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을 하면 존중받으면 좋을 텐데. 그런 일을 한다고 더 무시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
지난해 2300건이 넘는 쿠팡의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서 영화 ‘다음 소희’의 대사가 떠올랐다. 기업의 과도한 자유와 정부의 무책임한 방관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는 점이 닮아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벽배송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지만 열악한 노동 환경이라는 그림자가 존재한다. 해마다 쿠팡은 산업재해 발생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산업재해, 인권, 냉난방 시설 부족 등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지만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물류센터 내의 휴대전화 반입 금지는 부당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통신의 자유 침해가 맞지만 제재할 법률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통신의 자유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설사 법률로써 제한하더라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다. 그런데 정부 기관들이 헌법 위에 쿠팡이 존재할 수 있도록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국가는 왜 존재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쿠팡은 노동자들의 휴대전화 반입을 안전상의 이유로 제한하고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쿠팡의 산재 발생 현황을 볼 때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오히려 물류센터 특성상 재해·재난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대처를 어렵게 만든다. 쿠팡은 비상전화 설치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하지만 휴대전화만큼의 효과를 거둘 순 없다. 노동자 입장에선 산재 발생 시 증거 수집에도 제한받게 된다.
다음 소희는 없어야 하듯, 다음 쿠팡 노동자도 사라져야 한다. 쿠팡의 고속 성장의 이면에는 노동자들의 피, 땀, 눈물이 있다. 어떤 사람도 노동자가 다치고 인권이 침해되는 빠른 배송은 원치 않는다. 쿠팡이 강조하는 ESG 경영은 노동자 존중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투자자들로부터 끝내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해당 칼럼은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