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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Dec 04. 2024

택배도착

엄마의 사랑은 택배에 담겨

  지난번 보내주셨던 김치가 딱 떨어지는 순간, 또다시 택배가 도착했다. 이번엔 급하게 따온 단감과 막 담근 김치가 아이스박스에 꽉 들어차 있었다. 택배 상자가 출발하고 나서야 전화를 하시던 엄마가 언제부터인가 택배를 보내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하신다. 


“김치 아직 있냐? 김치 좀 해서 보낼까?”


이미 김치는 새벽에 다 담가 놓았다는 걸 아는데. 어쩌면 내가 원하지 않을까 봐 눈치를 보시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여름 친정집에 갔을 때, 아파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무심코 지나가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보내주신 야채를 다 못 먹어 상자째 나눔 한다는 이야기. 그때 엄마의 놀란 눈빛이 떠오른다. 농산물을 보내주면 아낌없이 잘 챙겨 먹을 거라고 믿으셨을 텐데, 사실 나도 종종 버릴 때가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요즘은 최대한 손질해서 냉동실에 정리하지만, 내 상황에 따라 부담스러운 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느 날은 급하게 보내느라 담은 야채를 손질하느라 몇 시간을 붙잡고 있으면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러다 이 모든 걸 준비하느라 고생하셨을 엄마 생각에 죄책감이 밀려오고, 그런 나 자신이 못마땅해져 괜히 화가 나기도 하고. 그래도 엄마의 김치와 반찬으로 차린 식탁을 보면 든든하고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나이가 들면서 엄마는 몸만큼 마음도 여려지셨다. 그래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반응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자식들 김치를 담가 주시네!"

 "그럼 해야지. 엄마는 외할머니한테 김치고 반찬이고 받아본 적이 없지만, 그래도 너희한테는 계속해줄 거야."


 생선을 좋아하는 막내에게는 직접 구운 생선과 키우는 닭이 낳은 계란으로 만든 장조림을 보내신다. 대학 시절 자취와 함께 시작된 엄마의 반찬 공급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쌀부터 김치, 마늘, 양파, 고춧가루, 참기름까지. 이제는 반찬보다 원재료가 더 많이 오지만.


  엄마는 아직도 가족을 위해 김치를 담그고, 계란을 조리고, 생선을 굽는다. 어릴 적 엄마가 해준 밥을 먹던 기억은 어느새 내가 가족을 위해 밥을 하는 일로 이어졌고, 엄마는 여전히 그 중심에 있다. 가끔 나는 인건비나 택배비를 따지며 경제적이지 않다고 속으로 불만을 가지지만, 그것이 엄마의 작은 행복이라면 굳이 따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엄마가 보내신 택배가 도착 예정이다. 보내주신 재료로 반찬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내면 엄마는 뿌듯해하시겠지. 새로 담근 김치와 어제 뽑아서 상자 가득 채운 시금치가 들어 있을 것이다. 그걸로 아이가 좋아하는 시금치나물을 만들어 김밥을 싸야겠다. 아이가 맛있게 먹었다며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카톡을 보낼 것이다. 그러면 엄마도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손녀에게 서툴지만 따뜻한 답장을 쓰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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