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매력 부다페스트

포르투 유학생활

by 낮잠

귀국하기 전에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할 장소는 바로 헝가리였다.

사실 헝가리만 가기에는 아까우니 오스트리아도 같이 묶어서 가게 되었는데

그때도 회상하는 지금도

비엔나보다는 부다페스트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사실 부다페스트는 큰 기대가 없었다.

지금까지 서유럽만 여행했던 나에게 헝가리는 동유럽 중에서도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을 줄 알았다.


부다페스트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동유럽의 포르투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포르투에 동루이스 다리가 있다면 부다페스트에는 세체니 다리가 있다.

도우루 강에서 보는 노을은 오렌지와 파란색의 그라데이션을 띄고 있었고

도나우 강에서 보는 노을은 핑크빛으로 물들어있었다.

노을은 국경을 넘어선 아름다움이자 행복인 것 같다.


아마 나는 포르투를 좋아하는 이유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다페스트에게 반해버린 이유도

저물어 가는 노을 속의 잔잔함과 하루의 끝맺음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평온함이 좋았던 것 같다.

부다페스트하면 랑고스, 굴뚝빵, 국회의사당, 어부의 요새 혹은 세체니 온천.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하는 음식들과 국회의사당을 둘러싸는 아름다운 야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지에서 알게 된 예상외의 것이 두 가지 있었는 데

하나는 곳곳마다 보이는 빈티지 샵.

또 하나는 한국과 헝가리 사이에 어쩌면 의외의 연결고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1) 빈티지샵

왜 그 동네 주민들이 안 입는 옷을 내놨구나 싶은 가게나 보물찾기 하듯 구석구석 뒤져야만 하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부다페스트는 ‘빈티지'라는 어감이 주는 인상과 걸맞게 고풍스러운 옷을 모아논 가게가 많았다.


@Szputnyik shop D20

Budapest, Dohány u. 20, 1074, Hungary

그중에서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가게는 바로

Szp..?

자음의 연속이어서 가게이름은 못 읽겠다.

여기는 벳지가 너무 귀여웠는 데 특히 왼쪽 위에 프라다 칼로 벳지랑 오른쪽 위에 동그란 벳지가 마음에 들었다.

1990 포린트면 800엔 정도?

그때는 벳지에 800엔씩이나 내야 하나 싶었는 데.

유럽에서 살까 말까 고민할 때는 그냥 사는 게 답인 것 같다.

돌아오면 남는 건 후회와 유독 더 예뻐 보이는 사진뿐..


2) 한국과의 인연?

이 표시를 봤을 때 불현듯이 2년 전에 한국에서 만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내가 오랜 기간 일본생활을 한 것처럼 한국에서 태어나 헝가리에서 자란 친구였다.

그때는 헝가리란 나라랑 아무런 연이 없어서 헝가리에도 한국사람이 사는구나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 표시를 보니 어쩌면 한국이랑 헝가리 사이에 오래된 역사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예를 들면 한국인 거주자나 한국인 관광객이 많다거나 과거부터 교류를 해왔다던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말이다. 아니면 말고.

공항에서도 중국이나 일본 표지판은 본 적 있어도 한국은 처음이었던지라 신기했고 헝가리라는 나라가 왠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내가 여행했던 시기가 마침 EURO 2024의 열기가 한참 뜨거웠을 때였다.

축구를 보는 건 한일전 때뿐이었는데 유럽 축구도 보다 보니 점점 빠져들었다.

이 날은 포르투갈 대 프랑스.

호날두와 음바페의 대결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당연히 포르투갈 편이었다.

퍼블릭뷰잉에 가보는 건 처음이었는데 팀 상관없이 축구로 모두 하나가 되는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헝가리라는 타지에서 포르투갈인을 만나니 괜히 더 반갑기도 했고.

헝가리는 신혼여행으로 다시 가고 싶은 나라다.

가기 전에 누가 헝가리는 정말 로맨틱한 나라라고 해서 파리보다? 하고 갸우뚱했는데.

세체니 다리 위에 앉아서 바라본 풍경은 꼭 미래의 남편이랑 다시 보고 싶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