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호황이다. 주식 좀 잘 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주식으로 2~3배 재산을 불렸다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다 주식으로 돈 벌 때 전 재산을 날렸다는 사람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생 모은 돈을 주식으로 날렸다는 이야기, 함께 살펴보자.
최근 주식시장이 심상치 않다. 새해 첫 개장일부터 코스피지수는 2,944포인트를 돌파하며 3,000포인트 직전에 다가섰다. 지난해 초부터 심각해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폭의 증시 하락 이후 ‘동학 개미’를 중심으로 가파른 증시 회복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코스피지수는 1,457포인트를 기록했지만 놀라운 속도로 급등해 2020년 마지막 장이 열린 30일에는 코스피지수 2873.47포인트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성공적인 1년을 보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3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과 기관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우량주, 일반주 관계없이 주가가 큰 폭으로 폭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에는 주가가 ‘무릎’ 아래까지 떨어졌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우량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이 최저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우량주 매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어났으며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이 매도한 것을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이면서 증시를 지킨 이른바 ‘동학 개미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대차의 경우 6만 5,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9개월 만에 20만 원 선까지 상승하기도 했는데, 이는 국내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흐름과 비슷했다. 그야말로 누구든 주식을 사놓기만 하면 돈을 버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주식시장의 호황 속에서 최근 전 재산을 날린 한 직장인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평생 일과 주식을 통해 모은 돈 3억 7,000만 원과 은행에서 대출받은 1억 3,000만 원, 총 5억 원의 자본금이 20만 원이 된 것이다. 이 사연의 주인공은 현재 경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 ‘무한 배터리’이다.
본인을 39세 평범한 회사원이라 소개한 이 유튜버는 “성공한 이야기가 아닌 실패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 역시 중요하다”라며 본인이 주식으로 5억 원을 날린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한 배터리는 40대에 은퇴해 주식 배당금을 받으며 경제적 자유를 얻는 이른바 ‘파이어족’의 삶을 꿈꿨다.
그는 연 8~8.8%의 배당금을 주는 분기 배당주에 5억 원을 전부 투자했는데, 분기마다 약 940만 원가량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는 경제적 자유를 얻고 은퇴한 이후 어떤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행복한 꿈을 꾸었고, 그 꿈이 곧 현실이 될 것이란 사실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그의 꿈은 철저하게 깨져버렸다. 단순히 코로나 사태로 인한 주가 하락이 원인은 아니었다. 고배당주 특성상 등락 폭이 낮았고 코로나로 인한 주가 폭락이 있었던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그가 보유한 5억 원의 주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외에 다른 주식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그는 다른 주식들의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지금 떨어지는 다른 주식을 사서 수익을 내겠다’라는 생각으로 다른 종목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3월 19일 코로나 팬데믹 선언 이후엔 걷잡을 수없이 주가가 폭락하게 됐고, 5억 원이었던 자본금은 3억 5,000만 원까지 떨어지게 됐다. 그야말로 패닉 상태였다. 대출금 1억 3,000만 원의 부담까지 있었던 그는 손해 본 1억 5,000만 원을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단타 투자에 뛰어들게 됐다. 마침 주식시장은 팬데믹 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됐는데, 이때 그 역시 2억 원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며 손해액을 모두 만회하고 수익까지 남겼다.
그는 원래 단타 투자를 하지 않았던 성향이었다. 하지만 주식으로 불과 며칠 만에 2억 원의 수익을 내자 자신감이 붙었던 그는 점점 단타 투자로 성향이 바뀌었으며 5억 원의 자본금을 지속적으로 단타 투자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때때로 높은 수익률을 내기도 했지만, 단타를 통한 수익은 그에게 독이 됐다. 하루에만 수천만 원씩 벌어들이는 단타 투자에 중독됐던 그는 특정 주식의 주가 하락이나 횡보를 참을 수 없어 쉽게 팔았으며, 이런 단타 투자가 이어지며 결국 5억 원의 자본금을 모두 날리게 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해당 사연을 보면서 “너무 공감된다” “개미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유튜버 무한 배터리는 “코로나 팬데믹 쇼크로 인한 주가 하락 패닉이 자신을 단타 투자 성향으로 바꿨다”라며 개인투자자들에게 추후 발생할지 모르는 패닉을 조심하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는 단타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단타가 아닌 장기투자의 경우 무조건 안정적일까? 사실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 시총 순위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20년간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삼성전자와 KT&G 2개에 불과하다. KT의 경우 2000년 주가가 10만 원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만 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물론 10년 동안 쳐다보지도 않는 개인투자자는 거의 없겠지만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대한 파악과 본인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주식투자 전문가는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데, 무한 배터리의 해당 사례는 개인투자자들에겐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라며 “단기 투자로 인한 수익을 개인의 능력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주 위험하며 당일 매수 당일 매도 식의 단기 투자는 투자가 아닌 도박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