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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이 Jan 15. 2023

새해, 좀 더 쉬어갈 결심

2023년 1월 15일 기록

 1. 여행 계획

    미리 휴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이 되는대로 살았더니 연차를 7일이나 남기고 한 해를 끝냈다. 회사 생활이 이제 10년이 넘었는데 처음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예전보다 자유롭지 않다 보니 고려할 것도 많고,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 바로 훌쩍 떠나긴 어려움이 많았다. 


 아쉬움은 뒤로 하고 코로나로 처박아 두었던 여권을 다시 찾아보았다. 코로나라 외국 갈 일은 없을 거 같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더니 이미 만료가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날씨, 휴가일, 가고 싶은 곳 이 세 가지만 정하면 비교적 쉽게 떠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예전보다 내가 고려할 것이 많아졌다. 백신 접종 여부, PCR 검사, 여행자 보험 필수 등등

 

 예전에 나는 서점을 들려 여행 가고 싶은 곳을 찾아보곤 했는데 이제는 유튜브로 검색을 한다. 최근에 올린 영상부터 보다 보면 어느새 여행을 꼭 안 가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도 자세하게 모든 여정을 담아서 보여준다.  출발하는 비행기, 머무는 숙소, 우연히 만난 현지인과 여행객들의 대화까지.. 가고 싶은 곳은 넘치고 넘친다. 

 

새해는 여행을 가고, 기록으로도 잘 남겨놓을 결심을 해본다. 


 2. 건강 검진

 작년 건강 검진을 받고 병원에 따로 가보라는 진단서를 보고 몇 달 만에 병원을 찾았다. 수술을 권유하는 의사의 말에 한번 놀라고, 수술을 결정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날짜에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병원을 나왔다. 수술 날짜를 고민해 보니 이 날은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어 안되고, 저 날은 또 중요한 일정들이 있고.. 


 촌각을 다투는 죽을병이 아니니까 미뤄도 되는 건지, 미루지 않아야 하는지도 잠시 혼란스러웠다. 회사에서 중요한 미팅을 빠진다고 해서 그 누구도 수술을 받는 나에게 질책하거나 문제 삼지 않지만, 내가 그 자리에 없으면서 생기는 공백이 두려웠다. 정확히 무슨 공백인 걸까? 해외에서 출장 오는 사람들과의 흔치 않은 만남, 기회, 내가 없으면 그만큼 고생할 팀원 들일 것이다. 

일단 한 곳을 더 방문해 보니 급하지 않을 거 같다고 해서 한 두 달 이후에 한번 더 검진을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미 내가 조금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내게 일부러 더 많은 여유와 휴식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리하는 일도 줄이고 말이다.


3. 좋은 멘토

 회사에서 좋은 멘토 분과 인연이 닿아 식사를 같이 했다. 보통은 점심을 함께 하지만 이번에는 회사에서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저녁을 함께했다. 내가 궁금해하는 길, 가지 않은 길을 가본 선배님으로서 모든 대화가 유익했다. 그날 이후로 며칠 간 기분이 업되어 있는 것을 보면 웬만한 심리 상담 못지않았던 건 확실하다. 


 나의 고민은 좀 더 길고 자세했지만 간단히 설명하면 나는 지금 어떤 분야를 더 깊게 공부해야 할지, 학위가 더 필요한 건지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 분은 나에게 지금 뭐가 필요하고를 떠나서 차라리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30대인 나에게 은퇴는 참 와닿지 않지만, '은퇴'라는 키워드 하나로 고려해야 할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먹고사는 것에 구애받지 않을 필요도 없고, 성과를 내야만 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면 갑자기 하고 싶은 것, 관심 있는 것이 너무 많아진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원래 관심사로 석사를 받았고, 현재는 회사에 다니지만 틈틈이 은퇴 이후에 하고 싶은 일을 이미 지금도 병행을 하고 있다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필요하니까 해야 하니까 하는 일들이 아니니 고민거리가 아닌 희망과 즐거움의 에너지가 샘솟았던 것이다.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서로에게 너무 큰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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