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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끝 칼날

한숨 단속이 필요한 이유

by 시월아이

누군가의 한숨

그 무거운 숨을

내가 어떻게

헤아릴 수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가수 이하이의 '한숨' 노래의 클라이맥스 부분 가사다. 힘든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위로하는 듯한 가사에서 '한숨'은, '걱정'과 '고민' 혹은 '슬픔'의 아주 고요하지만 본능적인 신체적 표현이다.


한숨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나온다.


1. 숨을 한 번 쉴 동안. 또는 잠깐 동안.

2. 잠깐 동안의 휴식이나 잠.

3. 걱정이 있거나 서러울 때 또는 긴장이 풀려 안도할 때 길게 몰아서 내쉬는 숨.


'호흡' 그 자체를 뜻하는 1번과 '한숨 자다'처럼 잠깐이라는 뜻의 2번도 많이 쓰이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한숨 쉬다'라고 했을 때는 3번 뜻풀이 중에서도 앞부분 설명인 '걱정이 있거나'에 거의 해당한다.('또는' 뒷부분 설명은 습관이 아닌 본능에 의한 숨에 가까움.) 이하이 노래의 가사에 쓰인 '한숨'과 같다.


하지만 실제로 한숨은 한 개인의 감정 표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소리를 듣는 주변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고, 분위기마저 얼어붙게 만드는 확장된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다. 만일 나와 가까운 곳에서 자주 이런 사람들을 만나고, 또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야 한다면 그것 역시 꽤나 큰 고통이다.


몇 해 전까지 함께 일했던 직장 상사 한 분이 있었다. 나보다 상급자이기도 했고 한참이나 나이가 많았던 그분은 인성도 좋으시고 배려심도 많은 자상한 분이셨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수시로 내뱉는 깊은 한숨이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에서도, 일이 너무 없어 심심할 때조차 한숨을 쉬었다.


키보드 소리와 마우스의 딱딱거리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인 사무실에서 간혹 들리는 그분의 '허~'소리는, 같은 시공간에 있는 사람들을 함께 절망과 무력함의 공간으로 끌어내리곤 했다. 본인의 개인적인 고민이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으나, 주로 회사에 일어난 이슈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들이 다시 테이블 위에 올라왔을 때 어김없이 한숨을 연발했다.


'너라도 해결해 봐.'

'우리 상황이 이런데, 너는 아무렇지 않니?'

'난 이렇게 회사일에 열심히야.'


이런 숨은 의도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과잉 추측일까?

정작 본인은 별다른 의도가 없는 '습관'처럼 내쉬는 한숨일지라도 주변 사람들이 겪는 불편함은 분명 존재한다.


감정은 전염성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가 개그콘서트나 유튜브의 나래식을 보면서 공감과 웃음을 찾는 것은 그러한 영상이 주는 유머와 밝은 분위기에 젖어들기 위해서다. 원하면 언제든지 '웃음'을 주는 분위기로 내 감정을 이동시킬 수 있다.

반면 타인의 한숨은 원하지 않지만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 한숨을 쉴 때에도 우리는 쉽게 "한숨 좀 그만 쉬어."라고 하지 못한다. 아무리 좋게 말한다 해도,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상황, 즉 상대방의 '힘듦'을 무참히 짓밟는 극 T적 화법으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임을 우려해서다.


본인이 무심코 내뱉는 한숨을 어쩌다 깨닫는다면 적극적으로 단속할 필요가 있다. 과학적으로는 가슴이 답답하거나 불안할 때 한숨을 쉬면, 뇌에 산소가 공급되어 잠시 잠깐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수 십 수 백 번의 한숨이 습관처럼 나온다면, 이건 본인에게도 득이 없을 뿐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희망 없는 부정적 분위기로 몰아가기 때문에 반드시 고치는 것이 좋다.


나는 아이들에게 한숨이 나올 것 같으면, 깊이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후~" 하면서 길게 내뱉으면서 한숨이 아닌 깊은 호흡을 하라고 말하곤 한다. 깊게 들이마시고 깊이 내뱉는 호흡은 명상이나 가벼운 운동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으로, 근육의 통증을 줄이고 정신의 고통마저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단,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코로 깊게 들이마시고, 다시 코로 깊게 내뱉으면, 입으로 인위적으로 나오는 한탄 섞인 한숨 소리를 내지 않고도 '한숨의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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