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로컬 맛집을 (조용히) 소개합니다.
8월의 마지막 주는 제주도에서 보냈다. 3박 4일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이 마저도 아이들이 개학하면 '교외체험학습' 신청서와 결과물까지 제출해야 하기에 번거롭다.
이미 한 달 전에 계획했던 여행이었기 때문에 혹시라도 출발 일정이 임박하여 아이들이 아프거나 할까 봐 일주일 전부터 아이들 건강관리에 조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 외에는 좀 더 저렴한 숙소와, 비행기 앞 좌석 예약 등 이점이 훨씬 많은 것이 '부지런한 여행러'에게 주어지는 포상이다.
제주도는 섬 그 자체의 자연 풍광이 뛰어나기 때문에 굳이 비싼 표를 사서 유료 박물관, 전시관 등 실내 구경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나와 남편의 공통된 생각이다. (사실 돈 아깝다는 말)
이왕 돈을 쓴다면 음식이 돈을 조금 더 쓰자는 것인데, 여기에도 우리 부부만의 원칙이 있다. '너무 사람이 많이 가는 유명한 곳'은 제외하는 것이다. 진정한 맛집은 로컬 맛집이라나... (기다릴 인내도 없다.)
이번 제주도 여행에서 행복한 맛을 선사해 준 식당 3곳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곳은 내가 네이버 지도에서 광고를 뺀 일반 식당을 하나하나 클릭해 가면서 찾은 곳인데, 쉽게 말하면 '백반'집이다. 주로 김치찌개 or 수육이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우리가 간 날은 다행히 아이들이 먹기 좋은 수육이 나오는 날이었다.
특별한 메뉴는 없지만...이라고 쓰려고 했는데 사실 이 집에는 아주 특별한 메뉴가 있다. 바로 냉된장국이다. 흡사 시금치 된장국과도 같은데, 여기에 유채줄기와 잎이 더해지고, 시원하게 얼음이 동동 뛰워진 아주 이색적인 말 그대로 제주도 '로컬푸드'다.
나 태어나고 제주도를 대략 다섯 번 정도 왔는데, 냉된장국은 처음이니 로컬 맛집을 제대로 찾은 것 같다.
수육은 말할 것도 없이 비린내 없이 부드럽고 고소해서 아이들이 순삭했고, 사진에는 없지만 서비스로 주신 반숙계란 2개도 (내가)번개같이 해치웠다.
나중에 다른 식당에서도 냉된장국이 나오긴 했는데, 창고내음식점에서 먹은 것 만큼의 깊은 맛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직원분이 너무 친절하셔서 기분 좋은 한 끼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사실 이곳은 우리만 알고 싶은 비밀 맛집이긴 하지만, 브런치에 올린다고 또 얼마나 보겠냐 싶다. (컴,컴,컴, 컴온~ 플리즈~)
이곳은 찐 제주도민만 아는 로컬 맛집은 아니다. 주차된 차들 거의가 "ㅎ" 번호판을 달고 있었고, 여성 고객들의 대부분이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니 절대로 제주도민들만의 비밀 맛집이 아니라는 게 나의 합리적 판단이다.
공항 근처기도 해서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제주도 고기국수'로 검색하면 나오는 음식점은 아니라, 그래도 아직까지는 '로컬'의 맛을 간직하고 있지 않을까 해서 찾게 되었다.
국수 러버인 남편의 주장으로, 제주도에 도착한 날에도, 그리고 돌아가는 날에도 이곳에 들렀다. 남편과 아이들은 모두 일반 고기국수를 시켰고, 나는 첫날엔 비빔 고기국수를, 마지막 날에는 돌문어들기름국수를 주문했다. 결과는 3가지 메뉴 모두 대대대만족이었다.
돌문어들기름국수는 호불호가 있을 순 있지만 들기름의 고소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100% 만족할 것 같다. 최종적으로 비빔국수와 돌문어들기름국수 중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비빔국수를 선택할테지만 말이다.
셋째 날 아침은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잡은 숙소 근처에서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가까워서 들른 곳인데 200% 만족한 집.
특히 콩나물 국밥은 아이들이 처음 먹는 음식인데도 불구하고 매우 맛있게 잘 먹어줬다.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혼자 서우봉에 올랐다가 너무 배고파서 빵을 먹고 난 후라, 이날 아침은 거의 먹지 못했다. (이런 걸 미련하다고 하지.)
대체적으로 제주도 식당 1인당 가격은 평균 1만원 정도한다. 횟집 가서 코스 요리 먹을 게 아니면 평균 식비는 그렇게 잡으면 될 것 같다. 다만 카페를 자주 들른다면 커피값과 디저트 값으로 밥값 이상을 지출하게 될 것이다. 그건 대한민국 어디서든 마찬가지.
이번 여행에서 우리 가족의 성과(?)라면 성과가 있는데, 바로 입맛 까다로운 딸 아이가 새로운 음식을 꽤나 많이 시도하고(굶지 않기 위해), 또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새우초밥, 콩나물 국밥, 활어회가 바로 그것이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와 같이 가느냐가 그 여행의 색깔을 좌우하는 더 큰 결정적 요소인 것 같다. 아직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대부분이지만, 아이들이 커 갈수록 매번 다른(?) 아이들과 여행하는 기분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가려고 하는 곳도, 먹을 수 있는 것도 달라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