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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콜콜 Nov 05. 2021

주식으로 '3억 2천' 잃은 정신과 의사의 한마디

최근 전국적인 주식 열풍이 부는 가운데 일부 투자자들은 투자 중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지경에 놓여있다. 얼마 전에는 어떤 정신과 의사까지 주식 중독으로 전 재산 3억 2천만 원을 날렸다고 밝혀 충격을 자아냈는데, 그는 삶이 완전히 망가진 뒤에서야 깨달은 바가 있다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가 남긴 한마디는 과연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도록 하자.


주식에 중독된 정신과 의사

많은 전문가들은 주식 투자 시 정신적으로 흔들리지 않고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정신 의학 분야의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의 경우 주식을 할 때도 능수능란하게 감정을 절제하며 현명한 투자를 이어나갈까? 얼마 전 KBS <실연박물관>에는 주식 중독에 크게 빠졌던 정신과 의사 박종석 씨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박종석 씨는 10년 전인 2011년, 삼십 대 초반의 나이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며 대화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는 종잣돈 2,000만 원으로 송원산업과 삼성정밀화학을 500만 원씩, 나머지는 삼성그룹 적립식 펀드에 넣었다. 그런데 그가 매수했던 주식은 한 달 만에 9%나 수익을 냈고 적립식 펀드는 무려 5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그는 첫 투자에서부터 대박을 치자 스스로를 투자의 귀재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수익률은 높았지만 굴리는 돈이 적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가지고 있던 여윳돈 5,000만 원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뚫어 3,000만 원을 더했다. 그런데 그가 전 재산을 걸었던 바로 다음날 북한 김정일이 사망했다. 이후 단 이틀 만에 계좌는 마이너스 17%를 찍었다. 당황한 박종석 씨는 갖고 있던 주식 일부를 팔아버렸고 1,20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 이후 남은 돈을 SK이노베이션에 전부 넣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룹 회장이 구속되면서 주가에 영향을 받았고 잔고는 달랑 2,500만 원이 되었다.


3억 2천 날리고 해고 통지


주식투자로 수천만 원의 돈을 날린 박종석 씨는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갖고 있던 모든 주식을 팔아치웠고 '내가 다시 주식을 하면 손목을 자르겠다'라고 결심했다. 그는 이후 평정심을 되찾기 위해 잠시 미국 여행도 떠났고,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는 정신없이 일하며 성실한 의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신과 의사로 열심히 일하고 있던 박종석 씨는 TV에서 자신이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그룹의 회장이 석방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는 주식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결국 마음이 흔들려버린 그는 2015년 또다시 주식에 손을 댔다. 그는 이후 대출까지 받아 가며 매달 투자금을 늘려갔고, 총 4억 원의 금액을 주식에 쏟아부었다.  


정신없이 주식을 사들인 그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선물옵션·레버리지·급등주 등을 따라가며 살 수 있는 주식은 죄다 사들였다.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주식판에 돌아온 지 불과 1년 뒤인 2016년 그의 잔고는 8,4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 총 3억 2,000만 원을 날린 셈이다. 그는 주식 중독자로 소문이 나 동료들에게도 따돌림을 받고 결국 일하던 병원에서도 해고 통지를 받았다.


도박 중독과 유사한 상태

거의 전 재산을 날려버리고 직장에서도 해고당한 박종석 씨는 망연자실 상태에 빠졌다. 그는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주식 중독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식 어플 비밀번호도 일부러 틀리게 입력해 로그인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인터넷 접속 시 뜨는 첫 화면도 서점 사이트로 변경해 두었다. 그는 다시 삶을 시작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인이 전혀 없는 경북 안동의 병원으로 직장을 옮겼고, 6개월간 열심히 중독 치료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되었다.

   

그는 어떻게 그렇게까지 중독에 빠질 수 있었냐라는 질문을 받자 "내가 자만했다. 정신과 의사니까 감정 절제를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있었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그는 "주식으로 인생 역전을 해보겠다는 목적도 문제였다"라며 "일 년에 5~10%씩 차근차근 가지 않고 한 번에 스무 계단 씩 점프하려 했다. 빨리 주식 대박을 터뜨려서 서울에 집을 사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라고 전했다.


박종석 씨는 당시 자신의 모습에 대해 도박중독 상태였다고 인정했다. 그는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는 포모증후군이나 열등감으로 투자를 시작해서는 안 되는데, 자신이 딱 그 유형이었다고 자백했다. 그는 "'친구의 아파트는 수억 올랐는데 나는 집 한 채 없다. 빨리 대박을 터뜨려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할 경우 실상 도박과 유사한 투자 중독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마인드를 버려야한다"며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세로토닌형' 투자자 유리

본문에서 다룬 박종석 씨의 스토리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투자 중독으로 심각한 상태에 놓인 사람들이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의 외부 활동에 제한이 생기자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줄어들어 투자에 더욱 몰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라고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박종석 씨는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들을 '도파민형'과 '세로토닌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도파민은 새로운 자극으로 강한 쾌감을 느낄 때 나오는 호르몬이고 세로토닌은 길항작용을 하는 호르몬인데, 전자의 경우 빠른 수익 실현을 원해 급등주나 초단타매매를 즐기는 경향이 있고 후자는 중장기적 전망으로 분산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당연히 후자가 성공률이 높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도파민형인지 세로토닌형인지 알기 위해 자기 객관화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여유자금의 1/10 정도로 만 소액 투자를 해보면서 손실을 경험했을 때 2차 행동이 어떤지 살펴보고 자신이 투자에 맞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투자자들에게 자기통제력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의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의견을 참고삼아 '투기'나 '도박'이 아닌 현명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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