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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xsoul Nov 20. 2021

사내식당에 나온 벌레 버거(insect burger)

쯔비쉔 (20211119)

눈을 의심했다. insect burger? 벌레 버거라고?

난생 처음보는 메뉴라는걸 증명하듯 주된 재료가 뭔지 그림으로 그려 놓는 부분도 이 메뉴에는 텅 비어있다. 실화야, 진짜?


환경, 미래 먹거리 등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서는 가축 산업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지에 대한 통계가 나왔다. 이어서 미래 먹거리로서 대체육, 실험실 배양육과 함께 나왔다. 그리고 그들과 더불어 유망한 미래 먹거리로서 '곤충'이 소개되었다. 실제로 곤충이 좋은 단백질 공급원이라는것은 이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성은 없는 이론적 탁상공론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다큐에서는 곤충으로 만든 쉐이크와 다른 쉐이크를 만들어 블라인드 테스트로 사람들에게 시음을 시켰다. 사람들은 '맛있다, 포만감이 커서 한끼 식사로 유용할 것 같다'라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것이 곤충으로 만들어 진 것을 알고 놀라기 전까지는. 그걸 보는 나도, '재밌네. 무슨맛인지 궁금하네'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생각에 머물러있었다. 그게 곤충과 나의 연의 마지막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이렇게 급격히? 사실 이미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지역에서는 학생식당, 사내 식당 등에서 특정 요일(여기는 수요일)을 ‘채식’데이로 지정하고 모든 메뉴를 베지테리안, 비건 메뉴로 제공한다. 나는 이것조차 굉장히 공격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무려 벌레 버거까지라니. 역시 환경에 진심인 독일답다.

화요일 점심으로 나온다는 이 메뉴를 월요일에 확인한 순간부터 나는 만 하루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안먹으면 그만일지 모르겠지만, 다큐를 볼 때 형성되어있던 호기심때문에 나는 그것을 어쨌든 시도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그런 수고를 감당했다. 그래. 나 번데기를 먹고 자란 경력 십수년이야. 그 고소함을 아니까. 그게 뭐 대수냐 하는 자부심이 있는 한편 insect 고기가 본격적인 메뉴로 나온다고 하니까 괜히 설국열차 양갱도 생각 나면서 조금 겁 나는 마음도 공존했다. 한편으로는,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이런 파격적인 실험을 이렇게 시기 이르게 한다는 것이 대단했다. 조금 당황스럽긴 했지만 너무도 독일스러운 행보여서 한편으로는 놀랍지도 않았다.


후기.

1.생각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평소에 메뉴는 세개가 나오는데, 대개 사람들은 그 세개의 메뉴를 골고루 주문한다. 곤충 버거가 나온 화요일도 세 개의 메뉴가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 열에 일곱은 다른 메뉴를 제치고 그 버거를 주문했다. 사람들이 곤충버거인지 알고 나처럼 한번 먹어보고싶어서 주문하는것인지, 단순히 먹음직스럽게 생긴 버거라서 주문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테이블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있었다. 사실 이번 곤충 버거는 그냥 하루아침에 식단에 짜여진 것은 아니고 이벤트성 식단이었다. 몇 주 전부터 식당 안팎으로 홍보를 했다. 즉, '이번 주는 Future Food 이벤트 주간으로 화요일에는 곤충버거가 나오니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하는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었고, 식당 테이블마다 그 이벤트에 관한 작은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그러니까 작정하고 준비한 하나의 행사였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다 적극적 관심을 가진 것도 있겠지만, 이 메뉴를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추측과는 전혀 다른 이 상황이 흥미로웠다. 그들이 곤충 버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호기심? 환경에 기여한다는 개인적 성취감? 이것은 기획 의도가 다분한 하나의 이벤트였으니, 주최한 협력업체는 높은 확률로 후기에 대한 설문조사를 조만간 실시할 것이고 그들만이 그 동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2. 솔직히 다른 버거 양념들이 매우 세서 그 곤충 패티의 깊은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여전히 궁금한 나는 패티 부분만 포크로 살짝 떼어내서 맛을 봤는데, 사실 그리 과감하게 용기 내지는 못해서 아주 소량만을 맛봤고 그것의 본연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콩으로 만든 대체육에서 수분이 더욱 더 없는 식감이 났다. 내가 지금 씹고 있는 이 부분이 빵인지, 그 패티인지 문득문득 구별이 잘 안되었다. 그리고 가끔 잡초 향 같은 초록색의 맛이 느껴지는 느낌적인 느낌도 들었는데, 그냥 기분탓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3.아직은 심리적인 장벽이 있다. 가끔 제대로 갈리지 않은 건더기를 볼때마다 이건 어떤 종류의 벌레인가, 내가 방금 본 저 검정 조각은 그들의 대가리인가, 몸통인가…. 괜히 의식하게 되고, 그렇게 의식할때마다 삼키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번데기로 단련 된 심신이건만, 이 생소한 음식에는 이질감이 있었다.


4. '역시나 환경에 진심인 독일’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20대, 30대의 젊은 세대에게 전례 없는 전폭적 지지를 받은 녹색당의 활동이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는 것일까? 사실 나는 이번 곤충 버거가 단지 우리 연구소의 식당만의 이벤트겠거니, 했었다. 그런데 우연히 다른 대학교 다니는 분에게 그 분의 학교도 같은 날 Future food라는 이벤트 아래에 같은 메뉴가 나왔다는 것을 들었다. 그러니까, 이 실험은 지역 단위의 실험이었다. 이것이 공급 업체 회사별로만 진행 된 것인지, 그것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내가 있는 연구소의 멘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연구소의 사내 식당, 주변 다른 대학교의 학생 식당에서 같은 날에 이 이벤트를 동일하게 진했던 듯하다. 다소 파격적인 이런 실험을 다소 큰 스케일로 했다는 것이 놀라웠다.

아무튼 이들은 이미 지역 단위로 그 실험을 무사히 끝마쳤고 그에 따른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얻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곤충 버거를 먹었느냐에 대한 데이터를 넘어설 것이다. 공급 업체, 업체에서 수급 받는 경로, 단가, 조리 방법, 선호도 등등 이미 해 본 사람만이 가지고 있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얻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이 데이터 리포트를 기반으로 ‘수요가 이렇게나 많았으니, 곤충 공급 업체를 확대해 주세요’라고 정부나 해당 기관에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한 번 곤충고기(?)를 접해본 사람들은 이후에 또 접했을 때 다시 시도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번 실험으로 곤충은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고 '인식'이 개선이 되었던 것이니까. 새삼 이런 파격적인 실험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곤충 고기를 급식이나 학식 메뉴로 냈다면 어떤 평을 들었을까. 물론 막상 나오면 나처럼 호기심에 줄을 서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모험적인 실험을 설계 하기에는 감수 해야할 위험요소가 큰 것은 사실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국가, 도시, 학교들이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만약, 환경 이슈가 점차 깊어지고, 이제는 채식, 대체육이 필수인 그런 시간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유망한 단백질 공급원인 곤충고기(?)의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상황이 온다면, 수많은 사람들은 이미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 뿐만 아니라 데이터로 분석을 끝마친 독일로부터 조언을 구해야만 할 것이다. 이들의 데이터에만 의존해야할지도 모른다. 환경을 고려한 미래 먹거리로 향하는 여정에서 독일이 이미 선두주자를 달리고 있는 것만 같아서 조금 부럽기도 하다.


과연 곤충은 현재 축산업 기반 육류를 넘어서서 효과적인 ‘단백질 공급 대체원’이 될 수 있을지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미래 먹거리를 향해 가고 있는 중간 어딘가(zwischen)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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