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중력상태
영상 소개로 먼저 알게 된 이야기.
한석규 배우의 목소리가 귓전에서 읽어주는 것 같아, 책을 읽는 속도가 목소리를 저절로 따라간다.
요리책도 이렇게 신선하게 읽을 수 있구나.
요즘은 프로페셔널하고 완벽한 것보다는 친근한 것들에 더 마음이 간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요리를 하나씩 완성해 가는 이야기가 슬픔을 담고 있는 배경과 함께 느껴져서 편안하게 읽힌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를 읽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나도 작가의 메뉴를 하나 따라 만든다.
나만의 스타일로.
원두를 수동 그라인더로 갈아서 드립커피를 진하게 내린다. 싱크대 하부장에 넣어둔 거품기를 꺼낸다.
쫀득하고 누우면 내 몸무게도 지탱해 줄 것만 같은(?) 풍성한 거품을 만든다.
내가 좋아하는 닭이 그려진 머그잔에 진하게 내린 원두커피를 1/10 담고 나머지는 우유거품으로 가득 채운다.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아줄 계피가루를 톡톡 뿌려 준다.
향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 늦은 시간에 커피를 마셔도 될까?라는 고민도 1초 만에 사라졌다.
마시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이 몸과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수동 그라인더에 원두가 담기는 경쾌한 소리.
원두가 갈리며 퍼지는 커피의 향.
그라인더에 갈아지는 느낌.
몽글몽글해진 우유 거품을 티 스푼으로 뜨며 느껴지는 폼폼한 질감.
고급진 도서관의 문짝 같은 색감의 고운 계피가루. 그리고 계피의 향.
마치 무중력상태처럼 느껴진다.
책의 마법에 걸린 순간이다. 잠시 빠져도 허우적거릴 이유가 없다.
브런치독서클럽 덕분에 책 읽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