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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siseon Aug 08. 2022

위장된 시선의 쾌락, 비비안 마이어

그녀가 느꼈을 쾌감을, 상상해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사물들은 분명 하나의 프레임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완의 작품. 최고의 순간을 담기 위해 그녀는 기다린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사람, 사물을 그녀는 직접 응시하지 않는다. 대신 가슴께에 매달린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 그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야 비로소 - 매우 대담하게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리고 기다림. 시시각각 바뀌는 장면 속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읽어들이는 그녀는 마침내 원하는 피사체가 프레임 안에서 온전하게 위치하고 존재할 때 찰칵, 셔터를 눌러 그 순간을 훔치듯 장면을 저장한다.



그래서 그녀가 찍은 인물 사진들은 그렇게나 무심하고, 대담하며, 생생하다. 카메라 렌즈가 들이대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절대로 담을 수 없는 온전한 현재의 시간들. 정작 프레임 안의 주인공들은 결코 눈치챌 수 없었을 생의 한 순간을 그녀는 남몰래 찍고 또 저장해 왔던 듯 하다.



맥락이 잘려나간 피사체의 부분들을 통해 그녀가 이야기 하고 싶었던 도시의 서사는 무엇이었을까.  ,  장이 마치 각각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작품들. 현실 속에서 그녀는 너무나 외로워했다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분명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스쳐 지나가기 바쁜 일상들이 끊임없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을 테고  순간들을 그녀는 놓칠  없었을 테지. 수백 개의 인화하지 않은 필름들이 테이프가 칭칭 감긴 골동품 고리짝 상자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녀에게 사진은 자신만이 간직하는 비밀 이야기들이었기 때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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