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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은정 Jul 10. 2024

디지털 인류의 선택지

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2024. 05 

‘인간과 AI가 함께 살던 번화한 도시가 있었어요. 이 도시는 신기한 식물들과 다양한 자동차가 가득했죠. 하지만 어느 날, 도시를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나타났어요. 바이러스는 모든 기계를 망가뜨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두려워했어요. 그때, 한 아이가 용감하게 나서서 AI와 협력하기로 했어요. 둘은 힘을 합쳐 바이러스를 막을 방법을 찾기 시작했죠. 아이는 식물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정화할 수 있는 특별한 약을 만들었어요. AI는 자동차를 이용해 약을 도시 곳곳에 뿌렸죠. 결국, 아이와 AI의 노력 덕분에 바이러스는 정화되었고, 도시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어요. 사람들은 기계와 자연이 함께 살아가는 중요성을 깨달았고, 아이와 AI는 영웅으로 기억되었답니다.’      


 윗글은 마을 배움터 시사 토론 동아리에서 아이들과 AI를 주제로 토론하면서 새로 출시된 GPT4.O를 이용해 만든 1분 분량의 동화다. “넌 동화작가고, 지금 제시하는 키워드로 1분 분량의 동화를 만들어줘! 첫 번째 키워드는 AI고, 두 번째는 바이러스, 세 번째는 인간, 네 번째는 아이, 다섯 번째는 도시, 여섯 번째는 식물, 일곱 번째는 자동차야” 7명의 학생이 사전 조율 없이 즉석에서 키워드 하나씩 제안했다. 일부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불규칙한 7개의 단어로 몇 초 만에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걸 보고 아이들은 놀랍고 신기하고, 무섭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이제 동화작가는 뭐해요?” 기술의 발전으로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을 일으킨 배경이 되었듯,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한 두려움은 산업과 노동에 새로운 전환을 맞을 수 있다는 토론으로 이어졌다.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경상남도의 공식 유튜브 채널 ‘경남TV’에 들어갔다. 일반적인 홍보용 콘텐츠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게시물을 발견했다. 17만 회라는 조회수보다 놀라웠던 건 콘텐츠 내용이었다. 생성형 인공지능, AI를 활용해 만든 뮤직비디오 ‘새로운 시작’은 청년들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는 곡으로 AI가 작곡과 작사뿐 아니라, 영상 시나리오와 스토리보드까지 만들었다. AI 감독은 노래로 어울리는 장소로 ‘통영 미륵산 케이블카’를 추천했고, 이를 바탕으로 실사 촬영을 한 후 생성형 AI로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뮤직비디오가 완성됐다고 한다. 학습된 데이터의 저작권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이슈지만, 웹툰, 음악 등 문화‧예술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작품이 무수히 생성되고 있다. 칠순의 거장 만화가 이현세가 사후에도 그의 세계관과 신념을 기반으로 한 만화가 그려지길 바라며 진행하는 AI 프로젝트는 “안 받아들이면 도태”된다는 위기감과 “내가 사라져도 까치는 산다”라는 디지털 인류가 맞이하는 영생에 관한 호기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경상남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된 AI 활용 뮤직비디오 갈무리

 디지털 대전환을 맞아 교육도 방송도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AI 디지털 교과서’의 등장으로 2028년 교실엔 종이 교과서가 사라진다. 미래교육은 이미 시작됐다. 제주도청은 도정의 주요 정책을 전달하는 AI 아나운서 제이나의 입사 소식을 알렸다. 대변인실에서 작성한 보도자료를 챗GPT에게 주고 “방송뉴스에 맞게 바꿔달라”라고 명령하면 기자나 작가의 도움 없이 원고가 완성되고, AI 아나운서가 읽는 방식이다. 디지털 인류 시대, 직업을 잃을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 대신 GPT4.0에 지난 17년간의 방송원고를 학습시키는 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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