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값의 3할은 차지한 스타벅스에 이별을 고했다.
신용카드를 잘라버렸다.
그동안 한 회사의 신용카드만 줄곧 이용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스타벅스 할인 혜택 때문이었다. 월 30만 원 이상을 쓰면 다음 달에 무려 스타벅스 20%를 할인받을 수 있었다. 이 신용카드를 쓰는 동안 참새가 방앗간을 못 지나치듯 나는 스타벅스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아 이번 달에 할인 안 받았지. 스타벅스 가서 커피 마셔야지!'
커피를 한 잔 마셨음에도 어김없이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주문하곤 했다. 게다가 많은 금액을 써야 더 많이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커피 한 잔을 사며 마카롱이나 과일주스 같은 것을 같이 샀다. 예상치 못한 소비를 더 하게 된 것이다. 혼자 스타벅스에 가서 만원 정도를 쓰면 20%는 할인받을 수 있으니, 꽤나 이득을 보는 것 같았다. 그동안 신용카드 회사와 스타벅스의 호갱이었음을 인정한다.
대학생 때는 스타벅스에 가면 느낄 수 있는 특유의 분위기가 좋았다.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과제를 하면 집중이 더 잘되는 것 같았다. 스타벅스에서 나오는 음악,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도 마음에 들었다. 연말마다 판매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 한 잔에 6천 원이 넘는 시즌 음료를 마시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커피가 아니라 스타벅스 문화를 소비하고 있었다. 커피맛을 잘 몰랐기에 그저 스타벅스 로고에 이끌려 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승무원이 되고 나서 유독 스타벅스만 찾는 내 집착은 더 심해졌다. 비행하기 전에는 어김없이 인천공항 지하 1층에 있는 스타벅스를 갔다. 회사에 가면 구내식당에서 식권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나는 굳이 내 돈을 쓰는 것을 택했다. '내가 힘들게 돈 벌러 가는데 겨우 스타벅스 커피 한 잔 못 마셔?' 이런 말도 안 되는 보상심리로 늘 스타벅스 커피를 마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는 '겨우'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이 아니라, '무려' 스타벅스 한 잔이 되어버렸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된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예전만큼의 월급을 받지 못하며
둘째,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아 할인을 못 받고
셋째, 스타벅스 커피는 더 이상 내 입맛에 맞는 커피가 아니다.
수입이 줄었는데 한 잔에 무려 4600원이나 하는 라떼를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하겠다. 요즘에는 스타벅스 말고도 커피가 맛있는 곳이 차고도 넘쳐서 스타벅스 커피가 맛이 없게 느껴진다. 내 커피 입맛이 상향평준화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주로 라떼를 마시는데, 스타벅스 커피는 고소하지도 않고 이제 내 입맛엔 그저 밍밍하기만 하다.
다행히도 내가 스타벅스를 가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할 무렵, 라떼가 무지 맛있는 동네 카페를 발견했다. 스타벅스보다 가격도 착하고 커피도 10배는 더 맛있다. 더 이상 스타벅스에 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물론 예외는 있다. 바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받았을 때이다. 생일선물로 제일 무난한 것이 스타벅스라고 생각하는지(나 역시 그래 왔지만) 생일만 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참 많이도 들어온다. 내 친구들도 생일이 지나면 선물함에 유독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넘쳐난다. 나만 생일선물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닌듯하다.
누군가 선물을 주면 기쁜 마음으로 가겠지만, 앞으로는 내 돈 주고 스타벅스에 갈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더 이상 스타벅스의 충성 고객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