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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수책방 Jan 11. 2022

아픈 몸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

-책 속의 한 줄

    


“자신과 다른 이를 분리, 구분, 배제하려는 행위는 ‘누구도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인권의 정신에 위배됨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머리에서 알고 있는 사실을 가슴이 느껴 두 기관이 조화를 이루어야 병에 다트를 던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입니다. 병이 아니라 병이 깃든 ‘사람’을 구해 내려면 한 사회, 그리고 개인의 인권의식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픈 몸, 더 아픈 차별> 중에서     


아내가 질병을 얻어 회사에 병가 신청을 했을 때 회사로부터 “병가는 가능하나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장인 대부분은 가정에서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질병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개인이 져야 했다.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을 조심하라며 공지를 올렸는데, 직원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가 폐쇄되는 일이 없도록”이라는 이유를 달았다. 만약 코로나19 확진자가 된다면, 회사는 너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또 한 직장인은 백신 맞는 날 휴가를 내려 하자 상사로부터 “젊은데 쉬려고?”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코로나 시국에 자영업자의 고통은 이루 말할 것도 없지만, 한편에서는 확진자가 되어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낙인찍히는 노동자도 수없이 많다. 이들이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도 누구 하나 편들어 주는 사람이 없다. 


회사에서 건강의 문제를 모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건 우리 사회가 건강함을 정상으로, 건강하지 못함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기인한다. “아픈 사람의 상황을 혼자서 풀어야 할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고 일시적이고 기능적인 해결만 꾀하려 하는 사회문화 속에서”는 감염되거나 질병에 걸린 사람은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야만 한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회사에서 잘리는 것보다 사람들 시선이 더 두렵다고 한다. 이 두려움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우리는 누구나 병들고 나이를 먹고 죽는다. 타인의 아픈 몸을 바라보는 차별의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면, 나 또한 외로운 길에 내던져질 수밖에 없다.      



* <한국농어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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