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관련 영상을 거의 다 챙겨본 ‘푸덕이(푸바오 덕후)’로서 푸바오와의 이별을 그린 <안녕, 할부지> 프로젝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양가적인 감정이 들었다. 푸바오를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반가움 너머로 밀려드는 우려 섞인 불안감. 우려의 요체는 푸바오 네임벨류에 쉽게 얹혀가려는 기획이 아닌가란 의문에서 비롯됐다. 다소 촉박해 보이는 제작 기간도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인기에 편승해 급하게 만들어진 창작물들이 혹평받은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푸바오에 왜 이리 호들갑’이냐고 이해 불가를 외치는 이들이 있는 걸 알기에, 어떤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영화 결과물이 좋기를 바랐던 마음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렇게 마주한 <안녕, 할부지>에 대한 기자로서의 감상을 먼저 이야기하자면…아쉽다. 아쉽고 또 아쉽다. <안녕, 푸바오>는 자이언트 판다 보호연구 협약에 따라 중국으로의 반환(4월 3일)이 결정된 푸바오의 한국에서의 마지막 3개월에 포커스를 둔 다큐멘터리다. 3개월의 시간만 담기지는 않았다. 푸바오 엄마 '아이바오'와 아빠 '러바오'가 한국으로 들어올 때의 모습과 푸바오 탄생과 성장, 푸바오가 두 할부지(강철원 주키퍼, 송영관 주키퍼)와 교감하는 모습 등 바오 팬들이 익히 보아온 영상들이 초반에 배치돼 있다. 제작진의 상상이 가미된 애니메이션도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아쉬운가. 가장 큰 패착으로 보이는 건 ‘결말을 미리 정해두고’ 움직인 듯한 구성이다. 여기서 결말이라 함은 강바오(강철원 주키퍼)와 푸바오의 재회다. 지난 7월, 바오 팬들 사이에서 최대 화제였던 강바오와 푸바오의 중국에서의 재회 말이다. 극영화의 경우 결말을 미리 짜고 가는 게 하등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다르다. 목적지 설정은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 특히나 <안녕, 할부지>처럼 동물과 주키퍼 간 교감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의 경우엔 그 감동을 시나리오처럼 짜 놓을 수 없는 노릇이다.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다큐멘터리이니 말이다.
그러나 <안녕, 할부지> 제작진은 강바오와 푸바오의 재회에서 눈물겨운 그림이 나와 주리라 예측하고 이를 하이라이트로 점찍고 달린 듯하다. (해당 재회를 두고 푸덕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데, 확실한 건 팬들이 기대한 정도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결말을 미리 짜고 구성되다 보니 전반적으로 연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느낌이 들 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인공적인 느낌이 난다.
9월 개봉을 일찍이 박아 놓고 만들어졌으니, 예상한 장면을 얻지 못했다고 해서 다른 대안을 내놓기도 힘들긴 했을 것이다. 사실, 그래서 더 아쉽다. 여러모로 개봉일에 맞추느라, 더 담아내야 할 것(수정해야 할 것)들을 못 담아낸 인상이 짙어서다. 강바오와 푸바오의 재회에서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오면서, 이를 슬픈 음악과 슬로 모션 등 다소 낡은 연출로 무마하려 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것은 팬들이 유튜브를 통해 바오 패밀리에 열광해 온 본질과 충돌한다. 우리가 진짜 열광한 건, 연출되지 않은 ‘날 것’ 그것이었으므로.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구간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애니메이션 구현은 제작사 에이컴즈가 영화의 매력 중 하나로 강하게 어필한 부분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영화의 애매한 부분이 됐다. <안녕, 할부지>에서 만화로 구현된 판다들은 굳이 푸바오, 아이바오, 러바오가 아니어도 무관할 정도로 특색이 없다. 바오 가족 각각의 특징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서다. 무엇보다, 우리가 바오 가족을 통해 알게 된 판다의 신비는 지워지고, 그 안에 ‘인간의 시선’으로 그려진 판다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그렇다면, 이 다큐는 별로라는 말인가. 이제 푸덕이 입장에서 본 감상을 말할 차례. 고백하자면, 울었다. 펑펑 울었다.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날 때, 할부지 강바오가 어머니의 부재와 푸바오의 이별 사이에서 힘겨워할 때. 송바오(송영관 주키퍼)가 푸바오가 남기고 간 흔적을 치우며 홀로 참았던 눈물을 쏟아낼 때 눈물 콧물이 쏟아져서 휴지를 찾느라 혼났다. 그러니까,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와 할부지들의 서사를 오랜 시간 지켜본 이들로서는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는 최루탄이 매복해 있는 다큐인 셈이다. 그 눈물이 빠르게 마른다는 게, 아쉽지만.
결과적으로 “푸바오 팬들인 '푸덕이'들을 위한 영화라기보다, 일반 대중들도 푸바오와 바오패밀리에 '입덕'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연출의 목적은 3분의 1의 성공이다. 제작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바오 패밀리를 모르는 관객이 이 영화로 그들에게 ‘입덕’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재미로나 감동으로나, 에버랜드 공식 유튜브 채널과 뿌빠TV에 있는 '전지적 할부지 시점'(강바오의 푸바오 육아일기), '판다와쏭'(송바오의 판다 가족 이야기) '오와둥둥'(오승희 주키퍼의 루이바오 후이바오 육아일기)이 영화보다 우월하게 더 앞선다.
푸덕이들 사이에서도 영화에 대한 만족도는 다소 갈릴 듯하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푸바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푸바오의 '판생'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들, 그리고 판다를 향한 주키퍼들의 모습에 매료된 이들에겐 외면하기 힘든 다큐인 것은 틀림없다.
('아이즈'에 쓴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