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부친 편지
택배에 담긴 편지를 보고 놀랍고
반가워 말을 잃었다.
딸아이의 편지에 눈물이 난다. 고맙구나
지금 모임이 있어 일단 문자만 보낸다.
저녁 모임이 마치면 전화할 것이다.
최은정. 고맙다
퇴근 후, 문자 한 통이 왔다. 발신인 : 용재쌤 2019/ 5/ 15
택배에 담긴 편지를 보고 놀랍고 반가워 말을 잃었다. 딸아이의 편지에 눈물이 난다. 고맙구나. 지금 모임이 있어 일단 문자만 보낸다. 저녁 모임이 마치면 전화할 것이다. 최은정. 고맙다
선생님 일요일 시간 괜찮으세요? 부산 내려가는데... 남산동 팔각정 아시나요? 거기서 점심 같이 드셔요~!
은정아. 그래 얼굴 한번 보자. 그런데 내 모습이 머리 다 빠지고 얼굴은 주름 투성이라 걱정이다.
선생님, 시를 못 쓰겠더라고요. 소녀시절 감성도 사라지고. 모르고 썼던 것 같아요. 시가 그렇게 어려운 건 줄 정말 몰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몰라서 잘 썼던 것 같기도 해요. 시는 순수하잖아요? 시를 쓰지 않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서 연락을 못 드렸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한 해 두 해 지나다 보니 20년이 흘렀습니다.
힘들었겠구나. 그만큼 하느라 참 힘들었겠구나. 고생했다. 은정아.
선생님은 힘든 것보다 좀 편하게 살 길 원했는데. 말은 안 해도 힘듦이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 하는 일이 좋아 보이고, 또 행복해 보여서 참 좋구나.
열심히 살았구나. 행복한 것 같다. 그러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