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작가가 글태기를 극복하는 6가지 방법
코로나 19로 비행을 쉰 지 네 달 차에 접어들었다. 내 하루는 비행을 할 때보다 더 바쁘고 보람차다. 아무리 바빠도 매일 1편의 글을 쓰고 있고, 아무리 바빠도 매일 만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카오 프로젝트 100에 참여하며 매일 10페이지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운동하고 책을 읽는 것은 비행을 하면서도 늘 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하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초등학생 때 선생님한테 일기 검사를 받으려고 억지로 일기를 쓴 이후로는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아바매글 6,7,8 기를 졸업하고 올해의 마지막 기수인 9기까지 마쳤다.
120일이라는 긴 기간 동안 매일 글을 쓰는 것이 부담이 될 때도 있었고, 글쓰기 주제가 어려워서 하루쯤은 글쓰기를 포기할까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아래에 제시하는 6가지 방법을 통해 짧게라도 글을 쓰려고 했고 결국 단 한 번의 지각과 결석 없이 아바매글 9기를 졸업할 수 있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의 뿌듯함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일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어렵다. 나 역시 글태기가 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썼다.
계속 쓰는 삶을 위해 글태기가 왔을 때 이겨내는 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글쓰기 동료들의 글을 읽어본다.
-매일 그날의 주제를 보고 글이 술술 써지는 경우도 있지만 반나절을 고민해봐도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이럴 경우, 동료들이 먼저 인증한 글을 읽고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방향을 잡는다.
아바매글을 함께하는 동료들은 워낙 글재주가 좋으신 분들이 많고, 재미있게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나에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2. 카페에 간다.
-글을 쓰려면 일단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뭐 대단한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글쓰기는 일명 '장소빨'이 필요하다. 글쓰기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아바매글 동기는 집에서 글을 쓰는 공간을 '집현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에게 집현전은 집 앞 작은 카페다.(요즘은 2단계로 격상되어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다.)
집에서 글을 쓰다가 도저히 생각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으면 아이패드를 들고 카페에 간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라떼를 시키고 글쓰기 주제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생각해본다. 커피로 수혈을 하고 나면 어떤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키보드를 두드릴 힘이 생긴다.
3. 시작이 어려우면 아무 말 대잔치라도!
-아바매글8기는 상상력으로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주 주제는 사진을 보며 글을 쓰는 것이었는데 나에게 특히나 어려운 과제였다. 사진을 보며 상상력을 동원해 글을 써야 하는 일주일 동안 그야말로 '아무 말 대잔치'를 했다. 생각나는 대로 아무 문장이나 쓰고 보는 것이다. 소설을 써야 했기에 첫 문장을 쓰고 나면 그 다음 전개가 어떻게 이어져야 할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곤 했다.
매번 글을 쓸 때 첫 문장을 쓰는 것이 두려울 때도 많았는데, 아무 말 대잔치라도 하면서 일단 아무 말이라도 무조건 많이 써놔야 그중에 하나라도 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글 쓰다 막힐 때는 잠깐 쉬어가기
- 글린이인 나에게도 기가 막히게 글이 잘 써지는 때가 있다.(손에 꼽을 만큼 아주 가끔 있는 일.)
'이게 무슨 일이야? 나에게도 이런 면이?'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글을 미친 듯이 타닥타닥 키보드를 두들기다가 역시나 마지막을 어떻게 끝내야 하나 손가락이 갈 곳을 잃고 멈추는 순간, 자괴감이 든다. 여태까지 썼던 글을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나 하나 고민이 드는 순간이다. 이럴 때는 일단 쓴 부분까지만 저장을 해놓고 잠시 글쓰기를 멈춘다. 잠깐의 쉼이 글을 마무리를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때가 많다.
5. 내가 쓴 글을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용기를 얻는다.(feat. 아바매글 동료들의 댓글)
- 글을 쓰기 시작한 후로 제일 친한 친구에게 내가 쓴 글을 한 달에 한 두 편씩 보여줬다. 스스로 잘 썼다고 생각한 글이나 아바매글 동료들의 반응이 좋은 것을 보여주곤 했다. 처음 내 글을 보여줬을 때 지나치게 솔직한 내 친구는 글을 읽고 "글 잘 썼네" 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잘 읽히는 글이라고 했다.
두 달 뒤 아바매글 과제를 한 것 중에 한편을 다시 보여줬다. 그 친구는 내가 쓴 글 같지 않다고 말하며 "처음에 비해 진짜 많이 발전했어. 매일 꾸준히 하면 글쓰기도 늘긴 느는구나" 라는 기분 좋은 피드백을 해주었다. 처음에 보여줬던 글은 다듬어져있지 않고 날 것의 느낌이었는데 갈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꾸준함의 힘을 제대로 느낀다고 말이다.
내가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가까운 사람들의 격려와 아바매글 동료들의 피드백과 응원이다.
6. 최후의 방법 : 4줄 찬스
- 글쓰기 주제에 대해 한참을 생각하고 동료들의 글을 읽어봐도 막막해서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바매글의 좋은 제도! 바로 4줄 찬스를 쓴다. 완성도 있는 글을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매일 "꾸준히" 글을 쓰는 것에 의의를 둔다는 것이다.
블로그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글이지만 100%의 인증률을 위해서 일단 4줄이라도 채워서 인증을 한다. 가끔은 이 4줄 찬스가 있는 것이 얼마나 숨통이 트이는 일인지 새삼 깨닫는다.
글을 잘 쓰는 선천적인 재능은 나에게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쓰는 삶을 살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것은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니까. 지금은 글 쓰는 '만보 언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글을 쓰는 '만보 할머니가' 되고 싶다.
누구나 할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 쓰는 '만보 할머니'가 되려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근력이 있어야 하고, 계속 쓰기 위해 '글력'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만보를 걷고 아이패드로 글을 쓴다. 만보 할머니가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글을 잘 쓰는 선천적인 재능을 이기는 꾸준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매일매일, 아무리 바빠도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의 힘을 믿는다.
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창작을 할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 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 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이슬아, [부지런한 사랑], p24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