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유학

포르투 유학생활

by 낮잠

유학은 내가 오래도록 꿈꿔왔던 로망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여름방학 때마다 영어캠프에 참가하려고 필리핀에 가는 친구

중고등학교 때는 캐나다나 미국에서 자라 영어도 모국어도 유창하게 구사할 줄 아는 친구

그런 주변 친구들을 보며

마음속 깊은 자리에 유학이라는 꿈이 피어나고 있었다.


유학하면 매일매일 새로운 자극과 배움이 가득할 것만 같았다.

때로는 언어의 장벽에 부딪히기도 하고 인종차별을 당해 속상하기도 하며

처음 해보는 자취에 기분이 들떠 매일 그릭요거트만 먹다가도 엄마가 만들어주던 삼계탕이 그리워 향수병에 걸리기도 하는.

그런 교차하는 감정들을 통해 나 자신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바로 유학일 거라고 생각했다.


혹시 이런 적이 있을까?

고르고 고른 맛집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도 부푼 나머지

생각보다...별로였다

하고 실망하게 되는 경험말이다.

정말 맛있을 줄 알고 큰맘 먹고 갔는 데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가 아니었을 때 허무함을 느끼고는 한다.


유학은 내 삶에 있어 너무나 간절히 바라던 순간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이고 이것을 계기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게 될 거라 자부했다.

유학에 대해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했기에 포르투갈어는 제자리걸음이었고

자취가 처음이라지만 고군분투하기보다는 인터넷을 찾아가며 스스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엄마표 삼계탕은 돌아가서 먹으면 되고 슈퍼에서 파는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만으로도 먹고살만했다.


나의 유학생활은 새로운 사람을 매일 만나는 것도 아니었고 매일 파티가 열리는 것도 아니었으며 인종차별을 당해 세계평화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유학 마지막날까지 포르투에서 인종차별을 당해본 적이 없으며 원어민만은 못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영어로도 소통할 수 있다 보니 고생을 사서라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요일에 장 봤던 빵과 샐러드를 먹고 학교에 가서 언어의 장벽 없이 수업을 듣고

집에 돌아오면 아침에 널어놨던 빨래를 개는 그런 반복되는 하루.


특별할 줄 알았던 유학.


유학이라는 말은 왠지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이상적인 삶일 듯하지만

유학 또한 현실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11개월간의 포르투 생활을 통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