스페이스엑스가 얼마 전 간신히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했으니 화성 거주지를 건설하려면 한참 걸릴 듯하지만 탄소 제로 시티는 이미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테슬라와 함께 머스크 왕국을 떠받치는 3대 축으로 탄소 제로 시티(carbon free city)를 추진하는 사업 주체가 솔라시티다. 이 회사는 태양광 전지판을 제조하고 테슬라 파워팩(대형 배터리)을 판매하는 태양광 에너지 설비업체이다. 머스크는 2016년 솔라시티를 테슬라의 자회사로 합병했다. 같은 해 솔라시티는 남태평양에 떠있는 섬의 에너지 시스템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 섬을 포함해 에너지 전환을 모색하는 국내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할만한 탄소 제로 시티 4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솔라시티, 남태평양 작은 섬 타우(Ta'u)서 에너지의 미래를 실험하다
전 세계 서핑족이 생애 최고의 파도타기를 꿈꾸며 몰려드는 섬이 있다. 바로 폴리네시아의 심장이라 일컫는 사모아 제도다. 사모아는 하와이와 뉴질랜드 중간 남태평양 한가운데 동서로 늘어선 열도다. 날짜 변경선이 서쪽 사모아와 동쪽 아메리칸 사모아 사이를 가로지른다. 독일·영국·미국이 1899년 3국 협정을 맺고 서사모아는 독일령, 동사모아는 미국령으로 편입했다.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서사모아는 뉴질랜드 신탁통치를 거쳐 1961년 독립했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지금까지 미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하와이 호놀룰루까지 8시간 40분을 날아간 뒤 비행편을 갈아타고 5시간 45분 날아가면 아메리칸 사모아의 수도 팡오팡오에 도착한다. 팡오팡오에서 다시 경비행기나 페리를 타고 동쪽으로 섬이 끝나는 곳까지 가다 보면 마누라 제도에 닿는다. 마누아 제도에서도 가장 동쪽에 치우친 섬이 타우다. 이 외딴섬에서 솔라시티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에너지의 미래를 가늠할 흥미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타우를 100% 재생에너지 섬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솔라시티는 2016년 11월 타우 섬에 태양광으로 전기를 생산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는 융·복합 차세대 전력체계를 완성했다. 섬 북부 해안에 연한 축구장 4배 넓이(0.028 평방 km) 대지에 5328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하루 1.41 메가와트(MW) 전력을 생산한다. 생산한 전력은 60개 테슬라 파워팩(대형 배터리)에 저장한다. 3개 마을 주민이 사흘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소요비용 800만 달러(84억 3천만 원가량)는 미국 내무부와 아메리칸사모아 전력국이 댔다.
타우 섬은 열대 해양성 기후로 해마다 5000 mm를 넘는 비가 쏟아진다. 11~4월 비가 많이 오고 5~10월 건조한 편이다. 12월과 3월 사이에는 태풍이 열대성 폭풍과 함께 폭우를 쏟아낸다. 아메리칸 사모아의 폭우는 악명 높다. 19세기 영국 소설가이자 극작가 윌리엄 서머셋 모옴은 연인과 함께 여객선을 타고 4000㎞ 넘게 떨어진 아메리칸 사모아에 도착했다. 모옴은 사모아에서 접한 폭우를 단편소설 ‘비(Rain)’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사모아에서 비는 땅으로 부드럽게 내려앉는 영국의 보슬비와 달랐다. 무자비하고 무시무시했다. 자연이 뿜어내는 원시적 악의가 느껴졌다. 비는 내리는 게 아니라 넘쳐흘렀다. 천상계에서 쏟아붓는 대홍수처럼, 광적으로 그리고 끈질기게 양철 지붕을 두들겼다.’
기후위기로 잦아진 폭풍우와 해수면 상승 탓에 폴리네시아 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까 노심초사한다. 타우 섬 주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기후위기로 한결 강해진 폭풍우가 빈번하게 섬을 강타한다. 1987년에는 태풍 투시가 타우 섬을 휩쓸면서 섬 내 모든 시설을 초토화시켰다. 그 뒤로 주민 상당수가 타우 섬을 떠나 수도 팡오팡오나 미국으로 이주했다. 3000년 이상 온갖 자연재해를 견뎌낸 폴리네시아인의 후손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앙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을 떠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솔라시티는 해마다 8개월간 쏟아지는 폭우와 5등급 태풍을 견뎌낼 수 있는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설계해야 했다.
아메리칸 사모아 전력국은 1972년 경유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섬에 전력을 첫 공급했다. 이를 위해 해마다 경유 41만 6천 리터를 미국 본토로부터 들여왔다. 그전까지 타우 섬 주민들은 등잔에 등유를 담아 밤을 밝혀야 했다. 여유 있는 소수만이 소형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얻었다. 섬 전체에 불이 들어오자 삶의 방식이 일변했다. 주민들은 야간 조명에 신나 밤늦게까지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밤의 삶을 즐겼다. 음식을 조리하고 저장하는 방법도 바뀌었고 섬의 전통 음식도 달라졌다.
경유에서 태양광으로 에너지원의 교체는 섬 주민들에게는 2차 에너지 혁명이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도입해 에너지 자급체제를 구축하자 에너지 비용이 크게 줄었다. 섬 내 대기오염도 사라졌다. 밤새 웅웅 거리며 돌아가는 경유 발전기의 소음도 사라졌다. 섬 아이들은 ‘친환경으로 전환' ‘지구 구하기' 등 구호를 외치고 다닌다.
남태평양에 산재한 섬마다 에너지 자립방안을 두고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에너지 자립을 주장하는 주민들은 익숙한 생활방식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주민들과 갑론을박한다. 이와 달리 타우 주민들은 과감했다. 에너지원이 경유에서 태양광으로 바뀌었지만 주민들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3개 마을 주민은 평소처럼 농사짓고 주말에는 교회를 다니며 일상의 삶을 살아간다. 주민들은 태양광 패널이 섬의 미래를 밝게 해 떠났던 이웃들이 돌아와 섬이 과거의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한국에는 태양광 발전에 대한 회의론이 있다. 한국은 일조량이 적어 태양광 발전이 어렵고 미국 네바다 사막이나 중동 사막처럼 햇빛이 풍부한 곳이나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타우 섬 사례는 이 같은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실증한다. 1년에 8개월간 비가 내리는 열대 해양성 기후이지만 타우 섬의 태양광 패널은 주민들이 쓰고 남을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패널이 설치한 부지도 축구장 4배 면적에 불과하다. 탄소 제로 도시로 전환을 막는 건 자연조건이나 기술이 아니다. 바로 의지의 부족이다.
덴마크 삼쇠(Samsø) 섬, 풍력발전으로 탄소 제로 실현
13세기 아이슬란드 학자 스노리 스툴레센이 북유럽 신화를 정리한 <산문 에다(Prose Edda)>에 따르면, 여신 게피온이 황소로 분한 아들 4명과 함께 스웨덴 스톡홀름에 붙어있던 땅을 뽑아 발트해와 북해 사이 바다로 끌고 와 만든 섬이 덴마크의 질랜드다. 수도 코펜하겐도 질랜드 동쪽 해안에 자리한다. 질랜드에서 바다 건너 유틀란트 반도 쪽으로 바라보면 그 중간 해역에 삼쇠 섬이 자리한다. 바이킹이 8세기 말부터 11세까지 유럽을 약탈하며 공포에 떨게 하던 시절 바이킹들은 질랜드에서 출항해 이곳에서 회합을 갖고 약탈 대상을 정하고 전리품을 나눴다.
인공으로 건설한 칸하비 운하가 섬을 가로질러 삼쇠는 북섬과 남섬으로 나뉜다. 북섬은 수풀로 물결치는 초원과 키 작은 나무로 뒤덮인 삼림 지대다. 해안선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였고 돌 해변 사이로 모래 해변이 눈에 띈다. 노르드비, 므럽, 랑궤르 마을이 북섬에 있다. 노르드비 마을 북쪽에는 6만 평방m 대지에 침엽수가 가득한 세계 최대의 미로 ‘라비린텐'이 자리한다. 남섬에는 가장 규모가 큰 마을 트란베르게르를 비롯해 18개 마을이 있다. 시장, 공항, 에너지 아카데미 등 주요 인프라를 갖췄다. 독특한 풍경을 연출하는 곳은 스타븐스 피오르드다. 베서 레브의 7km 모래톱이 바닷물 유입을 막아 생긴 석호에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떠있다. 이곳은 철새 서식지로 유명하다. 썰물에는 암초까지 걸어갈 수 있지만 밀물에는 조류가 강해 걷기에 위험하다.
삼쇠는 서울시 5분의 1 면적에 주민 3700여 명이 살고 있다. 인구밀도는 평방 km 당 33명으로 아주 낮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66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낙후한 곳이었다. 20세기 삼쇠의 주력 산업은 돼지 도축업이었다. 도축장이 폐쇄되자 80여 가구가 실직하면서 위기를 겪었다. 삼쇠 주민과 지방정부는 1997년 4억 5천만 크로네(약 820억 원)를 투자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덴마크 정부는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의 최저 가격을 보장해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
삼쇠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지지에 힘입어 10년 만에 섬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 남을 풍력발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불황에 허덕이던 삼쇠는 일자리가 늘어 활력을 되찾았고 재생에너지 100% 섬이라 국제적 명성도 얻었다.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전에는 1인당 이산화탄소 15톤을 배출했다. 지금은 1인당 탄소배출량은 -3.7톤이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섬 외부에 공급하면서 탄소 순배출량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삼쇠에는 육상 풍력발전기 11기와 해상 풍력발전기 10기가 돌아가고 있다. 육상 풍력발전기는 섬 전력소비량을 충당하고 해상 풍력발전기가 생산한 전력은 본토로 수출하고 있다. 1MW 급 육상풍력발전기를 2.3MW급으로 교체하면서 기기당 발전량을 늘리고 있다. 전기차로 전환은 실패했다. 경제성이 떨어진 탓이다. 전기버스 도입 등 수송 부문에서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지속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205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춰 삼쇠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의존도를 제로로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삼쇠의 풍력발전기 대부분은 주민 소유다. 육상풍력발전기 11개 중 9개를 섬 주민이 갖고 있다. 나머지 2기는 협동조합이 소유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기 11기 중 5기는 삼쇠 자치정부가, 3기는 주민들이, 나머지 2기는 협동조합이 갖고 있다. 섬 주민이 발전 설비를 소유하거나 지분을 갖고 있다 보니 운영 이익은 주민들이 나눠 갖는다. 설비를 설치하고 유지·보수하는 일자리도 다수 생겼다. 삼쇠에서는 님비(NIMBY) 현상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삼쇠는 재생에너지 전환 우수 사례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각국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삼쇠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 삼쇠를 찾는다. 태평양 섬들도 삼쇠 에너지 아카데미 모임에 참여한다.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 지자체들에게 삼쇠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 경제활력을 되찾은 모범 사례라 할만하다. 울릉도와 제주도가 삼쇠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재생에너지로 전환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반핵 운동 중심지에서 태양의 도시로 진화,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독일 남서부, 스위스와 프랑스 접경지에 ‘태양의 도시(Solar City)’라는 불리는 중세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있다. 브라이스가우 지방의 소도시로 스위스 취리히와 바젤이 지척이다. 13세기 초 짓기 시작해 16세기 완공한 고딕풍 대성당이 도심 중앙을 차지하고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대성당 정면부, 즉 파사드는 높이 115m 단탑으로 지어져 웅장하다. 중세 유럽 최고의 명문 합스부르크 가(家)가 15세기 프라이부르크를 지배하면서 중세 소도시는 독일 남서부 문화 중심지로 떠올랐다.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도시 근교에 원자력발전소를 짓는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반대 캠페인을 벌였고 프라이부르크는 단숨에 반핵 운동의 집결지가 되었다. 반핵단체뿐만 아니라 학생, 보수층이 반대 투쟁을 합류했다. 그러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시의회는 원자력 에너지 사용 방침을 철회했다.
주민들은 원전 반대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찾았다. 프라이부르크가 독일 내에서 일조량이 많은 곳이라는 점에 착안해 주민들은 태양광을 대안의 에너지원으로 선택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태양광발전시설을 크게 늘렸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눈에 많이 띄는 게 태양광 패널이다. 그로 인해 독일 내에서 시민 1인당 태양광발전장치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되었다. 태양광 발전 총량은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태양광 발전량과 맞먹는다. 또 축구장, 시청, 학교 등 공공시설 천장과 외벽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했다.
구도심으로는 자동차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했고 자전거 전용 주차공간 ‘모빌레’도 만들었다. 자전거 도로와 인도 사이에는 폭 30cm가량 수로 ‘베히레’가 도심을 통과한다. 수로를 따라 흐르는 물이 도시 내부 온도를 낮춰 열섬 현상을 완화시킨다. 건물 높이와 건물 간 거리을 규제해 건물 사이로 바람이 지나갈 길을 텄다. 도심에 정체된 대기가 빠져나가고 외부에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게끔 설계한 것이다. 주민들은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쓰레기 소각을 금지하는 등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중심가에서 차로 20분가량 달리면 보봉(Vauban) 마을이 나온다. 150여 채 연립주택의 지붕은 태양광 패널로 덮여 독일 내 에너지 효율이 가장 좋은 주택단지로 손꼽힌다. 특히 에너지플러스 하우스는 주택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발전으로 충당한다. 마을에는 자전거용 도로만 있어 자동차는 들어오지 못한다. 대중교통수단만 오가고 보행자 안전을 최우선시해 걷기 편한 도로 체계를 만들었다.
태양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프라이부르크에서 국제 태양에너지 전시회 ‘인터솔라’가 해마다 열린다. 국제태양에너지협회(ISES), 유로솔라 등 국제 태양에너지 기구가 이곳에 본부를 두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전환 등 탄소제로 사례를 배우기 위해 전 세계에서 150여 명이 달마다 프라이부르크를 찾는다. 국내에서도 세종시와 수원시가 프라이부르크와 자매결연을 맺고 관련 정보를 취합하고 있다. 특히 세종시는 프라이부르크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소비전략을 충당하는 제로에너지마을이나 숲 유치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막 위에 세워진 탄소 제로 시티, 아랍에미레이트연합 마스다르(Masdar)
아라비아반도 남부에서 호르무즈 해협 쪽으로 창 촉 모양으로 찌르고 들어간 사막의 땅에 7개 토후국의 연합체 아랍에미레이트가 자리한다. 창 끝에서 페르시아만 쪽 해안선을 따라 내려오면 아랍에미레이트의 최대 토후국이자 수도 아부다비가 있다. 그 아부다비 외곽 아부다비 국제공항 옆에 붙은 소도시가 마스다르다. 여의도 2배 면적에 불과한 이 소도시는 탄소 배출량 제로를 표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마스다르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2008년부터 짓기 시작했다. 거주자 1만 5000명과 친환경 기업 1500개를 수용할 예정이다. 건설 프로젝트는 두 단계로 나뉜다. 1단계에서는 태양의 빛과 열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아 재생에너지 발전시스템을 구축한다. 2단계에서는 도시 조성과 확장이다. 아부다비와 가까운 곳에 있어 공항, 철도, 도로 등 대중교통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부다비 중심부와 연결할 계획이다.
핵심 사업은 태양에너지에 기초한 발전시스템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50℃까지 올라가는 사막의 기후 특성을 활용해 태양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필요 전력을 충당한다. 마스다르는 10 메가와트(MW)급 태양열 발전소와 1MW급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일부 사용하고 있어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이루지 못했다.
도시 안에는 휘발유와 경유 등 화석연료로 가는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다. 차는 도시 밖에 세워두고 무인 자동 궤도차(PRT)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인근 사막은 40℃를 웃도는 폭염이지만 도심은 사막의 도시라 하기에는 살기 쾌적하다. 북서풍이 도시 사이를 지날 수 있도록 설계해 선선하다. 건물 상층부는 넓게 만들어 빛을 막았고 건물 사이 간격을 좁게 해 바람이 빠르게 지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초입에서 도심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도심으로 들어갈수록 좁아지게 했다. 바람을 도심으로 모아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다. 광장 한가운데는 45m 높이 바람 탑이 있어 더운 바람을 가뒀다가 물로 식힌 뒤 도심으로 순환시킨다. 저탄소 시멘트, 재활용 알루미늄, 황토 등 친환경 건축 자재로 건물을 지어 폐자재 등 건축 쓰레기의 배출량을 최소화했다.
마스다르가 탄소제로 시티를 표방하지만 이 중동 산유 부곡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아랍에미레이트는 대표적 기후악당 국가다. 그것도 타노스급 슈퍼빌런(super villain)이다. 우선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 2위다. 원유 매장량은 세계 6위, 가스 매장량은 세계 7위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원유와 가스를 뽑아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전 세계에 실어 나르고 있다. 원유 수출로 해마다 들어오는 대금은 3700억 달러를 웃돈다.
아랍에미레이트는 기후악당이라는 불명예를 모면하기 위해 마스다르를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중심지에 아파트 10채 가진 부자가 수도권 외곽에 별장 하나 지어놓고 자연인을 자처하는 것과 얼추 비슷하다. 다만 하루라도 빨리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해 마스다르가 아랍에미레이트, 나아가 중동 산유국들의 진정한 미래 도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