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초보는 딴짓 중
인스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아니, 솜씨가 꽝이다.
3년 전 카페를 운영하면서 어쩔 수 없이 사업자 계정을 운영했었는데, 하는 방법도 몰랐고 영 나랑은 맞지 않는 듯하여 손 놓고 있다가 결국 그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골목길 모퉁이 카페는 2년 반 만에 말아먹었다.
브런치 작가도 글 하나로 승인받아놓고 연례행사처럼 글을 올리다가,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책 출간에 대한 소망을 3년 안에는 반드시 이뤄야겠다는 고집이 생겼다. 브런치를 하다 보니 인스타도 필요하다 싶어 개인 계정을 다시 팠다.
책 사진 몇 개, 아이들 사진 몇 개, 릴스 몇 개 올렸는데 영 반응이 없다.
일단 팔로우를 열심히 하면서 돌아다니곤 있는데, 남들 사진과 릴스 보는 게 이렇게 설레는 일일줄이야? 특히 사진과 동영상을 무더기로 섞어 20장까지 올릴 수 있는 피드는 가히 매혹적이다. 유튜브의 쇼츠보다 백 배, 아니 삼백 배 더 중독성이 있다. (내가 빠질 것이냐, 남을 빠뜨릴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팔로우를 한 분들이 대부분 책을 소재로 콘텐츠를 올리는 분들이다 보니,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피드는 거의가 알록달록 책 사진이다. 우연히 탐색탭으로 들어갔는데 음식 사진도 아닌데 왜 이렇게 입에 군침이 도는지...
책 사진을 찍은 구도도 저마다 다르고, 책 주변에 무엇을 두었는지, 사람의 신체가 함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모두 달랐다. 마치 5성급 호텔 뷔페에 와 있는 듯 어느 것부터 먼저 맛을 봐야 할지 고민스러웠다. (정작 내 인스타는?)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느끼는 설렘과는 또 다른 디지털식 떨림이었다. 책을 만지지 않아도, 오래된 책방의 향기가 나지 않아도, 책의 내용을 훑어볼 수도 없음에도 그 사진들의 모음이 주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었다.
마우스를 올렸다 내렸다, 클릭하고 플레이하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은 금방이다. 언제쯤 내 인스타가 이들 사이에서도 이질감 없이 노출되어 인스타 러버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인스타 초보의 책 사진 찍기는 요정도 수준이다.
자평을 좀 하자면, 첫 번째 사진은 매일 아침 마시는 방탄커피와 함께 찍은 것인데, 책의 영원한 짝꿍인 커피의 수준이 많이 떨어져서 실패.
두 번째 사진은 베란다 창을 배경으로 책을 들고 찍은 것인데, 후광이 너무 강해 주인공인 책이 죽은 듯하여 이 역시 실패.
세 번째 사진은 귀찮아서 책상 의자에 앉아 그냥 거실 배경으로 찍은 것인데, 이 역시 책의 재미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는 실패작이다.
공통적으로 책의 입체감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 책의 두께도 독자에게는 중요한 요소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이 정도면 자평도 아니고 자폭에 가깝다.
책은 예쁘다.
내용을 떠나서 그 자체로 어여쁘다.
난 이 예쁜 것들을 곁에 많이 두고 싶다. 많이 보고, 많이 만질 것이다. (쾌락에는 어쩔 수 없이 돈이 들겠지만)
<미애소리 인스타 바로 가 주기, 한번만>
https://www.instagram.com/miaeso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