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대표 음식, 나시 르막을 소개합니다.

어린 시절 먹던 소박한 밥상이 생각나는 정겨운 음식

by 자발적 무급노동자

말레이시아에 산 지도 2년이 다 되어간다. 낯선 나라에 사는 즐거움 중 하나는 태어나고 자란 나라에서 접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를 쉽게 누릴 수 있다는 것, 특히 음식은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말레이시아 음식은 태국, 베트남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에 비하면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에는 말레이시아 음식을 인도네시아 음식의 아류 정도로 여겼기 때문에 음식에 대한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2년이 흐른 지금은 매일매일 새로운 현지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살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람에게 "말레이시아의 대표 음식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열에 여덟은 나시 르막(Nasi Lemak)을 꼽을 것이다. 기름진(Lemak) 밥(Nasi)이란 음식 이름 뜻을 알게 되면, '이런 게 대표 음식이라고?'라는 의구심이 들며 선뜻 주문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의심을 무릅쓰고 용기(?) 있게 주문을 한 후 나온 음식을 보면, 이런 의구심은 '역시 잘 모르는 음식은 함부로 시키는 게 아니었는데'란 후회로 바뀔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말레이시아 '대표 음식'이라는 수식어에 비해 나시 르막의 차림새는 아주 소박하기 때문이다.


IMG_3370.JPEG 기본 구성의 나시르막

나시 르막의 기본 구성은 밥과 삼발 소스, 볶은 멸치와 땅콩, 삶은 달걀(또는 달걀 프라이) 정도이다. 이 소박한 요리에 대부분 말레이시아 사람은 닭다리 튀김, 새우볶음 같은 요리를 추가해서 먹지만 나는 기본 구성으로 나오는 나시 르막을 가장 좋아한다.


나시 르막의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밥과 함께 비벼 먹는 삼발이라 불리는 소스이다. 고추, 후추를 주재료로 만들어지는 이 소스는 우리나라의 고추장 맛과 비슷하기도 한데, 만드는 방법과 들어가는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낸다. 이 맛깔스러운 소스는 말레이시아의 많은 음식에 사용된다. 말레이시아 여행 중 혹시라도 입맛에 안 맞는 음식을 먹게 된다면, 식당 주인분께 정중히 "Tolong beri Sambal"을 외치시라. 삼발 소스를 넣는 것만으로도 낯선 말레이 음식에서 고향의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삼발 소스 다음으로 중요한 재료는 밥이다. 코코넛 밀크를 넣어 짓는 밥은 약간 기름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함께 나오는 매콤한 삼발 소스를 비벼 먹으면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함만 입안에 남는다.


마지막으로, 나시 르막의 화룡점정을 찍는 주인공은 볶은 멸치와 땅콩이다. 기름에 살짝 튀긴 듯이 볶아서 나오는 바삭바삭한 멸치와 땅콩은 다소 심심할 수 있는 이 음식의 식감을 완벽하게 메꿔준다.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이 어울려 사는 나라답게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하고, 조리법도 다양해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이 여행하기 좋은 나라이다. 많은 토종 음식 가운데 당당히 대표 선수 자리를 꿰차고 있는 나시 르막은 단출한 겉모습에 비해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낯선 땅에서 나시 르막을 먹으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소박한 밥상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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