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거리를 다녀보면 수입차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엔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외제차지만 지금은 20~30대 사회 초년생들까지도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이에 대해선 국산차 프리미엄화에 따른 가격 인상과 수입차의 가격 인하가 겹치며 발생한 현상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20~30대의 소비 습관이 변화하며 무리하게 수입차를 구매하는 이른바 ‘카푸어’가 많아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국산 자동차 브랜드가 시장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국산차 점유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수입차 판매량이 계속 늘어나면서 도로 위에서 수입차를 보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특히 과거에는 서울 도심지나 강남 등에서 집중적으로 수입차를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전국 방방곡곡 쉽게 수입차를 볼 수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수입차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기 수입차 브랜드의 신차 출시와 더불어 소비 증진을 위한 개별소비세 인하가 겹치면서 수입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신규 등록 건수는 27만 4,859대로 전년(24만 4,780대)보다 12.3%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수입차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한 전문가는 “최근 국산차가 프리미엄화되면서 다소 가격이 인상되기도 했는데, 수입차들은 반대로 저렴한 트림을 판매하거나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국산차가 가지고 있던 가격 메리트가 다소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였다”라며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급여 수준이 향상되면서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20~30대의 젊은 층에서 수입차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해 상반기 수입차 시장의 개인 소비자 8만여 명 중 20~30대 소비자는 40%에 달하는 약 3만여 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20~30대 젊은 층의 수입차 구매가 늘어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보다 좋아진 금융상품들이다.
과거에는 수입차를 구매하기 위한 계약금이나 선납금이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실제로 많은 현금을 보유하지 못한 사람은 수입차를 구매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입차 구매를 위한 할부가 쉬워졌고, 더 낮은 이자에 더 긴 할부 기간으로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당장 모아둔 돈이 없는 사회 초년생들조차도 수입차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차량 가격의 일부분을 먼저 내야 하는 선납금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60개월 할부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들이 나타나면서 수입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한없이 낮아졌다. 이런 금융상품을 이용해 수입차를 구매하는 젊은 층들이 많아졌는데, 이들은 받는 월급의 상당수를 차량 구매를 위한 카드 할부나 대출금 상환에 사용한다. 결국 정말 써야 할 곳에 돈을 못 쓰고 저축이나 재테크 등도 못하면서 차 한 대만 갖고 빈곤한 삶을 사는 ‘카푸어’들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 벤츠 SLK350 차량을 연 8% 이자율의 전액 할부로 구매한 직장인 A 씨는 잘못된 선택으로 큰 후회를 하고 있다. 당시 A 씨의 월급은 세후 270만 원 수준이었는데, 차량 할부에 대한 월 납입금 140만 원, 보험료 월 26만 원, 유류비 30만 원과 차량 유지비 등을 포함해 매달 평균 210만 원가량을 차량을 유지하는 데 사용했다.
생활비 등을 사용하기에 돈이 부족하다 보니 현금서비스에 마이너스통장, 신용대출까지 이용하기에 이르렀고 결국 A 씨는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차량을 처분했다. 하지만 단순히 차량을 판다고 빚이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수입차의 경우 중고차로 판매할 때 감가가 매우 심한 편인데, 중고차 판매 가격이 1~2년의 할부를 납입하고 남은 잔금보다 낮게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차를 중고로 팔아도 남은 할부금을 갚지 못했다. A 씨는 1년 넘는 기간 동안 월 210만 원씩 차량을 유지하는 데 사용하고 차량까지 팔았지만 2,000만 원이 넘는 빚만 떠안게 됐다.
이와 같은 일은 발생하는 이유는 월 할부금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 할부 기간 동안은 원금 조금과 이자를 내다가 할부 기간이 끝날 때 상당한 수준의 원금을 갚아야 하는 원금 유예 할부를 방식으로 구매하면 초기 월 납입금이 생각보다 적기 때문에 일단 계약을 하고 보는 것이다. 이외에도 월 납입금만 생각하고 차량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나 기름값, 소모품 값 등을 생각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차량 가격이 비싸다 보니 보험료 자체가 높게 책정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차량 1대당 평균 보험료는 수입차가 국산차 대비 3배 넘게 비싸다. 게다가 차량 수리비 역시 국산차 대비 2.6배 이상 비싼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수요가 많은 독일 차의 경우 나은 편이지만, 비인기 브랜드의 경우 수리비가 5배 넘게 비싼 경우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회 초년생들은 수입차를 구매했다 다시 중고차로 판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중고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수입차의 경우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고차 전문 업체인 엔카 닷컴에 따르면 2030대에게 인기가 많은 BMW 5 시리즈의 경우 구매 1년 만에 중고차 시장에 나온 2019년식 모델이 작년 상반기에만 180여 대에 달했다. 수입차의 경우 중고차 매물로 나오면 신차대비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몇몇 사회 초년생들은 중고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자동차 업계의 한 전문가는 중고 수입차를 구매를 만류하고 나섰다. 그는 “중고 수입차의 경우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판매하거나 유지비가 비싸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런 중고차를 구매하면 십중팔구 1년 안에 차량 수리비로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만 원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월 200만 원을 버는 20대가 B 씨가 3,600만 원짜리 중고 수입차를 전액 할부로 구매한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중고로 수입차를 산 B 씨는 차량을 타다 얼마 안 돼 고장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비싼 수리비 때문에 수리를 미루다 엔진 결함까지 발생하며 결국 차는 타지도 못하고 할부금만 갚게 된 상황이었다.
많은 전문가는 “수입차를 구매할 땐 월 납입금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보통 자동차를 산다고 하면 자동차 금액에 대한 할부금과 보험료 정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름값, 도로 이용료, 주차료, 타이어나 엔진오일 등의 소모품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하면 매달 나가는 돈은 상상 이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