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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보언니 Nov 30. 2020

어떻게 살 것인가

품위 있게 나이를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흔히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 타이밍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책과 만나는 타이밍도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에 독서모임으로 읽게 된 책은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몇 년 전에 사놓고 완독 하지 못한 채 내 책꽂이에 꽂혀있었다. 이 책을 볼 때마다 언젠가 꼭 완독을 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늘 미루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독서모임을 계기로 이 책을 찬찬히 음미하며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다운 인생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어야 할지, 의미 있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저자 나름대로 찾은 해답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어떻게 살 것인가' 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제1장. 어떻게 살 것인가


저자는 마음 가는 대로 살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소신껏 인생을 사는 사람들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런 면에서 저자는 인디밴드 '크라잉넛'을 훌륭하게 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크라잉넛 멤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삶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만으로도 인생의 '절반'이 성공했다고 하는데, 나는 과연 절반이라도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하루의 삶은 하루만큼의 죽음이다. (중략) 인생은 그런 것이다.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된다. 인생 전체가 의미 있으려면 살아 있는 모든 순간들이 기쁨과 즐거움, 보람과 황홀감으로 충만해야 한다.
p.47



제2장.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죽음을 추상적인 문제로 취급하고 본능적인 공포감 때문에 죽음에 대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언제 처음으로 죽음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봤나 기억을 더듬어봤다. 아마 7년 전 외할머니 장례식장에서였던 것 같다. 죽음은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여겼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나는 큰 상실감을 느꼈다.  북적북적한 장례식장에서 우리 외할머니의 죽음을 두고 어른들이 호상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건강하게 살 만큼 살다가 돌아가신 분을 두고 흔히 호상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죽음에 있어서 누구든 호상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질병에 걸려 오래 앓다가 죽는 사람도 있다. 내가 만약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할까? 병에 걸려서 앓다가 죽는 것도 싫지만, 갑자기 세상을 떠나는 것은 더 끔찍하다. 나는 내 마지막을 공들여 준비하고, 생에 마지막 시간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고 싶다. 그것이 집이든, 병원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길에서 갑작스러운 죽음만 맞이하지 않기를 바란다.


죽음은 단순히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P.71

저자는 사람이 언젠가는 죽어야 하고 잊힐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라면,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나를 '나'로 인식하는 철학적 자아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왜 자살하지 않는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가 진정하고 싶은 것인가? 내 삶은 나에게 충분한 의미가 있는가'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인생의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제3장.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저자는 일과 놀이와 사랑으로 인생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삶의 의미를 온전하게 느낄 수 없다고 믿는다.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나가는 '연대'를 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의 능력을 발휘해야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일, 놀이, 사랑, 연대가 삶을 의미 있고 품격 있게 만드는 4요소라고 말한다.

개인이 생존하는 데는 사회적 결속과 유대, 상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쟁에서 이겨 살아남으려면 다른 사람을 이기는 능력뿐만 아니라 타인과 쉽게 공감을 이루어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타인의 기쁨뿐만 아니라 아픔에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p.248


제4장.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믿는 삶의 원칙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것을 신념이라고 한다. 사람은 신념을 위해 살기도 하고 신념을 위해서 죽기도 한다. 신념은 훌륭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기가 가진 신념 덕분에 나 자신과 내 삶이 더 훌륭해지는지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한 신념을 지니고 살면서 신념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칼뱅, 폴 포트는 모두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확신하고 타인에게 폭력으로 자신의 신념을 강요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고 해서 다른 신념을 가질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신념이 삶을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념에 대해 '관용'을 갖출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 중 하나로 이름 남기기 그 자체를 인생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름을 남기려는 노력이 삶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는 있지만 이름 남기기가 인생 목표가 될 경우 삶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 남기기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 결국 악명으로 남은 사람 중 대표적으로 진시황과 민홍규를 예로 들고 있다.


칸트의 충고를 기억하자.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것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하라. 훌륭한 인생, 행복한 삶은 죽음 너머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다.
p.325


책을 덮으며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우리는 삶보다는 죽음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라는데,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관 뚜껑이 닫히고 난 후 사람들이 나에게 하는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몸이 죽으면 영혼도 죽는다고 믿는다. 관 안에 들어가면 어차피 나 혼자고,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나는 왜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여 살아왔을까? 앞으로는 오롯이 내 자신에게 하는 평가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야겠다. 나는 내가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고, 놀 때는 놀고, 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다.
30대를 넘어오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품격 있게 나이들 수 있을지를 자주 생각하곤 했다. 품위 있게 나이를 먹고 품위 있게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대로 인생을 설계하고,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결정권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 그리고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돈, 건강, 삶의 의미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 내가 잘 살고, 잘 죽기 위한 답은 여기에 있다. 노년기에 필요한 자산을 미리 비축해두고 준비해둘 것, 건강의 주체가 나임을 잊지 말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질 것, 마지막으로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사람들과 연대하면서 행복하고 기쁜 삶을 찾아나갈 것이다.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

1. 당신은 지금 무엇으로 인생을 채우고 있는가?
2. 내가 꿈꾸는 내 장례식-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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