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시콜콜 Apr 22. 2021

아내의 택시출근 때문에 매달 나가는 금액

수십 년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가지고 살아온 부부가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소비 습관 때문에 대립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매일 택시 타고 출근하는 아내로 인해 고민이라는 남편의 사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과연 어떠한 이야기인지 함께 들어보도록 하자.


"이게 말이 되나요?" 남편의 고충

작년 말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 6개월 차를 맞이한 한 남편의 사연이 올라왔다. 부부는 2년 반 연애 후 그해 여름 결혼한 신혼부부였는데 특정 문제로 인해 의견 충돌이 심각한 상태라는 내용이었다. 대립의 주된 원인은 바로 아내의 출퇴근 택시 문제였다.  


부부 중 남편은 현재 웹 개발자로 작은 사업체를 강남에서 운영 중에 있으며 아내는 수원의 공공기관에 다니는 공무원이다. 재산 관리는 돈을 한 군데 모아 관리하지는 않지만 부동산 구입을 위해 각기 적금을 하고 있고 생활비와 여가비 통장에도 각자 돈을 넣어두고 생활하는 방식이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이틀에 한번 꼴로 택시를 타는 데서 남편의 불만이 발생했다. 결혼 당시 부부는 직업 특성상 딱히 차가 필요하지 않아 차를 마련하지는 않았다. 아내의 출근길도 버스로 13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여서 큰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는 조금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해도 넉넉히 탈 수 있는 버스를 매번 늦은 시간 일어나 늑장 부리다가 기어이 택시를 타고 마는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그런 식으로 택시 타는 횟수가 일주일에 너 다섯 번은 된다고 전했다.


혼자 절약하는 기분에 느끼는 자괴감

남편과 아내가 만일 비슷한 소비습관을 지녀 남편도 편하게 택시를 타고 다니는 스타일이었다면 아내의 출근길 택시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와 달리 돈을 모으려는 의지가 강해 온갖 소비를 자제하는 사람이었다. 남편 자신은 밥값을 아끼기 위해 매일같이 도시락도 싸고 꼬박꼬박 대중교통을 타면서 열심히 절약하고 있는데 택시비를 물 쓰듯 쓰는 아내를 보며 자괴감을 느낀 것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택시를 일주일에 4~5차례 타고 택시비는 매번 6,500~7,000원가량 나와 1년이면 150만 원 이상 상당한 돈이 지출된다고 밝혔다. 사실 부부가 수원으로 신혼집을 잡은 것도 아내의 직장과 가까워서 정한 것인데 아내의 게으름 때문에 차를 사게 된다면 수원에 온 이유도 없어 현타가 온다고 했다.


그래도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까지는 남편이 아내를 직접 깨워보려고 매번 시도도 했었는데 아내는 아무리 깨워도 잘 깨지 않는 타입이었다. 남편은 그런 아내를 아침마다 엄마처럼 깨우다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를 사야 할지, 혹은 아내의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누리꾼들에게 조언을 요청했다.


누리꾼들의 상반된 의견

매일 택시를 타는 아내에게 불만이 쌓였다는 남편의 사연에 대해 누리꾼들은 상반된 입장을 드러냈다. 남편의 입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집도 아내를 배려해 가까운 곳에 얻어줬고, 매일 깨워주기도 했는데 안 일어나면 뭘 어떻게 해줘야 하냐고 남편의 속상함을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아파서 그런 것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별 이유 없이 한 달에 반 이상 택시를 탄다는 것은 마인드가 잘못됐다는 의견이었다.


반면 아내의 상황을 이해하는 누리꾼들도 있었다. 택시비가 1년에 150만 원이면 한 달에 12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고 거기에 대중교통비를 합산하면 많아봤자 17~18만 원 선인데 그 정도면 차량 유지비보다도 덜 나가는 것이라며 왜 아까워하냐고 질타했다. 그 정도 쓰는 비용은 배우자를 위해 쓰게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과소비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아내의 소비습관을 떠나서 아내의 행동에 대해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어린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것 하나 스스로 하지 못해 남편이 깨워줘야 할 정도라면 이건 과소비 여부를 떠나서 생활방식 자체가 너무 게으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만일 아내 혼자 살았으면 이런 생활습관으로 돈을 어떻게 모으겠냐면서 아마 아내가 남편 믿고 더욱 나태하게 구는 것 같다는 생각을 전했다.


부부의 소비습관 차이, 싸움의 불씨

부부간의 경제관념 차이로 인한 다툼은 실제로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곤 한다. 부부 중 한 사람은 쇼핑을 좋아하는데 다른 한 사람은 그렇지 않다든지, 누군가는 식비에 투자하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데 다른 한 사람은 밥은 웬만하면 집에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충돌 유형은 굉장히 다양하다.  


사실 부부 사이 돈 문제에 대해 제3자가 왈가왈부할만한 문제가 아니긴 하다.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납득 불가능한 상황이라도 부부끼리 충분히 합의가 되어있고 큰 불만이 없다면 이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둘 중 한 사람에게 큰 불만이 쌓여있는데 이를 해소하지 않고 계속 묵힌 채 가져간다면 그 불씨는 더욱 커져 부부 사이 커다란 균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부부가 각자 가지고 있는 소비습관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부모의 생활습관이나, 교육방식, 혹은 그 외 성장과정에서 가지게 된 가치관 등 갖가지 것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타협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부부는 더 이상 각자의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앞길을 향해 나아가는 경제공동체이다. 배려의 마음을 바탕에 두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해결책을 모색하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지석진이 직접 경험했다는 주식하면 절대 안되는 유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