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아들이랑 귀찮아 엄마 2
10. 바람과 해님
컵이 많이 없는 거 같다. 부엌을 찾아보아도 설거지통을 들여다보아도 없다.
"컵이 다 어디로 갔지?"
방을 하나하나 수색한다. 찾았다. 아들 방 책상 위에 컵이 3개나 있다. 물 마시던 컵, 우유 마시고 주스 마시고 놔둔 컵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들아, 컵 모으기 운동하는구나! 컵은 모으지 말고 내놓자. 개미 온다!"
방에 들어가서 둘러보니 잠바는 방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다.
"너의 옷이 바닥에서 절규 중인데 걸어줄래?"
"자기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아니, 스스로 청소년? 어딨니?"
책상 밑에는 양말 두 짝이 고이 벗어져 이 쪽 저 쪽에 있다.
"어? 이거 누가 그랬지? 우리 이쁘고 사랑스럽고 멋진 j는 아니지?
이 양말을 너의 콧구멍 앞에 들이대기 전에 치우는 건 어떻겠니? 네가 정 발 냄새를 맡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치우려고 했지~~~"
아들은 능글능글 웃으며 양말을 치우고 옷을 건다.
라퐁테르 우화 '바람과 해님'처럼 자꾸자꾸 바람이 되기보다 해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그네는 바람이 분다고 옷을 벗지 않았다. 힘이 세다고 바람이 이기지 않았다. 지혜를 가진 해가 나그네의 옷을 벗겼다.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해가 나그네의 옷을 저절로 벗기듯이 진정 강한 힘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이기적으로 보이겠지만 내가 먼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해보니 아이와 안 부딪히면 되었다. 그럼 속상할 일이 없고 즐거우니 웃게 되고 가족들도 웃는다. 평상시 되도록 재미있고 웃긴 예능을 보며 즐겁게 지내려고 한다. 즐겁게 사는 것은 나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쁜 말은 사춘기도 춤추게 하고 아이를 웃게 한다.
식물도 고운 말을 들으면 잘 자란다. 엄마의 소프트 리더십은 정서 케어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는 밝고 사랑스럽다. 때로는 느릿한 아이가 답답해 보여도 부모가 '너는 잘 될 아이다.' '사랑한다.'라는 말을 꾸준히 물처럼 주다 보면 아이의 자신감은 쑥쑥 자라 있기 마련이다. 부모의 정서 케어라는 날개를 단 아이는 자신의 미래를 위한 날개를 언젠가 펼쳐 날 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엄마는 바람보다는 해님이 되려고 오늘도 노력해본다.
'후후'하고 센 바람을 불어대기보다 너무 따뜻한 해님이어서 아들의 사춘기 외투도 스스로 훌훌 벗게 하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