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겪고 난 뒤의 세상

계속 살아야 한다 (25: 462)

by 오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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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자주 이용하는

지하철 환승역입니다.

익숙한 듯 급히 이동합니다.


에스컬레이터.

두 줄 넓이의 공간입니다.

흔히 오른쪽은 가만히 서 있는 분들이

왼쪽은 직접 올라가는 분들이 이용합니다.


저는 주로 왼쪽을 이용해왔습니다.

오늘도 마찬가지.

그런데 어떤 분이 오른쪽도 왼쪽도 아닌

계단 가운데에 있습니다.

양손을 손잡이에 걸친 채.


급한 저는 머뭇거리다 말합니다.

“실례합니다.”

“……”


아무 반응이 없습니다.

또 말합니다.

“실례합니다.”

“……”


난감합니다.

그래도 급하니 또 한 번.

“잠시만요.”

“……”

“저기, 잠시만요.”

“……”


이상합니다.

저는 결단을 내립니다.

그분의 팔 아래를 통과해

얼른 빠져나가기로 합니다.


그때였습니다.

그분이 제가 나가지 못하게

몸으로 막습니다.

움직이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위험한 상황이 연출됩니다.


뒤에서 지켜보던 이가

그분에게 소리칩니다.

“그냥 비켜주면 되지, XX야!”


저는 포기합니다.

계단 끝에 와서야

지하철을 빨리 타려

전속력으로 달립니다.


그분이 왜 그러셨는지 의문입니다.

아마 자폐증상이 있는 듯했습니다.

환승 전 지하철에서 같이 내렸을 때

그런 모습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에스컬레이터 사건은

굉장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작은 일을 겪기 전

저는 정신질환을 갖은 분들에게

편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제가 겪었던 우울증도

정신질환의 하나라고 할 수 있고요)


그런데 제가 막상 위험하고 당황스러운 일을

겪으니 생각이 좀 달라지는 느낌입니다.

어떤 편견이 맞다는 뜻이 아니라,

저의 경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세상은 알다가도 모를 일로 가득합니다…


<우울증 너머 25: 462>

- 일어나기 06:34

- 운동 새벽 8분, 낮 17분, 저녁 46분

- 자투리 운동 1회

-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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